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 시즌, 발암물질?
보스톤코리아  2010-05-17, 11:28:33 
지난 겨울과 이번 봄에는 강우량이 많아서인지 요즘 피는 꽃들이 유달리 화려하고 눈부시다. 우리 동부에 사는 사람들은 서부에 사는 사람들보다 봄의 새로움과 신비함을 더 절실히 느끼고 즐긴다. 아마도 동부의 긴 겨울 탓일 것이다. 벌써 5월이니, 현충일 그리고 독립기념일 등 바비큐를 즐기는 시즌이 멀지 않았다.

요즘 미국에 이민이나 유학 오는 분들은 미국 생활이나 문화에 큰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적응을 한다. 경제가 평준화 되었고 또 우리나라의 문화가 많이 서양화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미국에 오던 70년대 말만해도 많은 것들이 생소해서 "아, 외국에 왔구나" 하고 절실히 느끼는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었다. 그 중 꽤나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화창한 날씨에 넓은 초록의 잔디가 있는 공원의 그릴에 스테이크나 치킨을 놓고 바비큐를 하며 남녀노소 어울려 배드민턴이나 원반던지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웰빙을 중요시하는 요즘 시대에 바비큐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는 연구가 가끔 신문이나 TV에 나온다. 그 이유는 바비큐를 할 때 조금 신경 쓰지 않으면 태워서 검댕을 만드는 경우, 발암 물질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콜을 사용할 경우는 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크게 신경을 안 쓴다. 왜냐하면 조금 태우는 것이 더 향기도 있고 입맛도 돋우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꽁치나 고등어 같은 생선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검댕이를 분석해 보면 상당량의 소위말하는 "해테로사이크릭 아민" (HA) 이라는 발암물질이 포함 돼 있다. HA는 보통 고기나 생선을 적당히 바비큐할 때는 괜찮지만 너무 오래하거나 불 끝에 그을리면 생긴다. 고기의 즙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의 기본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이나 체내근육 대사산물인 크레아티닌이 높은 온도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HA를 생성하는 것이다. HA는 담배필 때 생기는 화학물질과 구조가 비슷하며 체내에 흡수가 되면 반응성이 높은 강력한 돌연변이 유도물(mutagen)로 변한다. 이것이 세포안에 있는 유전자 DNA와 반응하여 돌연변이를 유도하고 동물 실험에서 암을 일으키는 첫 스텝이 되는 것이다. 아직 확실한 실험증거는 없지만 HA는 인간 발암가능물질로 간주된다. 고기를 태우면 태울수록 HA는 많이 생성되고 당연히 암을 유도할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맥도날드나 버거킹에서 파는 햄버거는 보통 가정에서 만드는 것에 비교하여 훨씬 HA함량이 적다. 그 이유는 햄버거 식당에서 쓰는 고기의(Pattie)의 두께가 훨씬 얇아서 요리시간이 짧게 소요되므로 태울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의 (National Cancer Institute) 연구에 의하면 보통 섭씨 200도 이상에서 스테이크를 요리하면 HA생성률이 높기 때문에 150도나 그 이하 혹은 짧은 시간 요리하기를(즉 rare or medium) 권한다. 또는 고기를 바비큐나 프라이를 하기 전에 전자레인지에 3 분 정도 처리해서 나온 즙 액을 없애고 요리하기를 충고한다. 그 즙 액에는 기름, 당, 아미노산, 크레아티닌 등HA생성에 원조가 되는 대부분의 물질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므로,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HA생성을 90%나 줄일 수가 있다고 한다(!). 미국 가정의 90%이상이 전자레인지를 갖고 있으니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예방 방지책이다. 또 다른 방법은 알루미늄 호일로 스테이크나 생선을 싸서 바비큐를 하면 검댕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바비큐 시즌이 성큼 다가왔다. 야외에 나가서 햇빛도 쏘이고 운동도 즐기면서 바비큐 하는 것은 전통적인 미국의 생활 음식 문화이다. 지난주에 발표된 오바마 대통령 암자문위원회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의 환경은 흡연, 햇빛, 공해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거의 80,000 개에 달하는 화학물질이 미국에서 통상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의 발암효과에 대한 연구가 아직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HA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조금만 요리에 신경을 쓰면 발암물질 생성을 줄이고 바비큐를 즐길 수 있으니 아주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조봉섭 (로드아일랜드 주립대학 약대교수) bcho@ur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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