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밭의 자랑스러운 남편이 되기를 …
보스톤코리아  2006-11-22, 00:25:14 
한인회장 당선자에게 바란다-1
윤희경 (칼럼니스트)


먼저 안 병학 차기회장이 오랜 동안 간직해 왔던 한인사회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큰 포부를 한껏 펼 수 있는 기회를 세 차례의 도전 끝에 드디어 쟁취하게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제 한인회장으로 막 당선된 안 회장을 접하는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한인들은 마치 100년 전 하와이의 사탕수수밭의 일꾼인 한인 총각에게 사진결혼으로 방금 하와이에 도착한 신부에 비유된다고 할 수 있다. 평소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던 이 신부는 그럴싸하게 쓰여 진 구혼편지 한 장과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사진 한 장으로 그래도 이 남자가 시쳇말로 얼짱이라 생각되어 결혼을 결정하고 멀고 먼 뱃길을 찾아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생면부지의 이 총각과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신부는 남편이 어떠한 성품과 인품을 가졌는지는 전혀 몰랐다. 한편 흔한 후보자간의 토론회 하나 없이 치러진 선거에다, 대다수의 한인들은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정하는데 각 후보가 배포한 두어 장의 후보사진이 곁들인 간략한 선거공약이 적힌 선거광고지가 그 전부였을 것이다. 새 남편의 능력을 모르고 결혼한 신부처럼 대다수의 한인동포는 새로운 한인회장의 영도력이나 행정 능력을 모른 상태에서 선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결혼과 회장선거 두 경우 각기 선택상대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선택이 결정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한인사회를 사진결혼 신부로 비유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 회장에게 권고하고 싶은 첫 말은 안 회장의 실체를 모르고 있는 동포를 되도록 많이 접하여 안 회장의 참 모습을 의연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알려야 할 것이다. 상대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안회장의 열정과 포부를 전해 주어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러 넣어 주기 바란다. 기대와 불안감으로 어쩔 줄 모르는 이 신부를 사탕수수밭 총각이 꼭 껴안아 주었듯이 말이다.
다음으로는 안 회장이 동포사회에 약속한 큰 선거 공약, 즉 청소년후원, 봉사센터, 한인회보, 그리고 한인회관설립의 활성화 등을 충실히 지키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 약속들은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힘겨운 사업들이다. 따라서 이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청사진을 조속히 발표하여 한인사회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청사진에는 물론 개별 사업의 진척과정이 객관적으로 검증될 수 있도록 만들어 져야한다. "한인회관설립의 활성화" 공약을 예로 들자면, 임기 4년인 대통령이 10개년 경제개발계획을 만든다는 점을 본받아 회관건립장기플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즉 건물의 규모, 위치, 설립 시기 등 주요 골격을 먼저 만들어 지면 모금 목표액 등이 부수적으로 책정될 터이니 모금사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목적지가 없는 여정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선거공약에 있던 "삼만 불을 더 모금하여" 라는 구절은 안회장이 이미 세운 플랜에 근거를 둔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한인회보와 보스턴코리아 두 지역신문에 수년간 칼럼을 기고하였던 필자는 회칙에 명시된 한인회보 발간위원회의 발족을 촉구한다. 이 위원회는 한인회에 직접적으로 관여 되지 않고 아울러 소위 신문을 아는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안회장과 그 집행부는 한인사회의 고질적인 무관심을 타파하고, 동시에 신뢰를 얻어 한다. 마음을 열지 않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친구로 할 수 없듯이 한인회가 한인사회에 투명하게 제시되었을 때 비로소 한인동포들이 관심을 보이고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한인회장 회의실에서 결정되는 사항이나 한인회 이사회의 회의내용 등이 지역신문을 통하여 한인사회에 바르게 전달되어야 한다. 또한 한인들이 믿을 수 있는 철저한 감사를 받은 회계 내용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널리 공개되어야 한다. 한인회는 정부에 등록된 비영리단체이기에 투명성과 공개성은 안 회장이 회장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이고 책임이다.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바라고 싶은 점은 위의 모든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제도도 아니고, 돈도 아닌 오직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라는 틀에서 벋어나, 전체 한인사회를 망라한 새로운 팀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참신하고 유능한 한인 인재는 미국 내에서도 고도의 두뇌들이 밀집하였다는 이 지역에는 많을 것이다. 이번 경선으로 이루어진 선거에서 뚜렷하게 표출된 점은 이제 3만 명의 큰 규모로 성장한 한인사회에 걸 맞는 민주적이고 실질적으로 한인을 돕는 한인회로 탈바꿈하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회의 주요행사가 3.1절이나 8.15 행사를 거행하고 회장이 축사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뉴욕한인봉사회는 지난 30년 간 꾸준히 성장하여 오늘날에는 28명의 정규직원을 둔 년 예산이 3백 5십만 불의 봉사단체가 되었다는 점을 참고하기 바란다. 새 한인회는 그 인적구성과 운영방식을 개선하여야 하고, 분야에 따라 개혁까지를 갈구하는 지성인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이들은 또한 한인사회 내에 리더십의 부재에 대한 우려를 침묵으로 웅변하고 있다. 안 회장이 한인사회의 이런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리더십의 빈자리를 메워 주기를 바란다.
안 회장이 짧은 시일 내에 사진결혼으로 맞은 아내로 부터 사랑과 존경을 흠뻑 받는 사탕수수밭의 자랑스러운 일꾼이며 남편이 되기 바란다. 임기가 끝날 무렵 "안 회장, 수고했소!" 라는 진정한 감사의 인사가 지난주에 받은 당선 축하 인사보다 한층 커야할 것이다. 이는 안 회장 개인의 승리일 뿐 아니라, 한인회와 한인사회가 발전하였다는 한인이민 역사의 자랑스러운 한 장을 기록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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