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된 신용 의무(Fiduciary Duty)
영민 엄마와 함께하는 재정계획 (422)
보스톤코리아  2018-01-29, 11:20:05 
여행이나 출장으로 로스앤젤레스 공항(LAX)에 도착합니다. 비행기에 부친 짐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승객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여기에 누구나 볼 수 있는 큰 광고 게시판이 있습니다. 광고주는 우리에게 익숙한 푸르덴셜 보험(Prudential Insurance) 회사인데 “은퇴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광고입니다. 

큰 광고 사진 밑에 작은 글씨가 깨알같이 있습니다. 그중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PGIM Investments is not acting as your fiduciary as defined by the Department of Labor.” 보험회사는 ‘신용 의무’가 없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신용 의무’란 ‘투자하는 것을 도와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서 일해야 한다.’는 의무입니다.

미국에 이민 와서 온갖 고생 하며 은퇴자금을 마련했습니다. 말 그대로 “피와 땀”인 소중한 돈입니다. 이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은행에 저축하자니 물가상승으로 돈의 가치는 매년 적어집니다. 그래서 투자하는 것을 도와줄 사람을 구하는데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너도나도 재정설계사라고 말하며 투자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하지만 정말로 믿을 수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을 파는 사람(Insurance Agent), 주식을 선별해서 투자하는 사람(Stock Broker), 시중 은행에서 투자하는 것을 도와주는 사람, 등 모두가 본인들이 ‘재정설계사’ 혹은 ‘투자상담가’라고 말합니다. 일반 투자자는 이러한 사람들이 고객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서 투자할 것으로 당연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고객의 이익보다는 몸담은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그리고 본인 수입을 위해서 고객 돈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법률상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요구되는 법률상 의무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신용 의무”가 주어진 사람입니다. 정부에 등록된 재정설계사(RIA, Registered Investment Advisor)에게는 ‘신용의 의무’를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와 반면에 주식 브로커나 보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이러한 의무가 없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적당한 의무(Suitability)”라는 규칙만 있습니다. 

재정상담가가 수수료(Commission)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어뉴이티(Annuity)와 같은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팔았다고 합시다. 이러한 금융상품이 진정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판 것인지 아니면 본인의 수입을 위해서 판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이런 금융상품 판매는 ‘신용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재정상담가에게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적당한 의무’만 있는 사람에겐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고객의 돈을 투자하는 사람이 고객의 이익을 먼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 가능한 일인가? 하고 자못 의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 금융업계의 실제 현상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증권거래기관(SEC), 노동국(Department of Labor), 은퇴자 모임(AARP), 등에서 투자를 도와주는 업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신용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법령을 지난 2009년부터 노력해서 겨우 통과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이 또 연기되었습니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보스턴 대학의 법학 교수인 테마 프렌클(Tamar Frankel) 교수도 금융업계에 ‘신용 의무’를 제정(The 92-Year-Old Woman Who Is Still Shaking Up Wall Street, WSJ, Dec. 1. 2017)하기 위해 한평생을 노력했지만, 아직도 이런 법안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남은 노후를 위해 투자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나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줄 진실한 재정설계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사실 ‘신용 의무’가 있는 재정설계사도 진정으로 고객의 이익을 우선해서 일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물며 처음부터 이러한 의무가 없는 재정설계사가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이명덕, Ph.D., Financial Planner
 &Registered Investment Adviser (RIA)
Copyrighted, 영민엄마와 함께하는 재정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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