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Hate Has No Home Here
보스톤코리아  2017-07-24, 11:39:34 
   중학교에 들어갔다. 영어책을 받았다. 뛰고 설레는 가슴을 누를 수 없었다. 영어로 말할 수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거다. 며칠 지났다. 학교에서 초급 인사말을 배웠다. 아버지께 자랑겸, 굳 모닝과 굳 애프터눈을 읽어 보시라 부탁드렸다.  흔쾌히 아버지는 영어를 유창하게 읽으셨다. ‘굳 아아프~터누운.’  하지만 발음은 늘어지면서 뭔가 달랐고, 깔끔하게 들리지 않았다. 학교에선 분명 굳 애프터눈이라 배웠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말씀. 이건 영국식 발음이니라. 굳 애프터눈은 ‘좋은 오후’라 직역直譯되는가?  

  ‘나랏 말쌈이 듕귁에 달라…’ 훈민정음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 누구나 귀에 익었을 게다. 기억력 없는 나도 거의 외울 수 있지 싶다. 그러나 육백년 이상 세월이 흘렀어도, 역시 나랏 말씀은 타他언어와 사뭇 다르다. 하긴, 어디 말뿐이랴. 다른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서로 사맛디 않은게 너무 많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쎄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 배 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러펴디 몯 할 노미 하니라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 여듧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 니겨 날로 쑤메 뼌한킈 하고져 할따라미니라 " (네이버 사전)

  Hate Has No Home Here.  요사이 자주 눈에 띄이는 푯말이다. 집앞 마당에 꽂혀 있는데, 푸른색이나 붉은색 바탕에 흰색 글짜가 상쾌하다. 그런데 글의 내용은 가볍지 않다. 영어로만 적혀 있는 건 아니다. 몇 개 국어로 번역된 글귀도 덧붙여 있다.  한국어 번역도 포함된다. ‘이 집엔 미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번역은 자연스럽지 않아 제 뜻을 실어 펼 수없게 읽힌다. 네이버 번역기에 넣었다. ‘증오는 여기에 없다.’ 이 번역은 오히려 견딜만 한데, 여전히 어색하다. ‘혐오 따위가 발 붙일곳은 없다.’ 정도로 해야 하지 않겠나? 한글과 영어가 서로 사맛지 않다. 혹시 누가 더 나은 번역할 수있으신가. 

  굿 모닝은 ‘좋은 아침’으로 번역되어 즐겨 사용된다. 하지만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아예 번역하지 않는게 낫겠다. 아니나 다를까만 예나 지금이나 한국어는 중국어는 물론 영어와도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영어를 너무 미워하지는 마시라. 먹고 살아가야 하는데 꼭 필요한 언어이다. 좋은 아침부터 졸문이 후덥하다.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All men will hate you because of me…  (마태 10:22, NIV)

1.   현대어 번역이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 말과 달라서 한자와는 그 뜻이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제대로 나타낼 수가 없다. 따라서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어도 제 뜻을 글로 써서 나타내지 못하는 이가 많으니라. 내가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어 내놓으니,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네이버)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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