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12회
보스톤코리아  2009-08-31, 16:19:58 
"이 녀석은 잠이 잘 들었을까, 처음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와 동생의 곁을 떠나 홀로 먼 곳에서 맞이하는 첫 밤을. 보스턴의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52분 모두가 잠든 시간 나 홀로 잠들지 못하고 블랙커피 한 잔 책상에 올려놓고 앉아 있다. 며칠 전 문학행사가 있어 캘리포니아를 다녀와 여독이 채 가시지 않은 몸으로 오늘 새벽 남편과 함께 아들 녀석을 펜실바니아의 '피츠버그' 대학 기숙사에 내려놓고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다행히도 비행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라 하루 안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녀석을 기숙사에 놔두고 오는 엄마는 못내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왔다.

녀석은 세 아이 중 엄마에게 제일 곰살스러운 아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에게 어찌나 물음이 많았던지 귀찮을 만큼 곁에서 수없이 묻고 또 묻던 아이였다. 누구보다도 엄마 곁에서 엄마를 많이 도와주었던 녀석인데 이 녀석을 타주(펜실바니아)에 혼자 내려놓고 오려니 마음이 어찌나 섭섭하고 아프던지….

새로운 삶의 여행의 시작이라 축하해주고 싶어 애써 마음을 눌렀지만, 녀석과 이별의 포옹을 하고 등 돌려 뒤돌아오는 길은 못내 서운하고 가슴이 아팠다. 아마도 이 녀석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 때문이리라. 어려서부터 심장병을 앓아온 이 녀석에게 언제나 마음이 애잔한 것은 엄마의 마음일 게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풋볼 연습을 하다 쓰러져 헬리콥터를 타고 시내 병원으로 실려갔었다. 중환자실에서 이틀을 깨어나지 않아 엄마와 아빠의 속을 어찌나 애끓게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 녀석은 심장에 '페이스 메이커'를 달게 되었다.

언제나 공항에 가면 승객들의 보안을 위해 검색대를 거치는데 이 녀석은 엄마와 아빠와는 다른 검색대의 출구를 통해 나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때 때마다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혼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었다.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음이야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자식이 몸이 아프면 부모의 마음은 갑절의 아픔과 쓰라림 그리고 저림의 고통이다.

대학 기숙사에 도착하니 라임 칼라의 티셔츠를 입은 선배들이 각처에서 오는 후배들을 돕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환한 웃음으로 반기며 이것저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아들의 이름과 룸 넘버를 전해주고 사인을 한 후 커다란 카트를 하나 받아 집에서 가져간 갖가지 물건들을 실어 날랐다.

기숙사의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환하게 보이는 커다란 유리창과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와 책상 그리고 화장실과 욕실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즐거웠다. 두 개의 침대가 놓였는데 어느 쪽 침대를 선택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엄마가 선택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딸아이 학교 기숙사에 도착했던 느낌보다는 더 산뜻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도 더 넓고 우선 욕실이 각 방의 두 명씩 양쪽 방으로 연결되어 네 명이 쓸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이 편안했다. 딸아이는 방 밖으로 나가서야 여러 아이가 함께 사용하는 욕실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딸아이의 기숙사에는 센트럴 에어컨디션이 없어 팬(선풍기)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녀석의 방에 도착하니 냉난방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엄마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내 이 녀석이 얼른 누나에게 전화를 건다. 시원한 센트럴 에어컨디션이 있는 방을 자랑하면서….

녀석의 침대가 놓여 있는 방향을 한참을 바라보고 마음에 닿는 쪽의 침대를 결정했다. 침대 시트와 필로 케이스를 끼워주면서 마음속으로는 내내 기도를 했다.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대학 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길 엄마는 바라고 있었다.

맑고 밝은 마음과 몸으로 즐겁고 유익한 시간과 좋은 친구들도 많이 만나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제일 푸르고 맑은 절정의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기에 진정 삶에 대해 물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길 엄마는 소망해 본다. 이 녀석의 갖가지 생활용품을 자리를 찾아 정리를 해주고 옷가지들을 옷장에 걸어주며 마음이 서운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모두 정리를 마치고 아빠와 엄마와 아들이 담소를 나눌 때쯤 룸메이트와 그의 부모님들이 도착했다. 아들의 룸메이트는 펜실바니아 주에 살고 있으며 학교와 집과의 거리는 운전으로 4시간 정도의 거리라고 한다. 하얀 얼굴에 맑은 눈동자는 백인 아이들 특유의 조용하고 온유한 얼굴빛이었다.

그의 부모님들과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아들 녀석과 우리는 아쉬운 이별의 인사를 나눴다.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 녀석을 들어가라고 하고 돌아서서 시큰거리는 눈시울을 애써 감추려 썬글래스를 끼고 공항으로 돌아오며 눈물을 떨궜다. 몸과 마음 잘 챙기고 건강하게 멋지고 맛나는 시간을 누리길 바라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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