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그 남자의 로망
보스톤코리아  2018-11-05, 10:34:17 
어디선가 읽었다. 이 글의 시작은 이렇다. ‘남자는 로망으로 산다. … 남자가 로망을 잃으면 더 이상 남자가 아니다.’ 

남자의 로망이라? 유튜브에서 봤다. 맥주광고였다. 부부가 친구들을 초대했고, 집을 구경시키고 있었다. 아내는 친구들을 옷방으로 먼저 안내했다. 친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순간, 남편친구들의 시끌한 목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친구들에게 맥주저장고를 자랑한거다. 커다란 냉장고가 여러개 설치된 방이었다. 방엔 냉장고마다 맥주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마키아 벨리.  귀에 익은 이름이다. 그는 대단한 공부광이라고 들었다.  저녁때 직장에서 퇴근하면 궁정복으로 갈아 입고, 서재로 갔다고 했다. 서재에선 책을 읽고 글을 썼을터. 그의 저작들은 서재에서 생산된게 틀림없다. 마키아 벨리의 서재는 어땠는지 그건 궁금하다. 아마 조촐하지 않았을까. 

서재 이야기가 나온김에 덧붙인다. 몇주 전이다. 우리교회 노老선배 한분이 말씀하셨다. 보스톤코리아 이 졸문을 읽으신다 했다. 질문성 말씀을 이어갔다. 아마 내게는 책이 가득 들어찬 서재를 갖고 있을 것이다. 대답이 궁했다. 그냥 얼버무렸는데, 큰 실례를 저질렀다. 

나라고 서재를 향한 로망이 없지는 않았다. 개꿈이었는데 폼나는 서재를 갖는 것이었다. 서재 한 구석엔 작은 미니바를 갖춰야 한다. 은은한 전등불빛 밑에 와인과 책은 기막힌 조합일 테니 말이다. 푹신한 안락의자가 있다면 첨화添花다. 책은 읽는 둥 마는둥 와인에 취해 잠에 빠질테니 그건 문제다. 

서재엔 서가書架가 있어야 한다. 한창 연구가 재미있을 적이다. 교수나 선배들 오피스를 엿봤다. 전공저널이 책장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게 부러웠고, 멋있어 보였다. 한편, 각종 전공시험엔 신간저널에서 문제가 출제되었다. 당연히 나역시 구독해야 했다. 폼이 먼저고, 겉멋이 앞섰다. 돈을 내고 받아보기로 했다. 격주로 두어권씩 우송되어 내게 도착했다. 밑줄쳐 가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시들해졌다. 대신 내 작은 서가는 신간저널로 채워져 갔다.  스스로 흡족했음은 물론이다. 아, 나도 이젠 학자의 반열에 들어섰군. 어~흠.  역시 폼생폼사된거다. 

서재나 서가書架를 향한 짝사랑도 시들해졌다. 십수년 전 이사올적에 쌓아 두었던 스물몇개 저널박스는 아직도 풀지 못했다.

아내의 일갈一喝이다. 게을게 누워 책장을 넘기는 한가한 내 모습을 본 다음이다. ‘애가 보고 배운다. 썩 일어나지 못할까!’  투덜대는 내 항변이다. 포서면抱書眠일텐데, 책을 품고 잠이 드는중. 

먼저 인용한 글에서 다시 따왔다. ‘고통스러운 밥벌이의 시간이 끝나면 다른 한쪽 구석에서 다른 꿈을 꾼다.’ 당신의 로망은 무엇인가?

모세의 책중 가시나무 떨기에 관한 글에 (마가 12:2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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