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시詩와 과학과 사랑의 무게
보스톤코리아  2018-11-19, 11:14:31 
시詩와 과학은 서로 소 닭 보듯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졸문은 시와 과학과 사랑이다. 과학과 인문과 시와 사랑을 뒤섞어 낸다. 

보스톤은 과학도시이다. 보스톤 가을은 시詩와 잘 어울린다. 시인도 아닌 나는 시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시 한구절엔 가슴이 뛴다. 낙엽지는 보스톤 가을엔 더하다. 감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우긴다.  

훈민정음 서문이다. ‘나랏 말쌈이 듕국과 달라 서로 사맛지 아니할쎄.’ 사맛다는 말은 서로 통한다는 말이라 했다. 수백년전에 쓰던 말이 현대엔 사맛지 않을터. 세상엔 서로 통하지 않는게 더 많을테니 말이다. 어디 한국어와 중국어 뿐이랴. 시와 과학도 그런듯 싶다. 사랑과 과학도 서로 사맛지 않을듯 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서로 통할적도 있다. 시인 김인육이다. 사랑의 물리학이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하늘 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쿵하는)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했다.
첫사랑이었다.
(김인육, 사랑의 물리학)

한국 맥주 선전문구가 떠올랐다. ‘사랑이라면 무겁고 좋아한다 말하면 가볍다.’ 사랑과 좋아하는 감정을 저울에 얹었는데, 무게는 질량의 정량적 측정이다. 과학과 인문人文의 만남이라 해야겠다. 가을에 읽기 기막힌 시가 또있다. 김현승 시인이다. 넓이와 높이와 깊이가 눈물을 통해 시와 만났다. 과학과 시가 서로 교통할적도 있다. 

넓이와 높이보다
내게 깊이를 주소서,
나의 눈물에 해당하는…
(김현승, 가을의 시 중에서)

이 가을엔 시를 찾아 읽는다. 과학과 서로 통하는 시라면 더욱 그럴싸하다. 시는 한번도 쓰여지지 않았던 시 일수도  있겠다. 류시화 시인이다. (이 시 구절은 보스톤한인교회 이영길 목사 설교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읽는 맛이 삼삼한데, 좋아한다는 말을 사랑으로 바꾼다.

지금까지의 모든 시들보다 
아직 써지지 않은 시를 사랑한다 

지구의 질량이 얼마라 했지? 무지 무거울텐데, 태양보다는 가볍다. 하지만, 사랑이 훨씬 무거울 것이다. 

그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에베소서 3:1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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