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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객설閑談客說: The Negotiator
보스톤코리아  2017-05-29, 13:43:55   
  얼핏 슬기로움이란  말이 입안에 굴렀다. 아, 내가 다녔던 학교 교가校歌에 나온다. 덕분에 비슷한 말들이 줄줄이 달려 나왔다. 현명하다, 지혜롭다, 똑똑하다, 야무지다. 내 생각은 생뚱맞은데, 단어들은 발음하기도 상쾌하다. 교활하다는 말과 어감語感은 다르다.

  타임지 기사 타이틀이다.  ‘The Negotiator’. 문재인 대통령에 관한 기사이다. 신임 대통령이 맞아야 하는 문제들을 열거했다. 청년실업, 소득의 양극화등인데, 더 큰 골치거리는 북한문제라 했다. 문 대통령은 과연 북한문제를 슬기롭게 다룰수 있을 것인가. 기사記事는 그가 타고난 협상가라 했다. 대통령의 사진도 실렸는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입은 굳게 다물어 결기가 느껴진다. 사진에서 여우의 모습을 얼핏 보았다면, 무례한 건가? 

  한국 신문에 실린 칼럼이다.   ‘세계 정치를 장사꾼 논법으로 확 바꾼 트럼프, 의뭉스럽지만 뒤끝 작렬하는 시진핑, 전리품 챙기는 데에 이골이 난 아베, 그리고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를 푸틴.’ 모두들 한방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한편 살벌하지만 피할 수없는 대화상대들이다. 과연 당대 협상가라는 문 대통령은 제 목소리를 낼 것인가? 후세 역사가들은 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현명하다 할까, 야무지다 해야 할까?

  이솝우화에 나온다. 정글의 왕 사자가 늙어 병이 들었다. 동굴 밖을 나가 사냥할 힘이 없었다. 동네 잡짐승들에게 명령했다. 차례로 동굴로 들어와 병문안겸 알현하라. 문안온 동물들을 잡아 먹을 셈이었던 거다. 여우의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여우는 사자가 불러도 가지 않았다. 화가 난 사자가 왜 병문안을 오지 않았느냐며 질책했다. 여우의 대답이다. ‘온갖 동물들이 동굴안으로 들어간 발자국은 보인다. 그러나 돌아 나온 발자국은 없다.’ 동굴안으로 들어가면 사자에게 잡혀먹히는 걸 간파한거다. 대답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분명 사자는 여우의 대답을 높이 샀을 게다. 여우가 살아남는 방법이고 여우다운 지략이다. 

  백수십 년 전이다. 조선말, 백성은 이미 정권에 등을 돌렸다. 한반도를 장기판으로 여긴 강대국들만 신바람 났다. 중국과 미국과 일본과 러시아가 그들이다. 장기판위 졸卒된 조선백성만 죽어났다. 세월이 흐를 만큼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주변 강대국 4강强은 변함이 없다. 그들의 영향력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오히려 백여 년 전 범같던 강대국들이 이제는 더 노회해 졌다. 여우는 힘은 없으되 꾀는 있을까. 아니 오히려 슬기를 펼 수있을까.

  마키아 벨리의 말이다. 군주君主의 덕목이다. ‘착해야 한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사악邪惡해야 한다. 군주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나라를 지키고 번영시키는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무슨 수단을 쓰건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는다.’ 말은 섬뜩하다. 군주는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힘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말일 게다. 군주가 짊어져야 하는 숙명인가 한다. 

 문文대통령은 부디 슬기로운 협상가 되시라. 

무릇 슬기로운 자는 지식으로 행하거니와 (잠언 13:16)


1. Time, May 15, 2017
2. 송호근, 중앙일보, 5-2-201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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