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70 ] 티라미스를 아시나요?
보스톤코리아  2019-08-01, 20:26:06 
열심히 일을 하고 난 오후 두 시. 뭔가 신경을 다잡아줄 짜릿한 그 무엇이 필요한 시간. 그럴 때  생각나는 것이 한 잔의 커피와 티라미수 케이크가 아닐까. 노랗달까 희달까, 아리까리한 부드러운 색깔의 케이크 조각 위로 계피가루처럼 짙은 갈색의 코코아 가루를 뿌린 케이크 조작. 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우리나라엔 비교적 늦은 1991년에 ‘티라미스’란 이름으로 처음 소개된 tiramisu는 이름이 풍기듯 이탈리아 베네토의 한 식당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의 관심을 끄는 것은 티라미스 케이크 조각보다는 그 tiramisu란 이름이다. 이탈리아어로 tira-는 ‘끌어올리다’, mi-는 ‘나’, su-는 ‘위로’란 뜻이다. 그러니까 ‘나를 들어올린다, 기분을 고양시켜 준다’란 멋진 뜻이다. 아닌 게 아니라 티라미스는 이름값을 한다. 피로가 몰려오는 오후 2시, 마치 주인이 말하지 않아도 가야할 곳을 향해 가곤 했다는 김유신의 말처럼, 카페인의 기억을 되살려낸 나의 장기기억장치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커피숍으로 향하게 한다. 커피의 쓴맛과 티라미스의 향긋함으로 통해 나의 기분은 두 번째 아침처럼 활력으로 가득 찬다. 

생김새가 tiramisu와 아주 비슷한 pyramid도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런데 사각뿔 모양의 피라미드가 사실은 그리스의 빵모양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6세기에 영어에 도입된 이 단어는 고대불어 pyramide를 거쳐 라틴어 pyramis에서 온 것이고, 이 단어는 또 그리스어 pyramis에서 왔다. 일설에는 이 단어가 이집트어 pimar에서 왔다고도 하고, 또 일설에는 그리스어 pyramis가 꿀과 밀가루로 만든 사각뿔 모양의 빵을 의미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리스어로 pyros는 ‘밀가루’란 뜻이다. 즉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바로 이 밀가루 빵의 모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피라미드란 이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머금은 단어들은 영어에 많이 있다. touch-me-not(봉숭아)이라든가 forget-me-not(물망초)과 같은 고전적인 단어들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전설에 의하면, 한 소년과 소녀가 다뉴브 강가를 걷고 있었다. 강가에 아름답게 피어있는 사랑스런 꽃이 소녀의 눈에 들어왔다. “내가 저 꽃을 꺾어 줄게.” 소년이 말을 하면서 가파른 강둑으로 가서 꽃을 뿌리째 뽑으려고 했지만 잘 뽑히지 않았다. 소년은 균형을 잃고 강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외쳤다. “Forget me not, my love!” 소녀는 푸른 눈을 가진 소년을 잊을 수가 없었고, 푸른 꽃잎을 가진 그 꽃은 그 후부터 forget-me-not이라 불리게 되었다. 물론 이 이름의 유래는 더 이른 시대에 프랑스어에서 번역되었다는 설도 있다. 1530년대에 고대프랑스어 ne m’oubliez mye(나를 잊지 마)라는 구절을 영어로 번역하여 만들어진 꽃 이름이라는 것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예상을 뒤엎고 깜짝 상을 탄 Touch-Me-Not이란 루마니아 영화도 있지만 touch-me-not이란 꽃은 말 그대로 건드리면 터지는 봉숭아를 말한다. 봉숭아는 ‘봉선화’의 사투리 발음이기도 하다. 

꽃으로도 유명하지만 아주 중요한 심리학 전문용어를 남긴 단어가 그리스 신화의 슬픈 주인공 Narcissus이다. 그는 아주 잘 생긴 소년이었다. 모든 요정들이 그를 사랑했지만 그는 그 어느 요정에게도 끌리지 않았다. 그를 짝사랑하던 요정 에코는 거절당한 사랑의 상처로 인해 숲속 깊은 곳으로 가게 되고, 어느 날, 사냥을 하던 중 그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만 그를 잡으려다가 호수에 빠져 죽게 된다. 메아리가 산속에서 더 잘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에 의해 되살려진 narcissism, narcissist, narcissistic는 모두 자기애에 빠지는 정신상태와 관련이 있는 단어들이다.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에코와 나르시스>는 나르시스를 바라보는 에코의 애절한 눈빛과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진 그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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