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54회
보스톤코리아  2010-06-28, 12:01:44 
지금도 한국을 방문하면 찾아뵙는 은사님이 두 분이나 계신다. 강산이 몇 번이 지났을 세월을 잊고 스승과 제자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삶에서 고민거리나 의논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어릴 적 담임 선생님과 오랜 대화를 한다. 이 세상에서 스승과 제자의 사이처럼 행복한 사이가 또 있을까. 오래전 삶의 공간에서 묶어지고 엮어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내지도 돌아서지도 못하는 인연의 굴레, 원하지 않았지만 만나지는 필연들 말이다. 그저 마지못해 만나야 하는 관계에서 답답함과 억울함이 치밀어 오르던 때가 있었다.

이런저런 속상하고 억울했던 얘기를 선생님과 나누며 이제는 견딜만 하다고 말씀드린 일이 있었다.
"선생님! 제가 승리한 것입니다" 하고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이 녀석아, 그건 승리가 아니라 성공이란다." 하고 말씀을 해주신다.
"승리라는 것은 어느 상대를 누르고 내가 올랐을 때를 말하지만…."
"성공이라는 것은 꿈을 향해 내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삶의 까닭이며 결과라고…."
"너는, 그래서 승리가 아니라 인생에서 성공한 것이라고…."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신다.

문득 선생님께서 오래전 들려주셨던 귀한 말씀이 요 며칠 마음을 맴돌고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2010 남아공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면서 각 선수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혼신을 다해서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이 세상에 어찌 쉬이 얻어지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저토록 오랜 시간을 한 길을 향해 달렸고 한 우물을 팠을 저 선수들의 피눈물나는 노력이 가슴으로 파고 들어 마음이 아려왔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람자지만, 저 선수들은 보이지 않을 시간에도 쉼 없이 강행군으로 뛰었을 것이다.

며칠 전 한국 인터넷 뉴스를 들추다가 '박지성의 맨발'이란 사진이 담긴 기사를 만나게 되었다. 박지성 선수의 발톱은 굳은살과 상처로 검붉게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다른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세 번에 걸친 '2010 남아공월드컵'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뜨거운 가슴으로 승리의 박수를 쉼 없이 보냈다. 타국에 있으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지 않던가. 한인식당에서 한인들과 학생들이 함께 한자리에 모여 응원하던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뜨거운 가슴으로 외치며 손바닥이 붉어지도록 응원의 손뼉을 쳤다.

스포츠에 있어서 게임이나 경기는 즐거움과 더불어 이기는 데 목적이 있다. 아이들의 운동 경기를 보더라도 승부욕 없이 되는 데로 하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할 때가 있었다. 어찌 어린아이들의 운동뿐일까. 어른들의 경기를 보더라도 볼링, 탁구, 농구, 야구, 축구 그리고 골프 등 함께 경기를 하게 되면 먼저 즐거움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경기인만큼 승부욕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이기도 하다. 저쪽 상대방이 너무 여유롭게 경기에 임하면 때로는 이쪽 상대방은 의욕이 상실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번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과 경기를 바라보는 수많은 관중과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시청하며 응원하는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정과 함께 나누는 이 시간은 먼 훗날 보석처럼 귀하고 값진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승리의 깃발을 꽂기 위해 향하는 길에는 평탄한 길만 있지 않기에 많은 이들의 사랑과 후원과 격려도 있겠지만, 세상 사람들의 빗발치는 비난도 함께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다 지난 후에는 승리의 깃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며 인생의 긴 여정을 통해 성공도 맛보게 될 것이다.

승리와 성공은 어쩌면 같은 방향을 향해 놓인 철로 같은 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목적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승리는 그 어떤 시간에 속한 목표를 위해 있다면 성공은 목적이 아닌 시간을 이끌어가는 자신의 진실한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이다. 승리는 자신의 목적지에 다다르면 내릴 수 있지만, 성공은 계속된 여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승리와 성공은 누구에게나 기쁨이고 행복이다. 하지만, 그 행복의 길이와 넓이와 깊이와 높이는 다를 수 있다. 삶의 여정에서 느끼는 진정한 행복은 누군가를 누르고 올라섰을 때가 아닌 내가 열심히 노력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내 삶의 부분을 나눴을 때라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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