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대석 - 송구영신(送舊迎新)
보스톤코리아  2007-01-07, 23:30:19 
백 린 (역사학자)

병술(丙戌)년을 보내고 정해(丁亥)년을 맞이합니다.
송구영신, 다사다난했던 이 한 해를 마지막 보내고 은총이 충만한 새해를 맞이하여 환희에 넘치는 공하신희(恭賀新喜)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 세모를 어떻게 보내며 새해를 어떤 기쁨으로 맞이하게 되야할지 걱정이 앞서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설날을 맞이하게 되니 기뻐서 날뛰지만 어른들은 그믐날 전에 채무를 갚아야 하니 세모가 되면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신라 자비왕 때의 백결(百結)선생의 일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눈이 펄펄 날리는 섣닫 그믐날 가까이서 들려오는 떡방아 찧는 소리. 찢어지게 가난한 것을 슬퍼하는 아내를 달래고자 "사생은 재명이요 부귀는 재천이라(死生在命 貴賤在天)"고 하며 탄금으로 떡방아 찧는 소리를 들려준 방아타령을 대악이라고 합니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세모를 참으로 쓸쓸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대지에 함박눈이 펄펄 날리는 섣달 그믐날 밤은 처량하기가 한층 더했던 것 같습니다.
"백설이 분분 만천지하니 양춘세계는 하시갱봉(白雪紛紛萬天地陽春世界何時更逢)이리요"  이시의 작자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고려나 이조 초의 시조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고통스러웠던 이 한해를 어서 보내고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새해를 기다리는 것은 어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중국 송나라 때의 철학자 소강절(邵康節)은 12월 31일 자정(子正)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자시야반에 일성 뇌하니 폐장지기가 차재개라(子時夜半 聲雷 閉藏之氣 自再開)"
섣달 그믐날 밤에 우리가 울리는 얼어 붙었던 대지가 스스로 열리기 시작한다. 라고 한 시 한구절입니다.
자정 이 시간을 해자지간이라고도 합니다. 이 시각에 교회는 송구영신 예배를 보면서 새해를 알리는 종을 울립니다. 이 순간부터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가 새로 시작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동양철학의 원전이라고 일컫는 역경(易經)에서는 일년중 음양의 성쇠(盛衰)에 따라 섣달을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주역의 8괘는 새해의 괘사를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곤괘(坤卦)의 3음과 진괘(震卦)의 2음과 1양괘를 중첨한 5음(五陰)1양(一陽)을 복괘(復      卦)라고 합니다. 이 괘사의 뜻은 일양내복(一陽來復)이라하여 눈속에서도 새로운 기운이 일어나 만물이 다시 소생한다는 진리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역수(易數)에 따라 새해에는 세계 분쟁지역에서 안정을 얻게 되고 6자회담의 현안인 북핵문제도 합의점에 도달하고 남북문제도 통일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공존을 원칙으로한 번영으로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맞는것도 8괘이며 맞지 않는 것도 8괘라고 하니 역점(易占)은 크게 믿을 것이 못됩니다. 그보다도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새해의 의미입니다.
새해 정해년은 60갑자로 24번째가 되는 해입니다. 이 정해년을 고갑자로 강어대연헌(强圄大淵獻)이라고 합니다. 즉 꽉 막혔던 천지가 기운을 얻어 만물이 다시 소생한다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그 같은 어려운 질문보다 우리는 정해년 출생이 돼지띠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이 정해년은 돼지띠 중에서도 붉은 돼지라는 것입니다. 붉은 돼지면 어떻고 계해생 검은 돼지면 어떻습니까. 돼지면 다 복돼지이고 돼지꿈은 황금돼지가 아니겠습니까?
돼지꿈이라고 해서 결코 운수대통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제시대에 우리는 생활이 어려워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오히려 착잡하기만 하였습니다. 일본경찰은 양력명절을 지키라고 성화이고 한국사람은 구정이 진짜 우리명절이라고 하여 결코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구정을 지킨다는 것은 항일투쟁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정월 초하룻날 포승을 지워서 순사에게 끌려가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일제하에서의 송구영신은 희비쌍곡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망년회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 한민족은 조상전례의 미풍양속을 잘 지켜왔습니다. 새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가묘에 차례를 지낸 다음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세찬을 나눈 다음 동네를 돌며 친지를 찾아 새해의 하례를 나누고 이 명절을 즐기는 것이 우리 한인의 오랜 풍습이었습니다.
해방후 우리의 가치관은 많이 변화했습니다. 천년전통의 유교덕목인 3강5륜을 지양하고 은총과 사랑을 신조로 하는 기독교 정신과 민주주의을 받아 들여 근대화를 이루었습니다. 지난날 어렵고 괴로웠던 송구영신도 지금은 은혜 충만한 성탄절의 기쁨과 은총이 약속된 새해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세모에 성탄절을 맞이하는 자선냄비의 등장, 주님의 오심을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룩한 밤 은총을 알리는 축복이기도 합니다. 이 은혜가 충만한 12월 25일은 예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의 탄신일입니다. 이로부터 5일 후에는 새해를 맞게 됩니다. 이 새해는 희망의 새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1년 두고 고생한 노력의 대가로 주어지는 축복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새해 인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새해에도 지난해와 다름없이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같이 기쁜 성탄과 축복의 새해를 맞이하여 하나님의 은총이 온 세상에 충만하기를 기원 드리면서 감은성탄근하신년(感恩聖誕謹賀新年)으로 이글의 끝을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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