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44회
보스톤코리아  2010-04-19, 13:04:18 
삶은 어쩌면 순간순간마다의 경험을 위한 무대인지도 모른다. 그 경험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기쁨이든, 아픔이든, 슬픔이든 간에 각자 인생의 여정을 통해 얻어지는 희로애락의 삶이다. 이 세상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한 행복에는 고통도 함께 수반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경험을 하기도 한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특별히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일이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내 경우는 혼자서 산이나 들이나 바닷가를 다녀오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혼자라는 것이 무섬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 혼자라는 것이 나 자신과 대면하여 만날 수 있는 제일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들가에 민들레가 하나 둘 피고 수양버들가지에 연초록 잎이 오르는 이맘때에는 마음이 더욱 설레기도 하고 생명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 곁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 호흡하고 있다. 다만,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누리지 못할 뿐.

몇 년 전 남편의 권유로 골프를 배워본 경험이 있다. 남편은 골프를 시작한 지 언 20년이 넘었다. 가끔 제대로 골프에 대해 알지 못하는 아내 앞에서는 '프로 골퍼'가 따로 없을 만큼 스윙을 하기도 하고 '멋진 포즈'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 남편을 보며 '잘했다 잘못했다'라는 말 대신 '아주 멋진걸!' 하고 박수를 쳐주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골프는 남편에 비하면 아직은 아기 걸음마이지만, 남편을 위한 배려의 마음이야 남편보다 한 수는 높지 않을까 싶다. 결혼 21주년을 보낸 우리 부부는 이제 부부라기보다는 친구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년 전 배웠던 골프는 필드에 한두 번 정도 다녀와서 그만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주저 앉고 말았다. 물론 여러 가지 나 자신의 합리화를 위한 핑계를 대가며 그렇게 얼마를 지나 골프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렸다. 운동은 잘하지는 못하지만, 여느 또래 여자들과 모여 탁구, 볼링을 하면 아줌마 수준 이상이라고 여겼기에 골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까짓 거, 저 정도야 나도 할 수 있지!' 이런 마음으로 있었다. 아마도 생각처럼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몇 년 전 골프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흐지부지 흘렀던 시간을 생각하면 말이다.

엊그제는 잊었던 골프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며 이제는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 마음이 식기 전에 인도어 골프레인지에 가끔 다녀오곤 했었다. 사실, 몇 년 전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골프를 시작하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 9월에 막내 녀석이 대학에 입학하니 골프를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골프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전하며 골프 레슨 얘기를 꺼내니 자신이 손수 코치가 되어주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 남편은 자신의 아내 앞에서 '프로 골퍼'의 생각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여하튼 이공일공의 이천 십 년 꽃피는 사월에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마음은 시작하고 싶은데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먼저 한두 번 정도는 남편과 필드에 나가보고 나서 친구들과 나가고자 생각을 했다. 잘 알고 지내는 친구는 골프를 시작한 지 꽤 오래되었다. 또한, 그 친구와 가까운 친구는 시작한 지 18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골프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생각과는 달리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루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 주에는 시작하는 거야!' 하고 말이다. 얼떨결에 '그래, 그렇게 하면 좋겠어!' 하고 답을 전했다. 정말 무작정 필드를 향해 친구들과 나갔다. 참으로 난감한 모습에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른다. 두 친구와 다른 미국 친구가 하나 더 있었다. 이 무지함이 여러 사람을 난감하게 하는구나 싶으니 더욱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곁에서 응원해주던 친구들의 따뜻한 배려가 고마운 날이었다. 그 사랑의 마음과 기다림의 마음 그리고 그 따뜻한 격려와 배려의 마음으로 골프를 시작하게 되었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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