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이 8년 게임중독을 해결한 칸느영화
보스톤코리아  2009-06-29, 14:16:10 
사람은 누구나 좋은 것을 좋아한다. 작은 아파트에서 살다가 큰 아파트에서 살면 기분좋고, 100원짜리 과자를 먹다 제과점 과자를 먹으면 더 맞있고, 외식도 더 맛있게 하는 집을 찾아가면 신이 난다. 불편한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아이들 문제이다.

잘 돌보아 주지 못하므로 아이들 교육문제에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착한 아이들이지만 엄마가 해줄 수없는 부분을 남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캐빈이의 지나친 컴퓨터 게임은 최근 까지만 해도 아주 심각했다. 어떨 땐 숙제도 하지 않고 14시간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땐 잠을 안자고 하기도 했다.

캐빈이의 게임중독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내가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한 부분을 만져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이 오래전에 만들어 놓았다. 남편을 나무랄 수도 없었던 그 시절 캐빈의 엄마에 대한 아픔은 게임으로나마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들 10학년이 넘었는데도 게임은 여전하여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었다. 나의 방에서 거실 컴퓨터 자판 치는 소리만 들어도 캐빈이가 게임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 정도가 되었었다. 게임차단기를 설치해 보아도 풀려지고, 온 식구가 케빈게임 때문에 인터넷 시간제를 사용해 보아도 몇일을 넘기지 못했다.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친구에게 컴퓨터 화면을 없애 달라고 부탁을 했다. 컴퓨터 화면은 비닐봉지에 싸여 지하실에 숨기고 침대 밑에 숨기도 했으나 케빈이는 곧 찾아내어 이런 곳에 숨기면 되겠냐고 웃으며 다시 설치하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곤 하였다.

그러던 몇일 후 나는 캐빈이 아주 아주 오래도록 게임을 하도록 놔두 었다. 하루종일 게임을 하던 날 "너무 게임을 많이 해서 벌을 내릴거야" 라며 내일 부터 컴퓨터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계획하고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없앨 구실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친구에게 부탁을 하고 컴퓨터는 찾지 못하도록 집 바깥에 숨겨두었다.학교에서 돌아온 캐빈이는 컴이 없자 화를 내진 않았다. 자신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 안절부절하기 시작 했다. 그러나 절대로 컴푸터를 주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자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이 지나자 캐빈이는 친구집으로 돌아 다녔다. 그래도 컴을 주지 않았다.

몇날이 지나 나는 계획했던 대로 한편의 영화를 보여 주었다. 이 영화는 칸느영화제 1966년 19회 황금종려상을 받은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by Claude LELOUCH) 로 젊은 날 내가 한 영화관에서 5번을 보고 그후로 20번을 본 영화였다.

배가 고픈 사람들에게는 아무 음식이나 맛있는 것 처럼 캐빈은 그동안 영상물을 접하지 않아서 인지 아주 좋아하며 남편의 컴퓨터를 통해 남과여를 보았다. 미국영화에 익숙했던 캐빈은 프랑스영화를 보더니 곧 흥분을 했다. 가볍게 남과여의 감독과 프랑스 영화장르 특징에 대해서 이야길 해주니 더욱 좋아 하였다.

다음 날에는 1991년 칸느 황금종려 바톤핑크(Baton Pink)를 보여 주었고 그 다음 날에는 2007년 칸느 황금종려 4month,3weeks,2day 를 보여 주었다. 이렇게 계속해서 일주일이상 매일 칸느영화 황금종려 수상작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캐빈은 나에게 와서 왜 이렇게 영화가 좋으냐고 카메라 앵글부터 배우 옷색깔 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후 모아둔 칸느영화제 수십편을 캐빈에게 주면서 모두 보라고 하였다. 케빈은 정신없이 칸느영화를 매일 한편씩 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매일 영화를 보던 이 주일후 나는 다시 캐빈의 컴퓨터를 케빈이의 책상에 가져다 놓았다. 그런데 자신의 컴퓨터가 책상에 설치되어 있는데도 캐빈은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왜 게임을 안하냐고 물으니 재미없다는 것이다. 캐빈은 더 이상 게임에게 흥미를 붙이지 못한 것이다. 그 후 캐빈은 일체 게임을 하지 않았다.

8년을 게임만 해왔던 아이가 칸느영화를 보더니 게임이 너무 시시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후 나는 www.netflix.com에 가입하여 칸느영화제 나머지 부분과 베를린영화제, 아카데미영화제 수상작을 차례로 빌리기 시작했다. 한달에 20편의 이상 영화를 빌려 캐빈이 에게 제공하였다.

요즘 케빈이는 영화광이 되었다. 비록 11학년이라도 게임을 안하니 영화 볼 시간이 있는 듯 하다. 이제 캐빈은 영화를 흥미가 아닌 전문적으로 이야기를 하며 다양한 인생을 말한다. 종합적 사고를 만들게 하는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이다.

12학년때 필림크라스도 걱정 안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영어 에세이 상상력도 풍부 해졌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 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방법을 잘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많은 생각 속에 낸 아이디어지만 "좋은 영화보여주기" 아이디어가 캐빈이 에게 통한 것 같다.

이 주일동안 매일 매일 보여준 주옥같은 칸느영화제 황금종려 수상작은 캐빈이의 8년 게임중독을 종식시켰다. 더 맛있는 반찬으로 젓가락이 가기 마련인 것 처럼 캐빈은 게임보다 더 재미난 것을 발견한 셈이다. 아주 단순한 이치였다.

최혜현(렉싱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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