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의 명상 (1)
보스톤코리아  2020-10-05, 10:54:14 
올 봄에 갑자기 들어닥친 코로나의 돌풍은  창앞까지 찾아온 봄의 전령도 반갑게 맞아주기가 조심스러웠다. 이 역풍은 여름조차 통채로 삼켜버리더니 이제는 이 위기가  언제나 멎으려나하는 불안 속에서  벌써 가을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나는 내가 속한 운동클럽이 폐쇄되어 단체운동의 길을 잃게되었다.  혼자서라도  운동은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이웃을 산책하는 것이 어느듯 나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다행이랄가, 내 이웃에는 잘 손질된 대저택들이 즐비하다. 이 저택들의 소유자의 대다수는 유태인이지만 그중에 상당수는 동양인이거나 아니면 백인과 결혼한 동양인일 경우가 많다. 이런 것울 보면 미국의 본토백이 청색의 혈통 (Blue Blood)도 점점 물려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뉴톤에 있는 여러개의 마을중에도 내가 사는 마을은 각집의 년 평균 수입이 $100,000을 넘는 부촌이라고한다.  우리집은 아마 그 중에서 가장 작 은 집에 속할것이다. 그러나,  지하층에 있는 남편의 서재에 20,000권이 넘는  장서와 2,000여장의 레코드를 수장할 수 있었고 여기서 내 남편과 꿈같은 19년의 결혼생활을 한곳이니, 내집은 그 크기를 막론하고   정녕  즐거운 집이고 여기서 내 여생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있다. 

세계를 휩쓸은 코로나의 위세는 지난 6개월동안 미국에서만도 195,000명의 사상자를 내었고 이 숫자는 미국이 한국동란 이후에 미국인이 겪은 모든 전쟁의 사상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에 겹친 흑인 인권운동 (Black Lives Matter)은 이 전염병의 전파를 더욱 악화시켜서,  의술이 최고도로 발달되어 있다는 미국이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속출하고 있으며  그 기세는 아직도 좀처럼 꺽이지 않고있다. 이러한 불운에도 불구하고 백인우월주의를 고집하는 공화당의 60%는 현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한다고하니 백인 우월주의가 얼마나 미국인 사회에 깊이 뿌리밖고 있는가를 상기시켜준다. 이들간의 권력다툼에 끼어있는 동양인, 특히 우리 한국인들은 흑인들의 약탈과 방화등으로 인하여 막심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하며, 따라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민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한다. 강력범이 많아지니 더 이상은  미국에 살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수주의 백인들의 사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인구는 다민족의 수가 더 많아져서 보수파의 백인들은  소수로 전략하고 있으며 그 예로  지난해 하바드 입학생들의 50% 이상이 백인이 아닌 다민족이었다. 흑인 인권 운동의 항쟁은 노예해방 을 선언한지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끈임없이 전개되는 사회적 만성질병이며 이 문제는 미국의 흑인들이 지속적으로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하는 오랜 투쟁이 될것이다.  말할 나위도 없이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전염병의 결과는 수많은 사상자의 문제인데 오늘은 이런 죽음이 인간 생활에 있어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보려한다.

죽음은 생물학 견지에서 보면,  세포가 분열할때마다  우리의 세포가  지니고 있는 생명줄이 (telomere) 조금씩 줄어들어 그 이상 줄어들을수 없게  될때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물, 특히 동물은 일정한 길이의 생명줄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것이 수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인간에 있어서는 100년을 중심으로하여  ± 20%, 즉 80-120세가 우리의 수명인셈이다. 물론,  우리 몸 속의 정상세포가 악성으로 변형되면 이들은 자신의  생명줄을 연장시키는 효소를 가지게 되어  주체 (host)가 소멸한 후에도  조직배양을 통하여 무한히 살아남게된다.  그러나 우리 몸속의 모든 세포 (3x1013)가 동시에  악성으로 변형되지 않는한,  우리의 생명은 끝을 내게 되어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이런 죽음을 두려워하여 일생을 두고 비창한 음악을 작곡하였으며 모찰트는 36세에 요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아서 경쾌하고 명랑한 음율을 많이 남겼다. “신은 죽었다 ”라고 큰 소리를 하던 영국의 수학자 뻐트랜드 러쎌은 죽음이 임박해오자 이를 두려워하여 공포에 떨었다고한다. 제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은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죽음을 두려워하여  삘리 그래함 목사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안수기도를 받음으로써 마음의 평안함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의 속담중에 잘 죽는것이  다섯가지 복에 든다고한다. 영국의 대문호인 쉐잌스피어는  “All is well  that ends well” 이라하여 끝이 좋으면 모든것이 잘 된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잘죽는것보다 더 중요한것은 우리가 일생을 통하여 무엇을 하다가 죽었는가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가 포로가 되어 화형을 당한 죤다크,  그리고  3.1 운동에서 체포되어 옥사한 우리의 유관순여사, 촉석루에서 적장을 안고 익사한 황진이는 모두 10대의 소녀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아 우리 발길의 등불이 될것이다.  일제의 생체실험 대상이 되어 죽은 우리의 애국시인  윤동주, 그리고 같은 26세에 폐병과 신랄한 비평속에  죽음을 맞이한 영국의 의사시인 죤 키츠등이 남긴 주옥같은 시는 오늘날도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곤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몰려 자살을 감행한 화란의  천재 화가 반 코흐  의 작품은 오늘날 수많은 미술관을 장식하고 있으며 , 폐병으로 요사한 폴란드의 작곡가 쇼팡 의 음악도 수없이 많은 음악의 전당에서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이들은  모두 30여세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들의 업적은  우리의 문화속에서 살아남아 우리의 생활을 좀더 풍요하게 할것이다.  쇼팡의 음악은 상당히 감성적이어서 그를 건반의 시인이라고도 한다. 

물론 세상의 모든 천재들이 이와같이 불운속에서 생을 마감한것은 아니다. 영국의 계관 시인  알흐레드 테니슨은 그의  재능을 일찌기 인정받아 여유로운 인생을 보냈다. 무균술과 마취술이 없던 시기에 영국의 국왕  죠지 4세의 뇌종양을 성공적으로 수술해 낸 영국의 저명한  외과의사  애슬리 쿠퍼 도 그의 특출한 의술로 인하여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당대 최고의 명성을 만끽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현미경을 통하여 미생물의 세계를 처음 발견한 화란의 과학자  레벤 훜과 중세기 문예부흥시의 천재 화가이며 조각가였던 마이클란제로도 각기 90여세에 이르기까지 오랜 수명을 유지하며  명성과 부를  얻어냈다. 이와같이 인생의 종말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이 모든 천재들의 종말이 어떠하였든지 또는 그들 수명의 장단을 막론하고 그들의 업적만이 우리의 역사속에 길이 남는다.
(다음호에 계속)


오세경  
전직 보스톤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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