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유도柔道
보스톤코리아  2018-10-29, 11:12:41 
비행기 도착시 기내방송이다. Ladies and gentlemen 으로 시작한다. 낭랑한 여승무원 목소리가 오히려 편안한다. 방송은 계속된다. ‘보스톤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 좌석벨트 사인이 꺼질 때까지 잠시만 자리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사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일상적 기내방송은 연착륙軟着陸일적에만 가능하다. 연착륙이란 부드럽게 착륙한다는 말이다. 

어디 비행기에서만 연착륙이랴. 낙엽 한잎 떨어지는데에도 엄연히 범절이 있는법. 낙엽은 언제고 연착륙이다. 아니 연착지軟着地라 해야겠다. 하지만 시냇가에 사뿐 떨어져 흘러가는 낙엽은 또다른 낭만일 수 있겠다. 붉은 단풍잎이라면 그럴듯 하다. 오광수 시인이다. 낙엽은 가볍다.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 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머리 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오광수, 낙엽 한 장)

중학교 적이다. 교과목에 유도柔道가 들어 있었다. 도복을 구해 입고, 첫시간이 되었다. 유도선생님의 일성一聲이다. ‘낙법落法이 먼저다.’ 훈시가 이어졌다. ‘엎어치기건, 메치기건, 잡혔을 적엔 제대로 떨어져야 한다.’ 연착지軟着地해야 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도에선 상대방의 도복깃을 잡고 경기를 시작한다. 슬쩍 밀고 당기며 피차 기회를 옆보는 거다.  한편 상대방이 밀면 당긴다. 상대방이 당기면 밀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Push-Pull이다. 대신 상대방보다 앞서야 하는 게 있다. 바로 균형감각인데, 균형은 잡아야 한다. 떨어지는 추풍낙엽도 균형을 잡고 있을까? 아마 그러할 것이다. 세상이치가 그러하다.

누군가 키신저에게 물었다.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가? 그의 대답이다. ‘국제적 힘의 구도를 국익에 끌어들이는 지혜와 능력.’ 대답은 평이한데, 끌어 들인다는 말에 주목했다. 미는건 쉬울지 몰라도 끌어 당기는 건 만만치 않을 듯 싶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에 밀당이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밀고 당기며 머리싸움이 한창이란 말과 같다. 지루하기만 한데, 한판승을 기대하는 건 난망難望인 듯 싶다. 오죽하면 우세승優勢勝이란 것도 있을 것인가. 양편 모두 이기는 윈윈게임은 정녕 없는 건가? 하지만, 부탁하건데 균형만은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쪽에서 자꾸 당기기만 하는 듯해서 하는 말이다. 계속되는 회담이 사뿐히 착지着地되기만 빈다. 

지난번 아시안게임 중, 유도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더냐?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이사야 60: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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