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피천득 선생과 보스톤 MFA의 인연
보스톤코리아  2015-02-20, 02:03:43 
고 피천득 선생과 보스톤 MFA

뉴잉글랜드 문화의 발상지, 미국 지성의 중심인 도시 보스톤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다. 보스톤시 곳곳에 보이는 옛 유럽식 건물과 빨간벽돌, 파스텔톤의 지붕색은 차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클래식한 분위기를 빚어낸다. 뉴욕이 모던하고 현대적인 느낌이라면 보스톤은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다소 클래식한 면모를 간직하고 있다.

보스톤에는 세계 4대 미술 박물관 중 하나인 보스톤 미술 박물관, Boston Museum of Fine Arts가 자리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보스톤의 명소 중에 하나이고 보스톤에 있는 한국학생들과 한인들에게도 유명한 이곳은 수십년전 수필 '인연'_(한자)으로도 유명한 고 피천득 선생(1910년~2007년)께서 즐겨찾았던 곳이기도 하다.

피천득 선생은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1954년에서 1955년까지 하버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연구하였는데 주말이면 보스톤 심포니홀과 보스톤 박물관 이 곳을 자주 가곤했었다고 한다. 주말이 아니더라도 불현듯 보스톤 미술관에 들려 한국 미술품 전시관에 있는 300년, 500년, 7백년 전의 우리나라 흙으로 우리의 선조가 만들어 놓은 비취색과 백색등 청초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도자기들을 보러가는 때가 있었다고 한다.

피천득 선생의 '인연'중 73쪽, '호이트 컬렉션'이라는 수필을 읽어보면 선생께서 우리나라 자기와 미술품에 대한 감격과 사랑 그리고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상감포도당초문표형주전자, 연지수금향로, 화문매병, 윤화탁 등 평소에 귀에 익지않은 생소한 이름의 도자기들이라 사실 모습을 쉽게 상상하고 생각해낼 수는 없지만 요전에 피천득 선생의 수필집 '인연'을 들고서 MFA로 가보았다. 선생께서 당시에 보았던 우리의 도자기의 모습이 궁금하였고 선생게서 느꼈을 감성과 생각또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당시에 전시 되어있던 우리네 자기들이 아직까지 잘 있는 것 일까하는 걱정과 궁금함 또한 있었기에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여기서 잠시 보스톤 미술 박물관 이용팁을 알아놓자.
보스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티켓구매 데스크에서 학교 아이디 카드를 보여주고 ZipCode를 말해주면 무료관람 티켓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 티켓을 가지고 일주일 내로 온다면 무료 재관람이 가능하다. 성인은 25달러, 65세 이상의 노인은 23달러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 6세 이하의 아동은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관은 1층 입구 왼편에 있는 기념품 샵을 지나 아시아 미술 전시관 쪽을 통해 갈 수 있다.

'순결 고아 정적 유원이 깃들어 있는 그 방 바로 옆방은 일본실이었다. 거기에는 사무라이 칼들이 수십자루나 진열되어 있었다. 무서운 동화를 읽은 어린아이같이 나는 자다 깨어 불만을 느길 때가 있다. (74쪽)라고 쓰여있다.

마지막 구절로 유추해 볼 때 그 당시 한국관 혹은 일본관의 위치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무라이 칼들이 전시되어 있는 일본관은 현재 2층에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1층 한국관 옆에는 현대 일본작가들의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관 입구에 보면 전시실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개설되었다는 글과 함께 통일 신라시대 때의 미숦품, 현대작가들의 도자기 그리고 고려시대의 청자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조선시대의 백자들이 있다.

'호이트 컬렉션'에 언급되었던 도자기들이라고 생각된다.

화문매병이라고 생각되는 매병 밑에 Plum blossom vase라는 영문설명과 maebyeong 이라는 한글-로마자 표기 또한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설명의 맨 끝에는 'Hoyt Collection' 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 외에 표형주전자라고 생각되는 주전자들과 금색의 네발이 달린 연지수금향로가 여전히 전시실 내부에 있어 반가운 마음과 함께 소실되지 않고 보존되어 있음에 감사했다.

1885년에 발간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이라는 책의 작가, 보스톤 출신의 퍼시벌 로웰(1855년~1916년 - 사진 중앙 왼쪽) 과 당시 조선의 대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다.

미술관 내 한국관의 규모는 중국관, 일본관에 비해서 작다.

전시물들도 거의 대부분 도자기들이었는데 전시실의 규모도 작아서 그런지 현지인이나 외국인의 경우 오래동안 머물면서 주의깊게 관람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 유출되어있는 우리의 문화재들이 적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사실 미술관을 구경하면서 미술품 밑에 적힌 설명들을 일일이 다 상세하게 읽어보고 관람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일반적으로 유명하거나 특별히 눈에 가는 전시물 이외에는 지나치게되는 경우가 꽤 많지 않을까한다. 하지만 선생께서 언급하였던 도자기들을 찾아보며 전시품 아래에 적힌 설명글들을 상세하게 읽어보는 기회가 되었다. 미술관을 찾는 한인들도 설명글을 유심히 읽어보며 선생께서 보았던 도자기들을 찾아보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보스톤은 고 피천득 선생과 인연이 있는 곳이다.

수필집 '인연'을 읽어보면 다른 수필들 속에 보스톤 심포니, 캠브리지의 하버드 스퀘어, 콩코드시 그리고 메사추세츠의 다른 곳 또한 언급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고적한 바람이 부는 보스톤의 가을, MFA로 가서 피천득 선생의 수필 중 '호이트 컬렉션'에 나와있는 단아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는 우리의 도자기들을 만나보고 선생꼐서 느꼈던 감정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공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보스톤 미술 박물관 Museum of Fine Arts, Boston
위치 : 486 Huntington Ave, Boston, MA 02115
MBTA T (전철) Green line E 선을 타고 Museum of Fine Arts 역에서 내리면 걸어갈 수 있다.
문의 전화 (617) 267 - 9300
Museum of Fine Arts, Boston 홈페이지 참조 : www.mfa.org


임균택 아이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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