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03회
보스톤코리아  2009-06-15, 15:50:25 
여기저기 너른 세상에서는 큰일이 펑펑 터진다. 어느 날 갑작스런 여객기의 실종 그리고 사고로 사랑하던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일은 슬픔과 고통이다.

가족이 직장에서 다른 나라로 출장을 갔다가 느닷없이 사라져 타국에서 억류당해 몇 달을 가슴 졸이며 지내는 가족들이 있는가 하면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일은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지진과 수해로 치솟는 불꽃 화염에 뒤덮인 피투성이의 주검들과 물에 잠긴 산만한 집채들이 가파른 물살에 떠내려간다. 그 살인의 물살에 사람도 짐승도 쓸려가며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자연의 재앙 앞에 떠내려간다. 자연의 커다란 위력 앞에 너무도 나약한 한 인간의 존재는 무섭도록 작기만 하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사람이 누리는 것은 생활의 편리함과 기쁨과 행복 참으로 놀라운 것투성이다.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로 말미암아 아픔과 슬픔 그리고 고통과 두려움이 가득한 세상을 우리는 산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함께 풀어야 할 과제이고 치러야하는 몫이기도 하다.

생활 가운데 누리는 편안함과 편리함 대신에 가끔은 기계의 소음을 들어야 했고 게을러지고 나약해지는 몸과 마음과 정신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컴퓨터와 게임' 기타 등등 여러 기계로 인해 시력과 청력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 문제를 호소하게 되었다.

세계 각 지역에서 펑펑 터지는 무서운 일에 지금 내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무심한 태도는 얼마나 이기적인 마음일까. "참으로 다행이라는 말…." 감사한 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끄럽고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고백을 한다.

살면서 무심히 지나쳐버린 나의 작은 잘못이 이처럼 큰 재앙의 시작은 아니었을까. 이 세상에 존재한 생명에 대해 얼마나 나누고 살고 있었을까.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호흡하는 나의 숨에 날숨과 들숨으로 함께 호흡하는 또 다른 생명에 대해서 고마움을 갖기나 했을까.

삶이란 것이 때로는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시작일 테지만 나 스스로 서기보다는 남을 누르고 내가 올라서려는 이 욕심은 어디에 뿌리를 두는 것일까. 이유는 늘 충분하다. 내가 그 자리에 서지 않으면 빼앗겨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랄까. 아니면, 나를 보호하려는 인간적인 본능에서의 시작일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제각기 자기의 소리내기에 바쁘다. 누구의 소릴 들을 여유가 없다. "목소리 큰 사람이 싸움에서 이긴다."라는 옛 이야기가 있듯이…

배려라는 말이 이해라는 말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말인가. 또한, 얼마나 위선적이고 건방진 말인가 말이다. 나 자신에 남아 있는 편견의 잣대가 상대방의 진실을 무시해버릴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나 자신 안에서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찌 나 아닌 다른 사람과의 화합을 기대할까.

인생 여정 가운데 나 자신과 화해하는 일은 너무도 먼 길이다.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길만이 나를 알고 이해하는 길이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길이다. 나 자신과 화해하지 못한 못된 습성들이 오랜 관습들이 남아 이기적인 에고에서 허덕이는 것이다.

삶에서 버리지 못하고 남은 집착들이 나를 붙잡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사람도, 사랑도 허울 좋은 이름으로 상대방도 속이고 나 자신도 속이며 살지 않았던가. 알듯 모를 듯 속고 속는 어리석음의 삶이 진실을 외면한 채 듣기 좋은 말로 포장되어 아무런 가책도 없이 떠돌고 있지 않았던가.

언제나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에서의 모습일 게다. 이제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진실해 지자. 나 자신과의 약속부터 지키며 살자.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 어떤 일에서도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의 이목이 두려워 피하는 비겁한 행동은 하지 말자.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떳떳하고 당당한 사람이 되자.

그 어떤 결과에 치우치지 않도록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설령, 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당당한 사람이 되자. 탓, 그래 그 탓으로 또 다른 탓을 만든다. 내 탓보다는 남의 탓에 돌리며 '누구 때문에….'란 어리석은 오늘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는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언제나 먼저 사랑받기를 원하던 마음에서 '기다릴 줄 아는 사랑법'을 배우자. 그 기다림의 시간에 배려도, 이해도 배우면서 오래 묵은 '이기의 마음'을 조금씩 씻어내는 연습을 하자.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삶의 의미를 배우자. 나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텅 빈 충만'의 삶을 위하여….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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