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을 고르다 멈춘 생각!!
신영의 세상 스케치 660회
보스톤코리아  2018-09-03, 10:33:26 
세 아이가 대학을 입학하며 기숙사로 모두 떠났다. 그러니 훌쩍 10년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집에는 짝꿍과 나 그리고 귀염둥이 '티노' 녀석만이 남았다. 그리고 세 아이가 없으니 음식을 정식으로 해 먹는 일이 점점 줄기 시작했다. 살림이 서툰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고마운 것은 남편이 이해해주니 더욱이 고맙고 미안했다. 남편이 일을 가고 나 혼자 먹는 것이 익숙해지니 간단하게 미국 마트에 들러 편안하게 해먹는 음식들을 사곤 했었다. 그렇게 한국 마트에 들르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간단하고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사게되었다.

세 아이가 어려서는 신앙심도 깊었던지 교회 일로 집으로 교인들을 초대했던 일들이 참 많았었다. 그 일이 그리 힘겹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면 못하겠다고 도망칠 것같은 그런 마음이니 신앙심이 많이 옅어지긴 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음식을 위해 소금을 준비하는 일도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지난 며칠 전에는 동네의 작은 한국 마트을 들러 '한국 소금'을 사려고 두리번거렸다. 소금 종류가 몇 있는데 용도도 잘 모르겠고. "보통 주부들이 어떤 소금 많이 사가나요?" 일하시는 분께 여쭤봐도 시원한 대답 대신 웃음을 주신다.

그것이 그럴 것이 주부인 내가 남자분께 물으니 좀 우습긴 하다. 여하튼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 내 눈에 오래 머문 것을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직 남은 소금이 있어 며칠 찾지 않고 있다가 오늘 아침 전에 샀던 소금 봉투에서 남은 소금을 마저 소금 통에 붓고 새로 사온 소금 봉투를 꺼내어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것은 한국 마트에서 그렇게 고민을 하며 골라왔던 '소금'이었는데 먼저 소금 봉투와 똑같은 것을 골라온 것이었다.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첫눈'에 들었다는 말이 '첫인상'에 반했다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구나!! 무엇을 고를지 모를 때 한참을 고민했었는데 바로 이렇게 내 눈에 익은 것을 골라왔다는 사실에 많은 생각과 마주하게 한다. '첫눈'에 들고 '첫인상'에 반하고 매력을 느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 작은 것 하나에도 인연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소금뿐만이 아닌 옷을 고르거나 살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아무리 이것저것 만져보고 들춰보고 차근차근 골라도 결국 처음 보았던 것을 골라 집으로 올 때가 많은 까닭이다. 어찌 물건뿐일까.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한다. 서로에게 편안한 인연이 있다.

소금 얘기를 하다 보니 우리 시어머님이 생각난다. 지금은 한국에 가서 살고 계시지만, 처음 결혼해 시댁에 2년 반을 살면서 어머님께 음식을 많이 배웠다. 하지만 다른 음식은 괜찮았지만, 배워서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김치였다. 어머니께서 늘 곁에 사시니 김치를 해다 주시거나 우리 집에서 김치를 하더라도 손수 해주시기에 나는 양념통만 들고 따라다니며 어머니 시중을 들었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 한국에 가서 살고 계시니 김치를 혼자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배추 절이는 일이 쉽지 않은 까닭이었다.

소금이 어찌 한국 마트에만 있겠는가만, 한국 김치를 만들 때는 한국 소금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오랫동안 내 어머니 입맛에 익숙해져 그 소금 맛을 기억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소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언제나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주시던 시어머님의 발걸음 소리와 바쁘던 손길이 떠오른다. 이 모든 것이 삶에도 소금 맛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는 것이다. 음식에는 적당한 소금 간이 들어가야 음식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있으며 음식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소금을 고르다 멈춘 생각!! 음식도 내 몸에 맞는 것이 있는 것처럼 맞지 않으면 몸에 이상이 생기고 알러지도 일으키지 않던가. 사람도 나와 편안한 사람이 있지 않던가. 서로에게 에너지가 되는 관계가 분명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찌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며 살 수 있을까. 그렇지만, 나이 들수록 관계 속에서 일부러 스트레스를 불러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을 만큼에서의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지혜라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지금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최선이지 않을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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