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노락 老樂
보스톤코리아  2019-06-03, 10:04:56 
몇주전 졸문에서 노老자字를 다시 들먹였다. 우리교회 장로님이 한말씀 하셨다. 졸문을 읽으신 후였다. ‘노老자는 여엉 좋아하지 않는다.’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허둥댔더랬다. 이젠 늙을 노老자를 어른으로 바꾸어야 할까보다. 

보스톤코리아 일면에 실렸다. 다음 미국 대통령선거에 바이든 전前부통령이 출마한다는 기사였다. 그가 분명 연세 지긋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그는 현재 76세라고 했으니 말이다.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그는 미국정계 원로라면 원로일 것이다. 하긴 레이건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할 적에 72세였다고 했던가. 트럼프 대통령도 72세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민주당 워렌후보는 69세일 적에, 샌더스후보는 77세라고 했다. 모두 원로들이고 노익장임에 틀림없다.

1966년 이라 했으니 반세기도 넘었다. 뉴욕에 머물던 김환기화백이 친구인 김광섭시인에게 보낸 편지이다. 내용을 옮긴다. 한글철자는 고치려 했고, 한자도 그대로 적어내고자 한다. 당시 김환기화백은 한창 50대 초반이요, 김광섭시인은 60대 초반이었다. 시인은 병중에 있었던 모양이다. 

‘외로우시겠지. 할말이 없어요. 빨리 일어나세요. 빨리 健康(건강)을 되찾으세요. 그래서 겨울산에도 가고 술집도 찾고 하세요. 나는 기타 하나와 스케이트 한벌을 사고 싶어 벼르고 있어요. 이런 것으로 무심無心(무심)해 지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나도 빨리 일어 나서 Hudson 강가에나 부지런히 나가고 健康(건강)해 지고 싶어요. 그리고 다시 참신한 일을 시작하고 싶어요. 부디 서러워 마시고 빨리 健康(건강)해지셔서 환희에 찬 싱싱한 詩(시)를 써 주십시요. 빨리 돌아가고 싶지만 왜 돌아가지 못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그럼 부디 安寧(안녕)-. 또 쓸께요.’ 

몇 단어가 내 눈을 잡았다. 외로우시겠지. 외로운 친구가 외로움을 타는 다른 친구에게 보내는 위로아닌 위로인게다. 무심無心이란 말도 사뭇 눈에 띄였다. 무상념이라 해야 할까? 무상념이 정녕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일수도 있겠다. 편지엽서를 받았을 김광섭 시인이다. ‘밤이 깊을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너 하나 나 하나는/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중에서). 

몇주 전 한국 청와대에선 사회원로元老들을 초청했더란다. 조언을 듣고자 했을 터. 원로라 했으니, 사회 어른들만 초대받았으리라 믿는다. 대통령은 원로들과 어른들 말씀을 무심히 듣고 흘리지 않았으면 한다. 

부디 모두 건강하게 하지만 무심히 노락老樂하시라. 늙을 노老에 즐거울 낙樂이다. 그런데, 별도 나이들어 노성老星이 되면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밝음이 있어 사라지는 건가? 별들은 무심할 수는 있겠다. 나 역시 무심과 무상념을 쫓는다. 하지만 바이든의 대통령 선거는 쫓아 읽을지 모르겠다. 무관심할 수없어 그런다.  

외로운 자가 주를 의지하나이다. (시편 10:1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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