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김현 장로님을 기린다
보스톤코리아  2019-03-18, 10:44:53 
지난 주일이다. 교회에 들어섰다. 교회 주보를 집어들고 예배순서를 훑었다. 이어 눈은 교회소식난으로 갔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혹시 오타나 오보가 아닌가 내눈을 의심했다. 우리교회 김현장로님 부음소식이었다.

그가 성큼 교회문을 열고 들어선게 엊그제 였다. 악수와 인사말을 주고받은게 바로 지난 주일아침이었던 거다. 이런 참담한 일이 있는가?

두어해 전이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이었다. 장로님이 어려울적 회고다. '어린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 자는 걸 보고있으면, 참 막연했지.' 장로님이 아직 젊을적에 당신의 자녀들이 한창 자랄 적인게다. 이제 자녀분들 모두 장성해서 제갈길 훌륭히 찾아가고 있을터. 

지난해 인가 보다. 장로님이 권사님과 함께 나를 불러세우셨다. 혹시 내가 뭐 잘못한게 있었나 지레 겁을 먹었다. 권사님 말씀이다. '보스톤 코리아에 실린 '라면 먹고 갈래요' 잘 읽었어요. 실은 우리부부도 라면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졸문을 즐겁게 읽으셨다는 말씀이었다. 듣고 있던 장로님은 그저 고개를 끄떡이며 미소짓고 계셨다. 계면쩍은 웃음인데, 적극 동의한다는 표식이었다. 막혔던 내 숨통이 터졌다. 긴장이 쉽게 풀렸는데, 대답할말은 찾을 수 없었다. 두분은 라면 한그릇을 놓고도 감사기도를 올리셨을게 분명하다. 

라면 한봉지 시이다. 

흰 국화 한 다발 
가슴에 들쳐 안고 
너를 찾아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 
라면 한 봉지를 샀다 
...
눈물은 흘리지 않기로 한다 
...
말없이 국화 꽃잎 
오른손 한가득 훑어내어 
....
라면 한 봉지 잘게 부숴 
여기저기 뿌린다.
(김에스더, 흰 국화 한 다발과 라면 한 봉지중에서)

라면을 끓이며. 소설가 김훈의 책제목이다. 이젠, 라면을 끓일적마다 장로님 생각이 날 것이다. 아니, 권사님 생각이 먼저 날지도 모르겠다. 

평안하십시요.  삼가 장로님의 명복을 빕니다. 

평안이 그에게 머물 것이요 (누가 10: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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