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33회
보스톤코리아  2010-02-01, 14:08:41 
­요즘 며칠째 연이어 TV를 보고, 신문을 읽고, 레세 아이를 키우며 엄마로서 가르친 것보다 그들로부터 배운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한다. 어른이 생각하지 못한 작은 구석의 섬세한 생각을 가끔 아이들은 어른을 일깨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관찰함에 있어 생각을 끼워넣거나 빼거나 하지 않고 보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들도 자라며 어른이 만든 세상에서 하나 둘 흉내를 내다 그만 닮아 가는 것이리라. 세상과 더욱 가까워지며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일보다는 이해타산을 따지고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먼저 배우며 욕심을 배우는 것이다.

그 말갛던 생각은 까맣게 잊은 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도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순수하고 말갛던 그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곱고 아름답던 꿈이 욕심으로 변하고 그 욕심은 더 큰 허욕을 부르는 일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언젠가 나도 꾸었던 말간 꿈이 있었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잊힌 그런 고운 꿈들이 머문 말간 영혼의 그 아이가 그리워지는 하루이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무엇인가 나 자신을 짚어보고 싶어진다. 한 해 동안 잘 살았는지 자신에게 묻고 싶은 날이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떠오른다. 자식이 자라면 어려워진다는 그 말씀이 오늘따라 마음에 깊이 남는다.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서야 내 어머니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철없이 뛰어놀던 그때는 모든 부모는 자식에게 다 그렇게 하는 줄 알았기에 그저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불혹(不惑)의 언덕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으로 가는 길목에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가 절로 넘친다. 자식에게 사랑과 헌신으로 삶을 가르쳤던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참으로 존경스럽고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부모님의 따뜻하고 깊은 그 사랑으로 지금까지 잘살고 있는가 싶다.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인지를 그분들은 몸소 가르치시고 실천하며 사셨다. 남의 것을 쉬이 얻으려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당신들이 몸소 일구고 가꾼 땅에서의 열매를 기다리며 하늘에게서 온 거둔 열매에 대해 감사의 고백을 했던 것이다. 지천명(知天命)으로 가는 삶의 길목에서 문득 부모님들의 자식을 향한 간절했던 가르침을 깨닫는 것이다. 그 깊은 사랑과 정성으로 자식을 위해 매일 기도했을 부모님의 그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다.

세 아이에게 진정 나는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이 생각에 오래도록 앉아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갖는다. 요즘 세상에서야 '돈'이 대접받는 세상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 돈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으며 또 얼마만큼 세 아이에게 나눠줄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자식에게 '돈'의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다. 또한, 그 돈의 가치는 어디에 어떻게 쓰일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부모라는 자리가 때로는 버겁고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임을 실감한다. 세 아이에게 비친 엄마는 어떤 모양과 색깔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자식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에 열심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성실하고 바른 마음가짐이길 부모로서 바라는 것이다. 요즘 물질 만능의 세대를 사는 아이들이 겪는 문제일 테지만 그래도 돈보다는 사람을 먼저 챙길 줄 아는 사랑의 마음이면 좋겠다. 세상에 살면서 세상과 사람의 눈치를 살피기보다는 정의 앞에 당당하게 설 줄 알고 마주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무엇보다도,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더욱 떳떳할 수 있는 사람, 자신과의 약속을 제일 무서워할 줄 아는 사람이길 바라는 것이다.

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바라는 마음은 이렇다저렇다 했지만, 그 아이들이 생각하는 엄마와 아빠의 모습은 어떨지 모를 일이다. 다만, 지금의 아이들이 자신이 맡은 일(공부)에 충실하고 앞으로의 꿈을 얘기하며 그들의 생각을 짚어보고 있을 뿐이다. 세 아이에게 감사한 것은 가족의 사랑이 자신들이 어디에 있든지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가족의 건강에 대해 걱정을 하고 아빠의 비지니스와 엄마의 글 쓰는 일에 대해 관심을 두고 나눌 수 있는 아이들과 부모. 그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족의 사랑'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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