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215회
보스톤코리아  2009-09-21, 14:50:56 
"얘, 하는 짓이 어찌나 예쁜지 몰라!" 하며 얼굴에 환한 미소로 동생을 마주하는 막내 언니의 행복함이 내게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네 자매 중 늦은 막내인 이유로 친정 조카들과의 나이 차가 많지 않아 할머니 소리를 이미 10년 전에 들었으니 이제는 꽤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친정이란 단어는 내 어머니, 아버지가 떠나시고 텅 빈 자리라 할지라도 형제•자매들로 인해 마음에 평안함과 위안을 안겨준다. 특별히 오래도록 먼 타국에서 친정 가족들과 떨어져 살다 만나면 더욱 반갑고 고마운 진한 가족애를 느낀다.

결혼이란 참으로 어려운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어려서는 무작정 둘이 좋으면 결혼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결혼생활 20년을 보내고 친정부모님을 떠나 낯선 시집가족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결혼은 둘이서만 좋다고 쉬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을 앞둔 자녀들에게 들려주시는 어른들의 말씀이 오래 묵은 잔소리쯤으로 들릴지 모르나 세상의 세파를 거쳐 삶의 질곡을 지나오신 어른들의 말씀은 지혜가 담겨 있다. 지혜는 삶의 경험과 이해를 통해서 얻어지는 까닭이다.

얼마 전 막내 언니는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았다. 며칠을 절뚝거리며 고생하고 있지만, 그래도 참을만하다는 대답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육군 중위로 있는데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다. 아들의 여자친구가 다름 아닌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재활치료사로 일하고 있고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니는 무릎관절의 수술로 말미암아 예비 며느리의 사랑스러운 애교와 정성에 감동하고 있어 내내 행복한 얼굴을 했던 것이다. 성격이 활달한 예비 며느리가 차분한 언니 성격과 궁합이 딱 맞은 모양이다.

어느 가정이나 출가를 앞둔 자식을 둔 부모라면 그 또래의 젊은 남녀들을 무심한 듯 유심히 살필 것이다. 자식을 키우며 자식의 성격이나 취미 성품을 그 누구보다도 어머니나 아버지가 잘 아는 까닭에 배우자는 내 자식과 잘 어울릴 성격의 소유자를 찾고 원하는 것이리라.

물론 서로 다른 환경의 가정에서 20여 년을 넘게 자란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사회적인 관례를 통해 어느 날 한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부모나 내 자식이 최고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옛말에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세상에서 제아무리 부족하고 손가락질 받는 자식일지라도 그 부모에게는 제일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자식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다른 문제도 아닌 자녀 배우자의 문제에서 만큼은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심이 생기는 일인지 모른다.

시부모가 바라는 며느리의 조건이나 상이 있고, 처가댁에서 바라는 사위의 조건이나 상이 있다. 그런 것처럼 며느리나 사위가 바라는 시댁의 시부모나 처가의 장인 장모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서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닌 것은 각자 원하는 기대치가 서로 다른 이유이다. 언니와 이런저런 예비 며느리의 자랑과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 시집 흉도 하나 둘 나눈다.

우리야 이처럼 활달하고 씩씩한 이 아이가 좋고 마음에 들지만, 그 아이 집에서 내 아들을 얼마만큼이나 좋아하고 환영할지는 모르잖니…. 그래, 그렇다. 모두가 욕심이지 않을까 싶다. 자식이 좋아하는 배우자가 그 또래의 생각과 삶을 함께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면 부모로서 곁에서 지켜봐 주는 일이 자식을 사랑하는 일은 아닐까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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