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37회
보스톤코리아  2010-03-01, 13:46:43 
오늘 늦잠을 자고 일어난 짝꿍(남편)에게 핀잔과 함께 애교 섞인 고마움과 사랑의 말 하나를 툭 하고 던진다.

어려서부터 콩밥보다는 팥밥을 좋아했던 터라 팥 시루떡은 좋아하지만, 콩 떡은 과히 좋아하지 않는 것을 보면 콩보다 팥이 내게 잘 맞는가 싶다. 시어머님께서는 오래전부터 검은 콩 중에서도 속이 고운 연둣빛 '서리태'를 한국에 다녀오실 때마다 사오시곤 하셨다. 우리 가족은 콩밥을 좋아하지 않기에 한 번은 '서리태'를 주시더니 그다음부터는 차례가 오지 않았다.

몇 달 전부터 흰 쌀밥을 줄이기 시작해서 잡곡밥을 먹다가 이제는 밥보다는 야채를 더 많이 즐기게 되었다. 딸아이와 큰 녀석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고 막내 녀석은 '미국 음식'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딸 아이는 겨울방학 때 집에 있는 동안 잡곡밥을 줄곧 먹다가 학교로 돌아갔다. 큰 녀석도 엄마가 챙겨주는 대로 잘 먹는 편이었다. 막내 녀석만 잡곡밥을 주면 흰밥을 찾았기에 밥을 두 번씩 따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물론, 우리 집 남자는 집에서 밥을 먹는 시간이 적은 편이기에 밖에서도 잘 챙겨 먹으라는 당부를 더할 뿐이었다.

두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남편이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줄어든 이유이기도 했지만, 막내 녀석이 한국 음식보다는 미국 음식을 더 좋아하는 탓에 녀석이 혼자 만들어 먹는 시간이 는 이유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이유로 더욱 식단을 바꾸기가 수월했는지도 모른다. 집에서나 밖에서도 야채를 좋아하는 편이라 별 탈없이 즐기고 있다. 물론,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이라기보다는 '여자 나이 50을 위한 건강 챙기기'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둘이 닮은 부분이 참으로 많은 편이다. 서로 게으른 편이라 운동하기를 싫어하고 늦잠자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우리 부부는 하루 온종일을 함께 자라고 해도 싫어하지 않을 만큼 늦잠을 좋아하고 서로 일어나라고 보채거나 귀찮게 깨우지 않는 편이다. '찰떡궁합'의 첫 번째 조건이 이루어진 셈이다.

서로 이런 문제가 대두되면 '부부 생활'을 오래도록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올 3월이면 결혼 21주년을 맞이하지만, 이런 문제로 서로 불편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이상한 꿈나라의 부부'이지 않은가.

몇 년 전 남편의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가슴이 철렁하는 경험을 했었다. 삶에서 건강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그리고 남편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새삼 더욱 깊이 깨달았던 때였다. 그때는 아침저녁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꾸며 챙겨주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이 흐르고 건강에 대해 조금은 게으른 마음이 생긴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더욱 지켜야 하는데 늘 그렇지 못하고 '습'에 이끌려 편안하고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아 편식 생활을 하는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가끔 둘이서 또는 친구 부부들과 술을 즐기는 편이다.

요즘 남편이 곁에서 '건강 챙기기'에 호응을 많이 해준다. 본인도 게을러 안 하는 운동을 내게 하라고 일러준다. 사랑의 마음으로 '다이어트라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열심히 먹고 운동하라고….' 하면서 말이다. 아내를 위해 곁에서 아침저녁으로 챙겨주는 남편의 자상함이 고맙기도 하고 우리 부부도 벌써 '서로 건강을 챙겨줄 나이'가 되었나 보다. 요즘 '건강 식단'으로 아침저녁으로 야채를 맛있게 챙겨 먹는 것이 좋아 보였던 모양이다. 몸도 많이 가벼워지고 있고 마음도 많이 상쾌해져 좋다고 자랑을 했더니 남편이 이내 '샘'이 난 모양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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