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21회
보스톤코리아  2009-11-02, 14:39:47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여문 햇볕에 그을린 들녘의 곡식과 오색 빛으로 물드는 갖가지 나무들의 나뭇잎을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창조주의 크신 손길에 그만 무릎을 꿇는다.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요?' 하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차오르는 고백을 하고 만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의 샛길에서 만나는 자연과의 만남은 그 어떤 인연보다도 내겐 커다란 감사와 은혜로 다가온다. 이 오색빛깔의 아름다운 가을을 마음으로 만나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사이다.

여름내 물먹은 나무들은 푸른 잎들을 키우다 가을 햇살에 제 몸을 내어주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물들어 간다. 들녘의 곡식들은 농부들의 정성스런 손길에 몸을 내어 맡기고 새벽에 집을 나서는 농부의 숨결 따라 아침을 맞고, 한낮의 가을 햇볕에 몸을 태우다 뉘엿뉘엿 기우는 노을빛을 뒤로하고 돌아가는 농부의 뒷모습에 배웅하며 잠을 청한다. 이처럼 자연은 순리 앞에 순응하건만 어찌 이리도 사람만이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10/12/2009)에는 Columbus Day로 가족들 모두가 롱-위켄을 맞이했다. 주말과 월요일을 모아 펜실바니아에서 아들 녀석이 집에 다니러 왔다. 짧은 일정이지만 처음 엄마 아빠 곁을 떠난 후 집을 찾는 첫 나들이다. 이 녀석이 금요일 학교 수업을 마치고 펜실바니아에서 뉴욕을 거쳐 보스턴에 도착했기에 자정이 다 되어서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진한 포옹을 했다. 전화는 자주 하지만 마음이 언제나 짠한 녀석은 가슴에 늘 남아 맴돈다.

대학 입학과 함께 기숙사에 떨어뜨리고 와 한 달 여 시간 만에 녀석을 만나는 것이다. 이 녀석을 보면서 내심 의젓해진 느낌이 들어 마음이 뿌듯했다. 자신의 할 일은 맡아서 하는 편이라 큰 걱정이나 염려는 없지만 그래도 엄마가 보는 자식이야 늘 안쓰러움이 남기 마련이다. 이 녀석을 보면 마음에서 늘 감사가 흘러넘친다. 몇 해 동안을 지내오면서 내 일에 바쁘다는 핑계를 두고 강팍해진 마음과 게을러진 신앙생활에 대해 부족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녀석이 학교에서도 신앙생활에 열심이라는 말에 고마움과 감사로 눈물이 고인다. 한인교회도 여럿 있지만, 미국교회에서 바이블스터디를 통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한다. 딸아이도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에도 학교 내의 교회에서 신앙생활과 선교활동에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게을러진 나 자신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마음에 부끄러움과 고마움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이렇게 떨어져 살아도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어릴 적 신앙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문득, 내 어머니가 떠오른다. 유교 집안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 무작정 다른 집 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갔던 일에 아버지는 나무라셨지만, 어머니는 늘 내게 후원자셨다. 나중에는 어머니도 세례교인이 되어 자식을 위해 매일 새벽기도를 빼놓지 않으셨다는 말씀을 교회 목사님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한없이 받았던 어머니 사랑을 나는 내 자식들에게 제대로 베풀지 못하고 살았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각자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편이라 자립심은 강하지만, 엄마의 따뜻한 사랑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처럼 가을을 만나며 감사가 마음속으로부터 차오른다. 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들가의 이름없는 꽃들과 들풀조차도 제 꽃을 피우고, 꽃을 지우고, 떨어져 열매 맺는 자연을 보면서 참으로 신비롭고 경이롭지 않은가. 생각하면 너무도 부족한 내게 고마운 남편과 사랑스러운 세 아이를 주신 것이 크신 은혜임을 깨달으며 창조주께 깊은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 사색의 계절에 깊은 생각을 만날 수 있어 고마운 날이다. 이 가을 모두가 넉넉하고 풍성한 누림이길 소망하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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