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비가역 非可逆적 협정
보스톤코리아  2018-10-01, 10:56:26 
드디어 보스톤에도 가을이다. 날이 한결 선선해졌다. 사계절 흐름을 누구도 막을수는 없다. 하나마나한 소리다. 지난 여름, 한국은 폭서暴暑와 폭우暴雨에 습격당했다고 했다. 장마가 져 폭우가 쏟아지면, 내린 빗물은 빠져나갈 구석을 찾아 흘러가려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분다. 자연은 어느 공간이건 진공상태로 남겨 놓지 않다는 말과 같다. 세상은 생성과 소멸의 끝없는 반복이고, 바람은 쉬지않고 분다. 진공眞空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진공은 비어있다 추측할 뿐, 가상의 입자가 생성과 소멸을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역설인데, ‘진공은 결코 비어있지 않다는 것.’

중국고대 철학이다. 우주에서 우宇는 사방상하四方上下, 곧 공간을 말한다고 했다. 한편 주宙는 왕고래금往古來今인데, 시간을 말한다. 그럴진대, 우주는 공간뿐 아니라 시간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시간은 비가역非可逆적 흐름이라 해야겠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말과 같다. (엔트로피라는 말은 어려울 텐데, 나도 잘 모른다. 세상만사는 모두 예외없이 변화하는데, 더 복잡해지는 방향으로 간다.) 아, 머리 복잡해질 진저.

광복 이십년.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던 연속극 제목이다. 이승만대통령 목소리를 흉내내던 구민이란 성우목소리만 기억할 수도 있겠다. 광복이 이제는 이십년이 아닌 팔십년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70년을 훌쩍 넘겼고, 남북이 갈라진 세월을 말한다. 잃어버린 70년인데, 망백望百을 향해 간다. 세월을 흐르면 추억만 쌓인다.

요즘 문득 깨어난 새벽, 
나에게도 세월 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적소리를 내면서 멀어져 가는 기차처럼 
설핏 잠든 밤에도 세월이 마구 흘러간다. 

사람들이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하는 
마음을 알겠다 
(오광수, 세월가는 소리) 

며칠전 한국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다. 방북중 남북간 평화공동선언이 나왔다고도 했다. 이 선언에선 과연 비가역적이며, 결코 무효화 할 수없고, 되돌릴 수없는 약속이 이뤄졌던가? 비가역적이며 절대 물릴수 없는 선언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핵화에 큰 진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뭔가 아쉬운 마음 숨길수 없다. 

시간은 소리보다 빠르기에 하는 말이고, 소리가 빈 소리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빈다. 

바닷물을 그들 위에 되돌려 흐르게 하셨으나 (출애굽기 15:1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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