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간양록看羊錄
보스톤코리아  2018-01-15, 11:13:21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삼화고속버스를 이따금 이용했다. 앞좌석에 앉으면 눈에 띄는 자동차 로고가 마주 보였다. 풍전豊田.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뒤에야 풍전은 도요다라고 읽는 다는 걸 알았다. 풍신수길豊臣秀吉이 토요토미 히데요시라는 걸 알고 난 다음이다. 버스 회사에서 토요다 중고 차를 수입해서 운행했던 거다. 

 간양록看羊錄이란 책이 있다. 책은  조선 선조대에 강항姜沆이 썼던 글모음이다. 책에선 일본글자를 우리 이두문자와 비슷하다 했다. 남의 나라 말 가지고 뭐라 하고 싶지 않다. 바담풍風이건, 바람풍 風이건, 또 풍豊을 토요라 읽는다 해서 불평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정해서 쓰기 때문이다.  참, 국어를 국어라 하지 않고, 한국어로 해야 한다고 어느 교수가 주장했다. 국사라 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한국사라고 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 일본사를 배우기는 배운건가. 기억에 감감하다.  풍신수길과 덕천가강과 소서행장과 가등청청은 이름이 익었다. 임진왜란 때문이다. 

강항은 정유재란 중에 이미 형조좌랑을 거쳤다 했다. 그런 젊고 활기찼던 청년 관리가 일본에 포로로 잡혀갔다. 그때 그는 삼여년 포로생활을 기록으로 남겼다.  전쟁후 그의 제자가 글을 모아 간양록이란 책으로 묶었다. 책에는 포로생활중에 임금에게 보내는 상소문도 있다.  상소문에서는 일본 사람들 이름을 한자漢字로 적었으니, 그냥 발음대로 읽을 수밖에 없다. 그는 풍신수길이 죽은 다음에야 환국할 수있었다. 그가 남긴 글귀이다.

피눈물로 한줄한줄 간양록을 적으니
임그린 뜻 바다되어 하늘에 닿을세라.

당시 강항이 섬기던 임금은 선조다. 선조는 전쟁에서 싸우다가 전사한 신하들에게는 상이 박했던 모양이다. 대신 그를 수종해서 의주까지 동행했던 이들에게 더 큰 상이 내렸다고 했다. 심지어 마굿간 지기들도 푸짐한 상을 받았다고 했으니 말이다. 훗날 사관史官이 남긴 선조에 대한 말이다.  ‘훈장제도를  만든 이유가 어찌 이처럼 구차한데 쓰려고 한 겐가’. 조선은 이순신과 유성룡이 있었고, 강항같은 젊은 관료들이 있었으니 불행중 다행이었다. 

강항은 중앙관서 좌랑이었다기에  궁금했다. 장관인 판서에서 부터 참판, 참의, 정랑, 좌랑 순으로 내려간다.  좌랑은 정6품이라 하니, 말단 간부 쯔음 되는 모양이다.  전직 한국대통령 참모들과 정부요직 간부들이 줄줄이 감옥에 간다. 전직 판서에서부터 참의, 정랑을 거쳐 말단좌랑까지 아예 휩쓰는 듯 싶다. 입안이 쓰다.
사법고시는 없어졌다 했는데, 행정고시는 아직도 건재한가? 정부관리를 선발하는 시험말이다. 

관리 중에도 그를 믿는 자가 많되  (요한 14:4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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