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Where is the beef?
보스톤코리아  2018-08-20, 10:39:56 
고깃국은 종류가 다양하다. 설렁탕, 곰탕, 소꼬리 곰탕, 등등. 고백하건대, 내게는 아직도 구별이 쉽지만은 않다. 

한국 군대 졸병시절이다. 명절이면 고기국이 나왔다. 우스개 말이 퍼졌다. ‘황우통과탕’ ‘소가 목욕한 물.’ 고기점은 없고, 국물은 멀갰다는 말이다. 기름기는 떠있었으니, 감사합니다 외치고 숟가락을 들었다. 눈물겹지도 않았고, 거룩하지도 않았다만 감사했던 거다. 

몸에 한 세상 떠 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에서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파고다공원 뒤편 순대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황지우, 거룩한 식사 중에서)

‘Where is the beef?’ 도대체 알맹이가 무엇이냐? 아버지 부시대통령이 말했지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80년대 중반 한창 대통령 선거유세 중이었다. 디베이트중, 먼데일 대통령후보가 했던 말이다. 상대방의 ‘New idea’ 란 장광설에 대한 한방 반격이었던 거다. 당시 햄버거가게 Wendy가 펼쳤던 선전문구였다. 

아마 그 즈음 일거다. 중국유학생들이 마악 들어오기 시작했다. 같이 공부하던 중국학생에게 누군가 물었다.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더냐. ‘햄버거.’ 주저하지 않고 되돌아 온 대답이었다. 제 나라에선 아직 소고기가 비쌀 적이었다. 그 친구, ‘Where’s the beef?’ 라고 말하진 않았다.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난 다음이다. 공동성명이 나왔는데, 알맹이가 없다고 했다."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다”로 돼 있단다. 완전 비핵화인데, 그냥 노력만 하기로 했다는 거다. 누군가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Where is the beef?’ 고기 없는 햄버거는 상상할 수없다. 

정치는 허업虛業. 돌아간 김종필 전국무총리가 했던 말이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정치는 건더기없는 맹탕인데, 기대하지도 않는다. 외교도 마찬가지일까? 하지만, 남북문제만은 제발 허업虛業이 아니면 하는 바람이다. 두툼한 고기에 먹을 만한 햄버거를 기다린다. 앙꼬 없는 찐빵이 되지않기를 빈다. 

설렁탕엔 국수사리가 들어가야 한다. 당면이던가?

내게로 가져오라 내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먹고  (창세기 27:2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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