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고의 영어잡설 71 ] 매니큐어는 치료용
보스톤코리아  2019-09-02, 10:26:33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시대의 고금이나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점점 더 심화되어왔다. 최근에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것처럼 보이는 네일아트도 알고보면 그 역사가 매우 유구하다. 일찍이 기원전 5천년 경 고대 이집트에서도 여성들은 헤나를 이용해 손톱에 물을 들였음이 무덤 벽화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같은 무렵 바빌로니아에서도 남자들이 흑색이나 녹색의 화장용 먹을 이용해 손톱에 물을 들였다. 특히 전쟁을 앞두고 바빌론 전사들은 몇 시간씩 들여서 손톱에 물을 들이고, 머리를 곱슬머리로 치장했으며, 온갖 화장을 했다. 손톱의 색깔은 사회적 신분을 나타냈으므로 전사들에게 네일아트는 필수였던 셈이다. 

기록에 의하면 최초의 네일아트용 도료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기원전 3천년 경의 중국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꿀벌의 밀랍, 계란의 흰자, 젤라틴, 식물, 아랍 산 검을 섞어 만든 도료에 손톱을 오랫동안 담그어 둠으로써 염색을 했다고 한다. 기원전 6백년 경 주나라 시대에는 네일아트가 한층 발전해서 왕족들이 이 도료에 황금이나 은가루를 첨가하여 손톱에 바름으로써 자신들의 고귀한 신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1800년대에 발 치료 전문의인 시츠 박사가 치과공구를 이용해서 현대적 의미의 매니큐어를 만들어냈다. 이 당시의 매니큐어는 단어에서도 드러나지만 manicure 즉 손톱(mani-)을 치료(cure)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치료용이 아니라 예술용으로 nail art가 전 세계에서 광풍처럼 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2012년에는 <NAILgasm>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지고 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라틴어 어근 mani-는 ‘손’이고, cure는 ‘치료하다’이다. 손을 치료하는 것이 manicure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mani- 혹은 manu-는 영어에서 수많은 파생어들을 만들어냈다. 손으로 쓴 원고란 뜻의 manuscript에서 손을 쓰는 노동이란 의미의 manual work, 손으로 조작한다는 의미의 manipulate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라틴어 facere(만들다)와 결합된 manufacture(생산하다), 손에 잡힐 듯이 분명하다는 의미의 manifest, 손에 들고 다니며 참고할 수 있는 안내문이란 뜻의 manual 등이 있다.   

손을 치료하는 것이 manicure라면 발을 치료하는 것은 pedicure이다. ‘발’을 의미하는 ped-와 pod-에 대해서는 전에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cure는 ‘돌보다, 치료하다’이다. secure는 다른 사람의 손에 닿지 않도록 분리해서(se-) 보관하는(cure) 것이므로 ‘안전하게 하다’란 의미가 생긴다. 반대로 curator는 손에 넣고 보살피는 것이므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작품을 다루는 사람 즉 큐레이터를 가리킨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교구의 월급 받는 보좌신부를 curate라 한다. 교구의 신자들을 보살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굳이 라틴어 어근을 쓰지 않더라도 hand란 영어도 많은 파생어들을 만들어낸다. handy는 ‘재주가 많은’이란 뜻이고, handyman은 손을 쓰는 사람이니까 ‘피고요인, 일꾼’이란 뜻이다. 손을 써서 공예품을 만드는 것을 handicraft라 하고, 사물을 다루는 것을 handle이라 한다. 콩글리시에서는 모든 손잡이를 handle이라 하는데, 영어에서는 handle이 주로 동사로 사용되고, 우리가 말하는 ‘핸들’이란 말은 다양한 다른 단어로 지칭된다. 예를 들면 자동차의 핸들은 steering wheel이고, 문의 손잡이는 knob이며, 야구방망이의 손잡이 부분은 handle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grip이라 불린다. hands-on은 손을 대서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hands-free는 손을 대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뜻이며, hand-grenade는 손으로 던지는 폭탄, 즉 수류탄이다.  

 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기 골프를 할 때마다 핸디를 얼마나 줄 건가 하는 문제로 옥신각신 하는 경우가 있다. 핸디란 영어 handicap을 줄여서 하는 말이다. 1650년대에 생겨난 이 단어는 hand in cap에서 줄어든 것으로 두 도박꾼이 불공정한 게임을 막기 위해 제3자의 감시 하에 모자 속에 손을 넣어 가짜 돈을 끄집어내는 도박을 한데서 유래한다. 경마경기에서는 유리한 말이 다른 말보다 무게를 추가하여 나르도록 한 것을 handicap이라 했다. 그러니까 골프에서 내기를 하려면 실력 차이를 상쇄하고 공평한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실력이 더 나은 사람이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몇 타를 더 적게 쳐야만 동등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실력차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올댓보스톤 교육컨설턴트, orugo4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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