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야생화 접시꽃
보스톤코리아  2017-06-29, 20:05:08 
  문재인 대통령이 측근들과 등산 중이었다. 등반길에 피어있던 야생화를 발견했다. 야생화를 유난히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옮겨 심자고 제안했다. 대통령의 대답이다. ‘야생화는 야생일 적에 아름다운법.’  대답은 아름답다.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도종환, 그대 잘가라)

  도종환 시인의 이야기이다. 국회의원이던 그가 이번에 입각했단다. 뉴스를 읽고 얼핏 스치는 게 있었다. 죽은 시인의 사회.  그는 중학교 국어교사였다고 들었기 때문일게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시인詩人의 다른 시詩 첫 구절이다.  시처럼 시인은 흔들리면서도 굳세게 자랐다. 그리고 판서判書가 되었다. 그러니 시인에게 시인이라는 호칭이 이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정치인에게 시를 읽히라고 강조했는데 신임장관에게 시를 읽으라고 권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왠만한 시는 모두 읽었을테고, 그 자신이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장관이 되었어도 시정詩情만큼은 고이 간직하기를 빈다. 
 
 시인도 국회의원이 될 수있다. 시인이라고 장관이 되지 말라는법도 없다. 저명시인이 국회의원과 장관이 되는게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시집詩集이  무지 잘 팔린다고도 했다. 그런데 씁쓸한 심사는 무슨 연고인지. 괜찮은 시인 하나 잃은 듯한 박탈감인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야생화가 어느날 없어졌기 때문인가? 야생화를 좋아한다는 대통령이 시인도 데려갔기 때문일 게다. 자의반 타의반 일 수도 있겠다. 우린 시인을 하나 잃었고 야생화 접시꽃을 더 이상 볼 수없을 지도 모른다. 죽은 시인의 사회 되었는데, 그의 시집은 잘 팔려 나가겠다. 

  접시꽃은 야생화다. 요샌 야생화도 옮겨 심는다했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야생화는 왠지 어설피 애처롭다. 야생의 애잔한 아름다움이 덜 하다는 말이다. 이식移植된 접시꽃 잘 자라기를 바란다. ‘접시꽃 당신’도 시인이었던 그의 다른 시 제목이다.
 
 장관으로 건투를 빈다. 접시꽃 위에 빗방울이 나린다. 

1.   영문 원제목은 ‘Dead Poet Society’ 이다.  한국어로 번역한 말이 더 친근하다.  
2.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시
3.   접시꽃 영어이름은 Hollyhock이다. 보스톤에도 피는지 그건 모르겠다. 사진에선 동백같기도 한데, 진홍색 꽃잎은 요염해 보인다.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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