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공원이 되기까지 11년
보스톤 프로젝트가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
보스톤코리아  2019-04-04, 20:20:58 
사진에서 오른쪽: 파울라 무니 맥코이(Paulea Mooney-McCoy), 왼쪽: 폴 말킴(Paul Malkemes)
사진에서 오른쪽: 파울라 무니 맥코이(Paulea Mooney-McCoy), 왼쪽: 폴 말킴(Paul Malkemes)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정선경 기자 =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엠허스트 공원(Elmhurst Park)은 푸른 잔디밭과 알록달록한 벽화, 세련된 조형물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가 어우러진 근사한 공간이었다. 싸늘한 날씨에도 사람들의 발자취와 애정어린 손길이 느껴질 만큼 온기가 어려있었다. 

“맨 처음 이곳은 쓰레기가 가득한 버려진 장소였어요” 보스톤 프로젝트의 프로그램 디렉터 파울라 무니 맥코이(Paulea Mooney-McCoy)는 공원을 보여주며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는 섬머 캠프를 비롯한 각종 지역 이벤트가 열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골목 모퉁이에 또 다른 공원이 나타났다. “우리는 이곳을 평화의 정원(Garden of Peace)이라고 부릅니다. 공원의 벤치 두 개는 이 지역 아이들이 디자인한 것이고요.” 십자가가 벌린 팔처럼 포근하게 안아주는 모양으로 디자인된 벤치 아래에는 ‘수고하고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라는 성경 말씀이 적혀있었다. 파울라는 “공원이 완성되고 한동안 아침마다 어떤 나이든 남자분이 바로 저 자리에 앉아계셨는데 편안해 보였습니다”라며 웃었다.

한때 폐허였던 엠허스트 공원의 현재 모습
한때 폐허였던 엠허스트 공원의 현재 모습

평화의 정원(Garden of Peace)의 벤치는 지역 아이들이 디자인한 것이다
평화의 정원(Garden of Peace)의 벤치는 지역 아이들이 디자인한 것이다
  
한 블록쯤 지나자 공사 중인 커뮤니티 가든이 모습을 드러냈다. “채소를 심고 가꾸면서 사람들끼리 교제도 나누게 되길 바랍니다. 모든 것은 당연히 무료입니다.” 
주택가 골목을 돌며 마주한 벽 곳곳에는 화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정원과 예술로 아름답게 가꾸어진 마을, 이는 보스톤 프로젝트의 지난 23년간의 발자취이다. 

보스톤 프로젝트는 도체스터를 기반으로 이웃 지역을 더 푸르고 안전하고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탄탄하게 만들고자 하는 비영리단체이다. 1996년 고든 컬리지를 막 졸업한 폴 말킴(Paul Malkemes)과 그의 아내 글래나 말킴(Glenna Malkemes)이 청년 사역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도체스터에 자리를 잡은 것이 그 시작이다. 

“맨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지역민 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지역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열정을 알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폴 말킴이 말했다. “처음에는 청년사역에 비중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청년사역이 10%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이고 관계에는 아젠다가 없습니다.”

보스톤 프로젝트 사업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준 사업은 다름아닌 엠허스트 공원이다. 본래 폐허였던 버려진 땅이 공원이 된 것은 한 아이의 사고로부터 비롯되었다. “위험한 쓰레기로 가득한 공터에서 아이들은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아이가 버려진 깨진 유리 창에 다리를 온통 찔렸고, 그때 이제 더이상은 안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공원으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세운 것은 1998년,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09년에 비로소 공원이 완공되었다. 건축비용을 계산하고, 작가와 연락하고, 지역민들이 이 공간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은 길었다. 그 사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찾아왔다. 공원이 지어지고 난 후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도 고민이었다. 초반에 공원을 넘겨받는 것을 보류하던 보스톤시는 보스톤 프로젝트가 공원 디자인과 건축, 3년간 관리를 한 후 넘겨주겠다고 하자 겨우 동의했다.  

시에서 관리하는 공원이 되었지만 공원을 유지하기 위한 보스톤 프로젝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공원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원을 지역민들이 공유하는 공간으로 활성화하는 것이다.

각종 이벤트는 공원이 생기기 전부터 이어져 오던 것이다. “폐허를 청소한 후에 생겨난 공터에서 패밀리 펀 나이트(Family Fun Night)나 각종 운동 경기를 개최했습니다. 그것이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비전을 살아있게 한 방법이었습니다.”라고 폴은 말했다.

엠허스트 공원이 생기고 두 번째 공원이 만들어지기까지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엠허스트 공원은 우리 단체의 상징과도 같아요.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고, 변화를 만들고, 비전을 살아있게 합니다”라고 파울라는 말했다.

보스톤 프로젝트는 조만간 “Loving your block”, “Let’s get healthy” “Family Fun Night” 등의 이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단체의 홈페이지(tbpm.org)나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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