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43회
보스톤코리아  2010-04-12, 13:47:18 
지난주에는 문득 이층 화장실에서 뒤뜰을 내다보는데 한 3년 전에 동네 아저씨(이씨)가 심어주셨던 개나리 나무 몇 그루에서 멍울멍울 몽우리를 내더니 Easter Sunday에는 노란 별꽃을 활짝 피었다. 봄이 온 모양이다. 언제나 노란 개나리가 환한 웃음으로 얼굴을 먼저 내민다. 손수 우리 집 뒤뜰의 개나리를 정성스럽게 심어주셨던 이씨 아저씨는 지난겨울에 떠나셨지만, 따뜻한 봄이 오니 아저씨의 그 사랑이 꽃으로 피어 환한 웃음을 나눠주신다. 초록 잔디와 노란 개나리 그리고 파란 하늘은 생명이 너울거리는 봄을 일러준다.

하늘이 파랗고 높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하나 둘 오가는 한적한 오후 따뜻한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이른 봄. 이렇게 바람이 유혹하는 봄에는 왠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집안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있다가 바쁘게 준비하고 밖을 나가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몇 있다. 주부가, 아내가,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OO% Sale" or "Buy 1 Get 1 Free" 광고가 붙어 있는 곳을 찾아 먹을거리 쇼핑이나, 집안 살림살이 쇼핑이나, 아니면 봄 옷가지들을 하나씩 고르게 된다.

이 '광고의 유혹'이 때로는 필요없는 것을 손에 쥐고 고민하다 집으로 가져오는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올봄에는 이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려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 어찌 그리도 멀고도 먼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다. 삶에서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그리고 그 실천이 어찌 이리도 어렵고 힘든지 늘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이 봄에는 저렇듯 환한 웃음으로 인사하는 개나리꽃처럼 자연과 더불어 넉넉한 봄을 보내자고 마음에 다짐을해본다.

따뜻한 봄 햇살이 창가에 드니 집안 구석구석 먼지들이 눈에 그대로 보인다. 겨우내 제대로 쓸지도 닦지도 않고 정리도 하지 않은 채 두었던 물건들이 눈에 거슬린다. 커다란 옷장 문을 활짝 열고 한참을 서 있었다.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 정작 매일 입는 옷은 내게 편안한 옷만 몇 골라 입는다. 마음으로 몇 번을 저 옷장의 옷들을 맞는 임자를 찾아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몇 해가 또 지났다. 주지 못하는 마음을 애써 변명으로 늘어놓으며 말이다. 결국, 그 마음은 아까워서 주지 못하는 마음인 것을.

새로운 것에 대한 눈길보다 내게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더욱 중요함을 또 알아간다. 요즘 며칠은 열심히 집 안 청소를 하는 중이다. 집안에 있는 물건을 찾아 하나 둘 정리하고 쓸고 닦고 또 닦다 보니 내 집에 쓸만한 좋은 물건이 썩 많지 않은가. 보물 같은 물건이 소중한 물건이 새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찌 물건뿐일까.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늘 곁에 있어 소홀히 여겼던 내 귀하고 소중한 가족을 생각해볼 일이다. 서로 진정한 사랑을 누리고 사는가 하고 이 봄에는 깊은 호흡으로 묵상하며 묻는 시간이길.

아이들이 어려서는 엄마가 사다 놓은 만큼 마시던 소다(Coke 외의 음료수)를 대학에 입학하니 아이들이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기숙사의 먹는 음식이 그러하듯 소다를 마시게끔 되어 있다. 마켙에 들러 둘러보면 가끔 세일하는 품목 중에 'Coke'이 빠지지 않고 들어 있다. 특별히 여름 시즌이 찾아오면 은근히 멈칫 서서 살까말까를 몇 번이고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그 유혹(Buy 1 Get 1 Free의 유혹) 으로부터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이 누리는 행복은 두 배 이상이 아닌 몇 갑절의 행복이다.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다면 이런저런 수고를 덜 수 있고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Buy 1 Get 1 Free의 유혹'은 때로 '충동구매'를 부추기기도 한다. 봄에는 더욱이 겨우내 움츠렸던 것으로부터 무엇인가 새롭고 신선한 변화를 원하는 마음이 있다. 이럴 때는 가끔 집안의 구석구석을 정리를 하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든다. 또한, 온 우주만물이 생명의 기운으로 활기차기에 집안의 뜰을 한 번쯤 걸어봄은 어떨까 싶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바로 삶의 더 깊은 사색과 여유를 갖게 하지 않는가.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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