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줄타기
보스톤코리아  2017-08-21, 11:38:37 
  올해도 우리동네에 카니발이 들어왔었다. 해마다 독립기념일 즈음이면 동네 공원에 터를 잡는다. 회전목마등 놀이기구가  아이들을 설레게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아이들에게 가슴 설레는 일이다.  한국에선 풍각쟁이들이라던가? 내 어머니는 써커스라 했고, 곡마단이라 했다. 

  한참후에 알았다. 그게 동춘써커스단이었다. 한여름 넓직한 공터였다.  울긋불긋 깃발이 걸렸고, 넓디 넓은 천막이 쳐졌다. 꿍짝꿍작 나팔소리가 귀를 때렸다. 소리탓인지, 심심하던 때였는지, 가슴이 쿵탁쿵탁 뛰었다. 동네 조무라기들을 따라 몰려 뛰어갔다. 써커스단이 온 것이다.  약장수들과 는 규모가  당연히 달랐다. 흔했던 약장수들이야, 시장에만 가면 언제고 만날수 있었다.  약장수들이 꼭하는 말이 있었다. ‘애들은 가라.’  말을 들으며 얼마나 섭섭했던가.  써커스는 당연한 것처럼 아이들도 입장할 수있었다.  하지만 천막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같이 갔던 아이들 중에 누구도 표를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구멍으로 들어가기에는 경비가 삼엄했고, 그럴 만한 뱃심도 없었다.  입안 단내는 타는 목마름이었고, 입장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었다.  천막 주위만 맴돌적이다.  휘장 틈으로 얼핏 옆 모습 보이며 스치던 여자 아이를 보았다. 소녀는 진하게  화장했고, 색동 저고리에  붉은색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분명 출연 준비를 하고 있었을 터다.  그날밤,  나는 이불에 오줌을 지렸을 수도 있다. 

줄을 타며 행복했지/춤을 추면 신이 났지
손 풍금을 울리면서/사랑 노래 불렀었지
흰 분칠에 빨간코로/사랑 얘기 들려줬지
영원히 사랑하자/맹세했었지
죽어도 변치말자/언약했었지
(곡예사의 첫사랑 가사 중에서)

  외줄타기. 동춘써커스에서도 분명 줄타기가 있었을 게다. 한참 세월이 지난 후였다. 남사당패거리 줄타기를 본 적이 있다.  한국 용인 민속촌일게다.  줄타기 사내는 부채하나 달랑 쥐고 있었다.  줄이  움직이는 대로 슬쩍 몸을 실어 맡겼고, 유연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연신 줄을 세워둔 기둥을 흔들고 있다.  한국은 줄타기에 명수가 되어야 한다. 인간 문화재라 해야 겠다. 외줄타기에 

 버금가는 곡예가 벌어진다.  징징대는 트럼프 비위맞추랴,  으름짱 놓는 시진평  달래랴 

 바쁘다 바뻐.  애송이 북한 불장난 단속하랴 발바닥에 땀난다.  외줄이 가늘기만 하다. 위태롭다. 불장난인줄 알았는데,  장난만은 아닌듯 싶어 그건 문제다.  절대 절명이란 말이 어울릴 것인가.  줄에서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  쑈를 망치는 건 둘째 문제다. 줄이 길기도 하다. 올려 쳐다보는 관객 손에 땀이 밴다.  

   한국은 줄을 타며 행복하기는 커녕 마냥 위태롭다. 동춘 써커스단 소녀도 할머니 되었겠다.  

그에게 통지하여 연극장에 들어가지 말라 권하더라 (사도행전 19:3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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