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견디는 방식(마지막)
보스톤코리아 연재소설
보스톤코리아  2018-10-29, 11:11:30 
아주 신기하게도 울어 볼까라고 생각하자마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곡해 볼까?라고 생각하자 소리까지 꺼이 꺼이 나오기도 했다. 이 고요한 작은 아파트가 들먹거리도록 소리까지 동반한 울음에 놀라 남편이 내 방문을 열고 한참을 쳐다본다. 그 어떤 것도 돌이킬 수 없다. 당돌하게 되바라진 십 대도 돌이킬 수 없고 스스로 알아버린 한계 속에 자신을 가두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허락하지 않고 스스로를 공격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말려버린 날들도 돌이킬 수 없다. 나는 둥싯한 허리 속에 고인 눈물을 출렁이며 운다. 남편이 문을 닫는다. 난 남편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당신, 내 몸을, 내 마음을 깨워 줘!"
이미 우리는 서로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남편이 조심스럽게 설거지하는 소리가 난다. 울음을 다 울고 난 뒤 거울을 본다. 눈물이 빠져나간 얼굴이 오래간만에 사람 같다. 내가 다시 손가락을 자판 위에 놓았을 때 남편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화석이 된 물고기 뱃속에 있는 또 다른 두 마리의 물고기가 뻐끔거리니 그 물고기 뱃속에서 나무 이파리가 무럭무럭 자라 나온다….


유희주 작가
유희주 작가는 1963년에 태어나 2000년『시인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7년 미주 중앙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을 수상했다. 
2015년 『인간과 문학』에 소설 『박하사탕』을 발표하며 소설 작품 활동도 시작했다. 시집으로 『떨어져나간 것들이 나를 살핀다』 『엄마의 연애』, 산문집으로 『기억이 풍기는 봄밤 (푸른사상)』이 있다. 
유희주 작가는 매사추세츠 한인 도서관 관장, 민간 한국 문화원장, 레몬스터 한국학교 교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코리안릿닷컴(koreanlit.com)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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