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194화
보스톤코리아  2009-04-20, 16:06:34 
아이들이 어리다는 핑계로 몇 년을 미뤄왔지만, 생각해 보면 글 쓰는 일이 내겐 더 흥미로웠다는 생각이다. 몇 년 전 처음 시작한 골프였다. 어려서부터 잘하는 운동은 없었지만, 어떤 운동이든 간에 흥미로운 일에는 즐겁게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어려서는 탁구도 좋아했으며 청소년기에는 볼링도 좋아했었기에 골프도 사실 내심 자신이 있었다. 몇 년 전 처음 필드에 나가 보았지만 내게 골프는 여는 운동처럼 그리 흥이 가질 않았다. 몇 번 필드에 나갔다 돌아와 조용히 글쓰기에 몰두했으니 어인 일일까.

남편은 골프를 시작한 지 언 20여 년이 넘었다. 매주 일요일이면 골프 약속이 있어 가정에서 아내나 아이들과도 골프 탓에 잃어버린 시간도 많았다. 이 남자와 가족이 주일(일요일)에 함께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비지니스에 신경 쓰는 남편이 이 시간만큼이라도 쉼을 얻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맑은 공기와 함께 쌓였던 스트레스를 맘껏 날려보내라고 …. 그렇게 너그러운 아내의 편에서 위로를 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너그러운 척, 여유로운 아내의 미덕인 양 남편에게 시간을 할애했었다. 사실, 묶어 놓는다고 갈 사람이 안 갈 것도 아니고 괜스레 마음만 불편하고 서로에게 불만만 쌓일 일을 알기 때문이다. 살면서 무작정 싸우는 일에는 흥미나 소질이 없다. 부부 싸움에서도 이길 승산이 있을 때만 내 목소리를 높이는 편이기 때문일까. 결혼 후 20년 사는 동안 가끔 부부싸움을 하면서 남편이 이긴 일이 별로 없다. 남편은 골프 시간을 챙기는 것 외에는 아내나 아이들에게 언제나 넉넉한 사람이다.
골프 파트너를 찾았다. 가깝게 지내는 몇 친구들은 골프에 별 취미가 없는가 싶다. 그래서 가끔 알고 지내는 지인과 통화를 하다가 골프 짝을 찾았다. 서로 생각이나 취미가 맞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에 고민했었다. 사람을 잘 가리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골프 파트너를 찾으며 참 고민을 많이 했다. 또한, 각자 생활에 바빠 자주 연락을 하지 못했던 오랜 20년 지기 친구가 골프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올봄에는 골프를 시작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진정 삶의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인생에서의 좋은 짝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골프 파트너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서너 시간을 족히 함께 걷고 얘기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편안한 사람이 좋다. 여자든, 남자든 간에 그 어떤 관계이든 간에 우선 편안한 사람이 좋다. 친구라는 것은 곁에 있어 편안함을 주는 사람이면 족하다. 내 얘기에 굳이 호응할 필요도 없다. 그저 주고받는 마음일 뿐. '여자 나이 50은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나이라고…. ' 늘 그렇게 생각하며 산다. 그 '아름다운 50의 여자'를 위하여 미리 준비하며 오늘도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

"살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라는데…. "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된 것보다 되지 않았던 것이 더 많지 않았던가. 어려서야 마음도 상했을 테지만, 이제는 마음대로 되지 않은 일에 대해 감사하다고 고백할 나이가 되지 않았던가. 살면서 이제는 '기다림'을 배우며 사는 나이가 되었다. 그 어떤 일에 굳이 성급하게 다가서고, 조급하게 대하는 어리석은 일은, 쉬이 돌아서는 일은 하지 않는 법을 배워간다. '기다리는 일'은 삶의 진한 맛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 맛의 오미(五味)를 즐길 수 있는 여유 말이다. 산(酸 : 신맛), 고(苦 : 쓴맛), 감(甘 : 단맛), 신(辛 : 매운맛), 함(鹹 : 짠맛)처럼 아직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 여정 중에 만난 삶의 여러 맛처럼 살면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골프'라는데…. 인생 여정의 굴곡처럼, 높고 낮은 삶의 오르내림의 맛, 깊은 골짜기의 참맛을 즐길 수 있기를 내심 바라는 마음이다. 인생에서도 오미(五味)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여자 나이 50'을 준비하며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이길 소망해 본다. 멋지고 아름다운 '중년 여자의 삶'을 위하여….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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