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포대기
보스톤코리아  2020-02-24, 12:53:19 
뜬금없는 생각이다. 포대기에 아이를 업은 젊은 아낙모습이 떠올랐다. 이용악이나 백석의 시를 몇편 주워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시에서 아이를 업은 정경이 나온다는 건 아니다. 까닭은 알 수없다. 계절이 겨울이라 그런가? 

나역시 어머니 등에 엎혔던 기억이 아련하다. 어머니 등을 통해 들리는 소리는 웅웅거렸다. 더 없이 포근했는데, 어머니 냄새 또한 말해 무엇하랴. 그날 어머니에게 업힌건 어린 내가 아플적이었다. 

오늘은 그림과 사진이 먼저다. 몇장 사진과 그림을 모았다. 모두 애 업은 아낙의 모습이다. 제목을 붙인다면 ‘애 업은 여인’ 인데, 모두 포대기를 둘렀다. 

사진 1: 해방전 이북 젊은 아낙 사진
사진 2: 애 업은 여인, 화가 이수근의 작품
사진 3: 만화인데, 어머니인지 누나인지, 저녁짓고 설겆이하는 그림
사진 4: 본인의 장난 졸작이다. 언젠가 이 지면을 통해 올렸다. 
사진 5: 애업은 어머니와 아이 다른 사진
사진 6: 화가 이수근의 작품 모사 

사진 1을 주목해 보시라. 아이업은 젊은 아낙의 웃는 모습이다. 아낙은 대단한 미인이다. 부끄러움인지, 행복한 웃음인지 아무튼 건강한 아름다움이다. 이 사진에서 한동안 넋이 나갔더랬다. 무명저고리와 검정치마와 검정고무신과 버선이야 누추하다. 하지만 여인의 웃는 얼굴은 차라리 싱그럽다. 아이 없이 혼자 찍혔다 해도 나무랄데 없을 터. 그러나 아이업은 모습이 훨씬 자연스럽고, 밝아 건강하게 보이는 거다. 절대미絶對美라 해야 할 것이다.

강보는 포대기를 말한다. 포대기는 실용성도 있다만 포근함이 먼저 일게다. 그런 포대기가 한국에선 시장성은 전혀 없단다. 아이가 없으니 포대기 수요도 없다는 거다. 수요가 없으니 시장성도 없고 공급은 당연히 부실하다. 미국에서는 포대기 인기가 괜찮은 모양이다. 
부디 한국에서도 포대기 수요가 늘었으면 한다. 애 업은 아낙을 보고싶다. 보스톤에도 겨울이 가려나.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어 있는 아기를 보리니 (누가 2:1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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