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배려
보스톤코리아  2019-01-14, 11:53:16 
우리집 강아지 송이와 놀적이다. 궁금한게 있다. 내가 강아지와 놀아 즐거운 건가? 아니면 정녕 강아지가 즐거운 건가? 그것도 아니면 둘다 즐거운 건가? 물론 나야 즐거운데, 아내에게 물었다. 묵묵부답. 시원한 답없는 질문 되었다. 

기억나는 우화 한 토막이다. ‘ 한밤중이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걷고 있었다. 한손은 물동이를 잡고 있었는데, 다른 한 손에는 등불이 들려 있었다. 마주 오던 사람이 물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텐데, 왠 등불인가? 대답이다. ‘이 등불은 나 때문이 아닙니다. 당신이 나와 부딪치지 않게 하는 겁니다.’ 윈윈 이다. 

물동이 물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다. 시인의 우물 시이다. 우물은 목추기고 가라는 배려이기도 하다.

마당 한복판에 
우물을 팠습니다 
그대가 
목마를 때 살며시 와 
목 축이고 가라는 배려였습니다 

어느 날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그대 모습이 
생생하게 
박혀 있었습니다
(반기룡, 우물)

사랑, 어머니, 행복, 고맙습니다. 예쁘다.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몇개이다. 십 오륙년전 한국 중앙지에 실렸다. 오늘날 다시 묻는다면, 배려란 말이 당당히 앞자리에 서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 앞서기를 바란다. 배려는 사랑과도 통하는가. 사랑하지 않으면 배려할 수없을테니 말이다. 한편, 요사이 한국 젊은이들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쿨’하다. 한국인은 분명 ‘핫’하다 했는데, 말은 쿨하다. 전철안에서 자리 양보하는 젊은이들 분명 핫 하면서도 쿨하다. 우물만큼 깊은 배려일 것이다. 

지난 12월 초였다. 오고가는 길에 반기가 걸려있는 걸 봤다. 조지부시 전미국대통령이 서거했다. 

배려. 부시대통령의 생애를 정리할 적에 나온 단어중에 하나다. 그가 삭발하고 나온 사진도 같이 실렸다. 삭발한 백혈병 아이를 안고 찍은 사진이다. 그의 마음이 존경스럽다. 배려란 한 단어로 그의 마음을 읽을수 있다. 

부시대통령이 신었던 양말은 배려란 말과 같이 더 따뜻해 보인다. 아니, 차라리 쿨해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Read my lip’.  양말문구에 추가해야 겠다.  Read my socks. It’s cool!  그의 명복을 빈다. 

세심한 배려를 하는도다  (열왕기하  4:1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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