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침묵의 봄
보스톤코리아  2017-06-19, 11:36:22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이란 책이 있다. 첫 단원중 몇구절이다.  “There was a strange stillness. The birds, for example-where had they gone? Many people spoke of them, puzzled and disturbed. The feeding stations in the backyards were deserted. … It was a spring without voices.’ (‘적막은 낯설었다. 새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사람들은 궁금했고 수근거렸다. 뒷뜰 모이통은 텅 비어있었다. … 새소리 나지않는 멍한 봄이었다.’) 책은 살충제 디디티(DDT) 의 유해성을 고발하고 있다. 디디티가 새를 죽인 원흉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먹이 사슬속에서 다른 곤충도 박멸되니 곤충을 먹고 사는 새도 굶거나 식중독으로 죽어갔다는 말이다. 죽은 새는 지저귈 수 없다. 

 한국군대 졸병시절이었다. 이(柕, louse) 藥약이라 했다. 국방색 작은주머니속 흰색 가루였다. 그걸 군용 런닝셔츠 양쪽 겨드랑이에 실로 꿔매서 달았다. 주머니 속 약은 디디티였는데, 방충제로 역할했다. 이柕가 창궐했고 겨울엔 더 심했기 때문이다. 어느해 한창 더운 여름 날이다. 거무튀튀하고 통통한 이柕가 발견됐다. 온 내무반은 당연히 발칵 뒤집혔다. 그해 여름엔 그래도 새벽마다 참새소리는 자주 들었지 싶다. 

  얼핏 사이먼 가펑클 노래를 떠올렸다. The Silence of Sound. 소리의 침묵이다. 침묵하는 소리는 여운이 있을 것이며 닿아서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울림이 있고 속삭이기도 한다고도 했다. 가사는 심히 철학적인듯 싶다. 하지만 가사가 선율을 탈적엔 침묵하던 가사歌詞도 감미롭다. 

  우리 옆집 노인부부가 이사나갔다. 새 이웃이 입주하지 않아, 빈 집은 부서지고 있다. 새로 지을 모양이다. 공사 중 빈집과 앞뜰은 낯설고 황량하다. 덕분에 며칠 우리 집안에서도 작업하는 소음에 정신없었다. 옆집에 사시던 노인분은 봄이 오면 집앞에 나와 앉아 있곤 했다. 신문을 읽고는 한참 오수를 즐기곤 했던 거다. 이따금 마주칠 적마다 피차 안부를 묻곤 했는데, 더이상 노인께 인사 할 수 없어 아쉽다. 노인부부는 돌아오지 않을것이다. 안녕하신가? 

  그 집 마당에 서있던 키 큰 나무도 잘려나갔다. 그래서 그런가. 내 집앞에 떨어진 새가 살던 둥지를 발견했다. 둥지틀고 살던 새들까지 동반이사移徙한 모양이다. 당연한 것처럼 예년에 비해 새소리는 시끄럽지 않은 듯 싶다. 집이 다 완공되고 나면 다시 돌아오려나? 새는 울어야 한다. 새소리는 자연이 살아있음을 생생히 증거하기 때문이다. 

  아참, 여름이 깊어질테니 매미소리가 기승을 부리겠구나. 새소리는 정겨운데 시끄러운 매미소리는 여름햇살을 깨뜨릴 수도 있다. 그나저나 우리동네는 올여름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집 공사에 정녕 시끄러운 여름이 될지 싶다. 침묵하던 봄아,아니, 시끄럽던 봄아, 잘 가시라. 내년에 다시 돌아오시라.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누가  19:40)

1. 책 침묵의 봄은 레이쳘 카슨이 썼는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디디티를 개발했던 화학자는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 그는 죽는 날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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