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우 역사적 보스톤 시장 당선, 샘윤이 생각나는 이유
최초의 아시안 여성 시장, 비 보스톤 소수민족 출신 시장
2009년 샘윤의 도전에 이어 두번째 도전에서 아시안 시장
팬데믹에 혐오범죄 겪은 아시안들에게는 당선이 작은 위로
보스톤코리아  2021-11-04, 18:37:54 
11월 2일 사우스보스톤 소재 사이클로라마 아트센터에서 열린 당선 축하파티에 당선 수락연설을 위해 들어서고 있는 미셸우 보스톤 시장 당선자
11월 2일 사우스보스톤 소재 사이클로라마 아트센터에서 열린 당선 축하파티에 당선 수락연설을 위해 들어서고 있는 미셸우 보스톤 시장 당선자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장명술 기자 = 선거승리란 단어를 안고 단상에 오른 미셸우 시의원은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당선 파티에 참가한 사람들도 열광했다. 연설 중간 잠시 숨을 고를 때 미셸은 당선의 진정한 기쁨을 음미하듯 말을 멈추고 파티장을 가득 채운 지지자들을 응시했다.

미셸우 시의원이 보스톤의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이었다. 우 시의원은 11월 2일 열린 선거에서 승리하며 보스톤 최초의 아시안 시장, 보스톤 최초의 선출된 유색인종 시장, 보스톤 최초의 선출된 여성 시장이란 모든 타이틀을 한꺼번에 차지했다. 순간 샘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3일 오전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미셸 우 후보는 62.7%에 달하는 91,239 표를 득표했으며 에사비 조지 후보는 37.3%에 달하는 50,879표를 득표했다. 

2일 저녁 사이클로마라 센터포아츠에서 열린 당선 파티에 참석한 미셸우 지지자들은 미셸우 후보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 방영될 때마다 환호했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다는 감동이 때론 춤으로, 때론 “우~”하는 함성으로 드러났다. 많은 선출직 후보의 당선파티를 참가했지만 이번처럼 아시안들의 얼굴이 많은 것도 처음이었다. 

보스톤을 대표하는 얼굴이 우리와 같은 색깔이란 생각과 동시에 지난 팬데믹 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아시안 혐오 범죄가 극성을 부렸고 심지어 애틀란타 총격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리가 미국사회에 속해 있는 것인지 회의를 갖게 했다. 팬데믹 기간은 “보이지 않는 아시안”에 대한 자각의 시간이었다. 미셸의 당선은 상처입은 아시안들의 자존감에 작으나마 위안이 됐다.

그래도 한인들의 가슴엔 그늘이 있다. 특히 보스톤 시장이란 자리는 특별한 감회를 갖게 한다. 2009년었을까. 연도는 가물가물하지만 보스톤 시장에 도전했던 샘윤의 패배는 씁쓸한 추억으로 되려 선명하다. 2005년 보스톤 최초의 아시안어메리칸 시의원으로 당선됐던 그는 시장이란 높다란 장벽에 도전했다. 예비선거에서 플래허티에 이어 3위에 그치며 예비선거의 문턱마저 못넘었다. 

선거 패배 후 샘윤은 보스톤의 철저하게 폐쇄적인 관료조직 및 사회구조에 압박을 느꼈다. 여기저기서 일자리를 거부당한 그는 쫓기듯 가족과 함께 워싱턴 DC로 떠났다. 반면, 마이클 플레허티는 여전히 광역구 시의원으로 건재하고 올해 선거서도 광역구 1위로 당선됐다. 샘윤에게도, 한인들에게도 보스톤 시장 선거는 이렇듯 회한으로 남아 있다.

매사추세츠 서부에서 선김밥 푸드트럭을 운영중인 김선영 대표는 푸드트럭이 보스톤 시에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규제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프로판가스 사용이 불가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차량에 끼는 음식기름을 제거하는 것을 시가 지정한 곳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한 카르텔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야에서도 보스톤의 폐쇄성이 쉽게 드러난다. 

미셸 우는 보스톤서 스몰비지니스를 운영하며 이 같은 폐쇄성을 몸으로 경험했다. 미셸 우가 외치는 선거 구호가 이민자들에게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다. “보스톤시는 우리를 위해 구축되지 않았고, 우리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며,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이런 보스톤 시의 체계를 바꾸겠다”는 그의 말은 선전포고였다. 

선거축하파티 승리 연설에서도 그는 “우리는 보스톤 시가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 되는 것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미셸 우 의원은 “우리는 모두가 보이고, 들리며 소중하게 여겨지는 보스톤 시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스톤에서 거주하면서 느꼈던 많은 장벽과 소외감을 털어내는 일성이었다. 카르텔에 들지 못했던 이민자들은 자신을 대변할 대표성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특권을 누려왔던 일부 보스톤 기득권층에는 불편한 일이겠지만 보스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그들도 공감하는 이야기다. 예비선거에서부터 여론조사에서 일찌감치 애니사 에사비 조지 후보를 30% 이상 앞서면서 승세를 굳힌 것은 변화를 반영하는 움직임이다.

미셸 우 당선자는 선거공약으로 렌트 컨트롤, 무료 대중 교통, 보스톤개발계획기구(BPDA) 해체 등의 정책들을 내세우며 과감한 개혁을 약속했다. 애니사 에사비 조지 후보가 선거동안 이상적이며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던 것들이다. 실현이 그만큼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당선파티는 끝났다. 미셸 우 후보는 다음날인 3일 8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하루 일과를 바쁘게 시작했다. 11월 16일 취임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자신들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에게 당선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럴수록 TV에 미셸 우 시장의 모습이 자주 등장할 것이다. 앞으론 뉴스시간에 자녀들에게 TV를 켜주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누구냐고 하면 보스톤 시장이라고 답해주자.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의 롤모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샘윤이 아니어서 아쉽고 응어리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게 레몬처럼 신맛일 수 있으나, 이를 레모네이드로 바꾸는 게 우리의 일이다. 자녀들에겐 미셸 우도 샘윤도 모두 아시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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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bostonim
2021.11.05, 07:04:19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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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ford
2021.11.04, 19:34:30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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