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뜰의 '부추'를 뜯어 소쿠리에 담으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741회
보스톤코리아  2020-05-04, 10:47:18 
뒤뜰의 노란 개나리가 피더니 앞뜰의 벚꽃이 피고 목련이 피었다. 자연은 이처럼 요즘 인간 세상의 아픔과 슬픔, 고통과 좌절과는 무관한 것처럼 계절에 순응하며 제 삶대로 흘러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찌 이 자연들이라고 어려운 시기가 없었을까. 혹한의 겨울의 언 땅에서 제 생명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썼을 것이며, 그 단단한 언 땅을 뚫고 햇볕을 받고자 이른 봄 새순을 틔워 올렸을 것이다. 그 어둡고 춥고 캄캄한 터널의 긴 겨울을 이기고 넘기고서야 '생명'을 얻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도 저 자연들처럼 지금의 이 어둡고 캄캄한 터널의 시간을 잘 이겨내길 소망한다.

미국의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1월 21일 시작되었으니 4월 30일이면 100일을 맞는다. 그 백일 동안에 4월 28일 자로 미국에서는 확진자가 100만을 넘었고 사망자도 5만을 넘겼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매일 뉴스를 접하며 답답한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 어려운 시기가 차차 가라앉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 생명을 잃은 이들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아픔과 고통은 누가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 앞에서 현재의 두려움과 미래의 학업과 직장과 사업에 대한 불확실에 대한 염려가 크다.

그렇다고 무작정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지금의 어려움 속에서 잃는 것이 있기에 우리의 삶에서 배우는 것이 분명히 있다. 이처럼 지금의 코로나19가 가라앉는다고 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의 병들은 또 다른 이름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엄습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선 건강한 면역력을 위해 각자 건강을 잘 챙겨야 할 것이다. 삶에서 게으름으로 피하던 운동도 시작해야 할 것이고, 지병이 있으면 지병에 따른 건강 관리와 병이 없더라도 몸에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음식 식단으로 제대로 잘 챙겨 먹어야 할 것이다.

부엌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창밖 바로 아래에 텃밭이 있다. 오래전에는 정성을 들여 오이, 고추, 상추 등을 심어 자라는 풍경을 즐기기도 하고 맛나게 먹었던 때도 있었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게으름으로 있었는지 몇 년째 밭을 풀밭으로 만들고 말았다. 눈뜨면 내다보이니 볼 때마다 밭의 풀도 뽑고 무엇인가 올해는 심어야겠다고 마음먹기를 몇 년째 올봄도 그만 넘기게 생겼다. 오늘은 뒤뜰의 텃밭에 나가보았다. 부추의 여린 새순이 풀들과 뒤섞여 자라고 있었다. 집에 들어와 가위와 소쿠리를 들고 다시 나가 부추를 뜯어 소쿠리에 담기 시작했다.

무관심으로 있던 '부추'를 뜯어 소쿠리에 담으며 참으로 많은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염치없음을 떠올렸다. 텃밭의 주인은 풀도 뽑아주지 않고 물도 주지 않았는데 이 부추는 하늘의 태양 볕을 받아 자라고 하늘의 비를 받아 자라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를 쪼그리고 앉아 하나둘 가위로 잘라 소쿠리에 모으니 두 소쿠리가 되었다. 가끔은 꼼꼼한 성격이라 대충하지 못하니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를 지어야지 하고 그렇게 2시간을 뒤뜰의 텃밭에 앉았던 것이다. 부추를 오늘 뜯었으니, 내일은 무성한 풀들을 뽑아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요즘은 산을 오를 때처럼 기다림을 반복 연습한다. 그것은 나의 삶의 철학이며 내 삶의 방식이다. 정상을 오르지 못하면 그 언덕 너머의 것을 볼 수 없음을 안 까닭이다. 힘들어도 걸어야 한다. 되돌아오면 그 언덕에 다다를 수 없으며 언덕 너머의 그 무엇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에는 Grand Canyon Hiking(South Kaibob Trail -> Colorad River ->Bright Angel Trail)을 12시간의 긴 하이킹을 하고 돌아왔다. 그때 배운 것이 있었는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그재그 산길'이었다. 너무도 지치고 힘든데 꺽이는 그 지점이 '바로 목표지점'이란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 '바로 목표지점'은 내가 계획하고 시작한 작은 일인 것이다. 오늘처럼 뒤뜰의 텃밭에 2시간을 넘도록 앉아서 부추를 뜯어 소쿠리에 담는 일. 지금의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에게 '손바느질 마스크 만들기'로 도네이션을 하는 일. 특별히 커다란 것이 아닌 작은 일이지만 '실천'은 곧 '정상'을 오르는 일이며 그 일을 해내고 나면 가슴에서 차오르는 그 느낌이 바로 언덕 너머의 큰 기쁨인 것이다. 이렇듯 멈추지 않고 흐르는 오늘이 감사이고 축복이라고 또 고백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최선을 다하는 오늘의 삶이길 기도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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