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199화
보스톤코리아  2009-05-18, 15:49:08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떠나는 사람이야 더할 테지만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헤어짐은 슬픈 일이다. 누구나 이별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이별 앞에 서면 막막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의 나약한 참모습일 것이다.

엊그제(2009년 5월 9일)는 마음으로 좋아하던 한 사람을, 말간 영혼을 지녔던 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말았다. 가끔 깊은 생각에 머물면 이상한 것은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이도 이렇게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다.

그녀는 사랑하던 많은 사람의 곁을 훌쩍 떠나고 말았다. 사랑스러운 여인, 그녀는 여리고 맑았지만 그러나 강직한 여자로 살았다. 그것은 자신의 평생토록 간직한 아픈 상처도 있었을 테지만 그래서 더욱 희망을 잃지 않았던 우리 모두의 '삶의 희망 꾼'이었다.

마리아 장영희를 말하자면 서울대 교수였던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 그리고 자상하고 희생적이던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딸이었다. 또한, 그녀에게 언제나 따라다니던 수식어는 영문학 교수라는 직함과 함께 수필가라는 이름이 항상 함께였다.

그 여인을 부를 때 교수라는 이름보다는 수필가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고 싶다. 그녀의 수필을 읽으면 삶에서 진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녀 자신도 어느 글에선가 다른 글(시, 소설)에 비해'수필'에 대한 낮은 평가가 서운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보았었다.

그녀의 섭섭했던 마음을 살짝 짚어보면서 "제대로 된 수필은 진정한 의미에서 엄연한 문학의 한 장르이다. 물론 '수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문제이겠지만, 웬만한 작가들이나 사상가들 - 찰스 램,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헨리 데이빗 소로우, 제임스 서버 등 - 은 모두 위대한 수필가로도 알려져 있다." 고 그녀는 마음을 표현했었다.

수필은 자신의 진솔한 삶의 고백이고, 기도이고 노래라는 생각을 늘 하며 산다. 그녀가 살았던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을 나눴던 것처럼 그렇게 수필처럼 살다간 여인이다.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이렇듯 죽음의 문턱을 들어서며 사랑하는 엄마에게 마지막 입맞춤의 편지를 남긴 것처럼 수필은 삶의 매일의 고백이고 순간의 기도이고 오늘의 노래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영혼이어라. 하도 맑아 시려운 파란 하늘처럼 그녀는 그토록 말간 옥빛이었다. 이 세상의 장애우들에게 꿈과 희망이었던 그녀는 살아있는 날에도 희망의 꽃이었고 떠난 지금에도 희망의 꽃이다. 어둠이 어둠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오늘의 맑고 밝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녀는 그렇게 삶의 노래를 맘껏 부르며 살았다. 어찌 그녀인들 사람에 대한, 세상에 대한 서러움이나 원망이 없었을까. 하지만, 그녀는 그 서러움 대신 원망 대신 꿈과 희망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 누구를 탓하거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우뚝 서서 자신과 그리고 많은 아픈 장애우들에게 희망을 나눈 것이다.

이해인 수녀의 장영희 교수에게 바치는 '추모시'를 만나며 마음 깊은 곳에서의 떨림과 울림을 만난다.


장영희 마리아 영전에 /이해인


내게 축시를 받기 위해서라도
결혼을 해야겠다고 말했던 영희
많은 이에게 희망을 전하는
명랑소녀로 살자고
나와 다짐했던 영희

그렇게 먼저가면 어쩌느냐고 항의하니
천국으로 가는 계단에서
"미안해요!"하며 웃고 있네요.

꽃을 든 천사여
편히 쉬소서!
지상에 두고 간 글의 향기 속에서
슬픔 중에도 위로받으며
그리움을 달랩니다.

"영희야 잘가,
그리고 사랑해."


--- 부산 광안리 민들레의 영토에서.



"슬픔 중에도 위로받으며 그리움을 달랩니다." 깊은 묵상(명상)의 시간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삶을 살아간다. 그 어떤 만남이라할지라도 만나서 기쁘고 나눠서 행복하고 헤어져서 슬픈 것이 우리네 삶이다. 장영희 교수의 생은 그리 길지 않은 삶이었다.

향년 57세(1952년생)를 맞이했으니 곁에 있는 가족이나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이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삶을 통해 각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삶의 큰 깨달음을 주고 떠났다. 슬픔 중에도 위로받으며 그리움을 달래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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