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257회
보스톤코리아  2010-07-26, 13:36:04 
여느 해 여름보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다.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겠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 작은 일에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짜증이 날 수 있는 요즘 날씨에는 더욱이 가족 간에도 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하니 덩치 큰 녀석들이 온 집안을 서성거리고 냉장고 문을 들락거리며 여닫는다. 집안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제대로 준비해 놓지 않고 괜스레 아이들에게만 냉장고 문을 여닫는다고 야단을 치는 엄마의 모습이라니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날씨가 더우니 주말에는 몇 가족이 바닷가에 놀러 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아이들을 모두 키워놓고 지천명에 오른 부부가 오붓하게 함께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계절로 말하자면 푸른빛 여름을 보내고 오색 빛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계절이라 할 수 있을 게다. 열매를 맺기 위해 준비하는 가장 귀하고 값진 때이다. 세상을 둘러보며 제 몫을 다하고 곱게 늙어가는 자연을 보더라도 그러한데 어찌 사람을 귀히 여기지 않을까 말이다. 삶의 공간에서 여백을 찾고 여유를 누릴 줄 아는 멋진 사람.

동네에서 가깝게 지내는 친구 부부들이 몇 있다. 미국에서의 친구라는 의미가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다.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함께 나누고 보듬어줄 수 있는 세상 나이와는 상관없이 편안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친구가 된다. 이렇게 만나며 20여 년의 세월을 지내다 보면 가족 같은 느낌이 들고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이 절로 실감난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지켜야 할 기본 예의는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일러주지 않는 것을 억지로 알려고 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햇수를 더할수록 '묵은 장맛'같은 좋은 친구가 된다

이처럼 곁에 오래 묵은 된장 맛 같은 좋은 친구가 몇 있다. 그중에서도 말 수가 적고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좋은 친구가 하나 있다. 서로 알고 지낸 지는 거의 20여 년이 넘었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바쁜 생활에 쫓기며 10여 년을 훌쩍 흘려보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무렵부터 이 친구와는 계절이 한 번씩 바뀔 때마다 만나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약속은 없었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되었다. 서로 나이가 비슷하고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을 할 때쯤 되니 서로에게 공통분모로 남는 것이 몇 있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나를 자랑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그 자리는 그리 쉽지 않지만, 상대방이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는 느낌을 알았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끄집어 내어주고 서로 칭찬해 주는 일에 익숙해져 갔다. 우리는 서로 바쁜 생활의 시간을 쪼개어 분위기가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가끔 만나 茶와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 속에는 남편과 아이들의 얘기도 있었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여자 나이 오십'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둘은 아름답고 멋진 서로의 여자를 꿈꾸며….

그 친구는 남편과 함께 비지니스를 한다. 바쁜 하루의 일정에서 시간을 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친구는 사진찍기를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자연보호자'이다. '사진쟁이'와 '글쟁이'가 함께 하는 하루의 여행은 말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이다.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이 넉넉해서 하는 여행이 아닌 없는 시간을 쪼개어 하는 여행이니만큼 더욱 값지고 소중하다. 우리는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자연과 만나 함께 호흡하고 느낄 수 있는 그 누림이 좋은 것이다. 그 누림을 혼자 누리기 아까워 렌즈에 담고 노트에 담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다.

여유란, 시간이 많다는 것이 아니라 없는 시간 중에도 그 시간을 제대로 잘 활용할 줄 아는 지혜라는 생각이다. 20대의 아름다움이 젊음이라면, 30대의 아름다움은 씩씩함일 것이다. 또한, 40대의 아름다움이 든든함이라면 50대의 아름다움은 넉넉함의 여유일 것이다. 한 가정의 며느리로,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면서 삶 속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살아왔다. 이제는 한 여자의 이름으로 당당히 살고 싶고 살 수 있는 나이가 지천명의 나이인 50이 아닐까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나이'는 지천명의 오십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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