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신영의 세상 스케치 710회
보스톤코리아  2019-09-09, 12:17:41 
도종환 님의 '흔들리며 피는 꽃' 시편을 읽고 또 읽으며 며칠을 깊은 생각에 머물러 있다. 그래 시인의 가슴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여정에서 만나는 삶은 생각처럼 그리 만만치 않음을 깨닫는 오늘이다. 서로 부딪히면서 스치는 인연에 웃음과 울음을 내고 생채기도 그어가며 그 상처를 보듬으면서 그렇게 서로 치유하며 사는가 싶다. 이 세상에서 홀로이지 않은 것이, 외롭지 않은 것이 그 무엇 하나라도 있을까. 서로 마주 보고 있어도 외롭고 고독한 것은 애써 변명하지만, 세상과 마주할수록 사람과 마주할수록 더욱 깊이 사무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병인가 싶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사람으로 상처받고 고통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또한 그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 속에 있는 따뜻한 사랑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처럼 부대끼며 살고 쓰러지고 일어서고 일으켜 주며 사는 것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이 세상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우리의 세상인 까닭이다. 그래서 살 만한 세상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저 들꽃을 보면 마음이 평온해져 오지 않던가.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나처럼 하늘을 본다. 그 무엇과도 경계 짓지 않아 좋은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을 보면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내 곁에 있는 것들도 모두가 하늘을 향해 얼굴을 마주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도 들꽃과 들풀도 햇살 가득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다. 자연과 함께 마음을 마주하면 속에 가득 찬 욕심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나의 숨결을 느낄 때면 더 바랄 것이 없는 깊은 평안을 만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참으로 고운 시어에 눈물이 고인다. 하도 맑아 시린 느낌이다. 아, 시인은 행복하구나! 어찌 저리도 맑디맑은 영혼을 노래했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흔들리는 들꽃을 얼마를 보았던가. 저 흔들리는 꽃에서 바람을 보고 비구름을 보았을 시인의 맑은 영혼이 가슴 속을 파고든다. 그래 피고 지는 꽃을 보면 우리네 삶과 어찌나 닮았던지! 가끔 들꽃과 들풀과 마주하면 인생의 긴 여정을 미리 그림으로 그려본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어찌 이리도 사유 깊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그래 사랑이란 이처럼 가슴 아파 견딜 수 없어 죽을 것만 같은 것이리라. 그래도 죽지 못하고 살아 또 마주하는 삶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사랑이란 보내는 가슴이나 남아 있는 가슴이나 떠나는 가슴이나 모두가 아픔인 것이다. 살면서 가슴 한편에 시린 사랑 하나쯤 남겨두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시린 가슴 다독이며 가다 보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행복에 겨워하는 그런 것이 진정한 사랑은 아닐까.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모두가 행복을 원하고 달라고 한다. 도대체 행복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모두가 원하는 것일까. 행복의 색깔은, 모양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이제는 인생이란 것이 어떤 빛깔인지를 어렴풋이 알아간다. 그 어떤 삶일지라도 평범한 삶이란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삶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삶은 그래서 슬픔도 행복도 따로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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