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리기만 해도, 2018년은 만사형통!'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보스톤코리아  2017-12-11, 11:33:17 
한 해가 져 무르고 가고 있다. 2017년의 마지막을 어떻게 잘 마무리 지어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왔다. 마무리를 잘 한다는 의미는 버릴 것은 버리고, 떠나보내야 할 것은 떠나게하는 ‘마음의 정리정돈’을 말한다. 마음을 정리하는 것과 집안에 묵혀있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 있다. 10년 전 새집으로 이사하며 창고에 쌓아둔 박스들을 아직 정리못했는데, 새로운 물건을 자꾸 사드리며,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을 나누지 못해 집안 곳곳에 쓰지 않는 물건이 자꾸만 쌓여간다. 그런데 막상 마음을 잡고 버리려고 하는데, 잘 버리지를 못하겠다. 물건에 대한 감정이입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입에 대한 예를 들어보도록 한다. 6.25전쟁을 겪으며 자식을 키운 부모님세대는 근검절약이 몸에 박혀 살아오셨다. 새로운 물건을 사는 소비보다는 절약이 우선이였다. 새로운 물건을 잘 사지 않으시니, 버릴 물건이 없어 쌓이는 잡동사니가 많지 않았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은 물건이 쓸모가 없어져 닳을 때까지 사용을 했다. 하지만, 386 세대는 이러한 절약을 실천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지만 그들만큼 배고픔을 느끼며 살지 않았다.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고 배워온 가르침이 마음에 새겨져 있지만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싶은 소유욕, 유행을 따르고 싶은 구매욕의 충동이 부모님의 가르침보다 강하다보니 새로운 물건을 넘치도록 사드린다. 잔뜩 쌓여가는 물건들을 버려야 함에도 근검절약을 몸소실천하며 부모님 생각을 하면 불필요한 물건을 잘 버리지도 못하겠다.  왠지 부모님께 죄를 지는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아깝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언제가는 다시 쓸 수 있다는 착각에 버리려고 하다가도 버리지를 못한다. 

하지만, 쓸모없는 물건은 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모두 다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리를 해서, 잘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잘 버리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우선, 불필요한 물건을 버려야겠다는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 기부를 하던, 벼룩 시장에 팔던 집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의 결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마음정리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지져분하게 쌓여가는 물건을 눈으로 보면서도 버리지를 못하겠는데, 보이지 않는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 그리 쉬울 수는 없다. 버리지 않아 쌓여가는 근심,걱정,욕심,분노의 마음의 방들을 어찌 치워야하나 엄두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4주 동안 마음정리를 하겠다는 결심을 해서 희망찬 새로운 2018년해를 맞이하기를 격려한다.  

버려야 하는 부정적인 마음을 정리하지 않아 마음방들에 가득 차 있다고 상상해보자. 의식하지도 못한 고통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며 괴롭히고 있다. 침울한 기분, 분한마음, 불신,불안,분노가 마음방에 가득차가다보면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에 빠지게한다. 서서히 마음의 병이 들어가면서, 사는 재미가 도통 생기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감정정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불필요한 물건들이 보이는 집정리처럼 하면된다. 한달 뒤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다고 상상을 해보자. 무엇을 제일먼저 할것인가? 4주가 긴 것 같아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네번의 주말이 있다. 자,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생각해보자. 이사업체에 맞겨서 이사를 한다 하더라도 일단 필요한 물건이 무엇이고 버려야 할 물건이 무엇인지 결정을 하게되지 않을까? 마음정리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어떤 감정을 버려야할지 생각해보는 내 마음의 대화시간이 필요한것이다. 

내 마음을 어디부터 정리하면 좋을까?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적어도 하루에 10분씩 갖도록한다. 딱 10분만 시간을 할애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간과 장소의 제한은 없다. 더 길게 자신의 시간을 갖고 싶으면 가져도 된다. 운전을 하면서, 요리를 하면서, 운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교외활동을 기다리면서, 기도를 하면서 할 수 있다.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이다. 하루에 10분 정도 자신을 사용해도 된다.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에게 칭찬에 인색했던 이유, 내가 나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이유, 내가 가엽게 느껴지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이사할 때 가장 힘든일이 무얼가? 지금껏 애정을 갖고 쓴 물건들 중 버려야 하는것, 언제고 쓰일 것 같은 물건을 버리는 일일 것이다. 쓰지도 않을 물건을 미련때문에 들고 간다면  애물단지임에 틀림이 없다. 이 애물단지를 들고 갈 것이냐? 버리고 갈 것이냐? 미련을 남기는 물건은 버리는 것이 좋다. 미련을 느끼게 하는 마음을 버리는 일이 미련을 남기는 물건을 버리는 것처럼 쉽지는 않다. 미련은 집착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련은 깨끗이 잊지 못하고  끌리는 데가 남아 있는 집착의 마음을 뜻한다.  집착을 하다보면 하나의 생각에 고착되어 새로운 생각을 받아 들이기가 힘들다. 

집착은 마음정리를 못하게 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해꾼이자 애물단지이다. 그래서, 미련을 느끼게 하는 마음은 과거에 풀지 못한 상처에 대한 애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엉킨 실타래와 같다. 엉킨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세가지다. 하나는 한올 한올 풀어가는 방법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되지만 실타래가 망가지지 않아,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엉킨 실을 가위로 잘라가며 풀어가는 방법이다. 실타래가 잘라지긴 해도 풀기가 쉽고, 부분부분 사용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가위로 반 토막을 내는 것이다. 단번에 실타래는 풀리지만 다시 사용하기는 힘이 든다. 하지만, 마음에 미련을 남기는 집착을 어떻게 버릴지는 자신의 결정이다. 만약, 집착의 실타래를 한올 한올 풀어가기로 마음을 결정하였다면, 실타래를 풀겠다는 결심으로도 대단한 마음정리를 한것이다. 일단,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엉켜져있는 실타래를 풀겠다는 새로운 결심으로 2018년을 맞이 하는 것으로도 아주 큰 결심을 한것이다. 엉켜져 있는 실타래를 푸는 일이 매우 힘이 든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청할 수 있음을 알린다. 

마지막 마음 정리는 2017년 버려야하는것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한  미련했던 내 마음을 용서해주고,  소중한 내 마음에 감사하는 일이다.  앞으로 남은 한달, 자신의 가장 소중한 마음을 잘 정리하여 2018년의 새로운 희망찬 한 해를 맞이하여보자.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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