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주 네쉬빌에 이주해 살면서
보스톤코리아  2007-02-10, 23:56:06 
홍순영 (한미역사문제연구위원)

나에게 지난 해는 참으로 견뎌내기 힘든 한해였다. 나이탓도 있겠지만, 무더위속에 갑자기 보스톤에서 멀리 테네시로 이사를 하는 일이 힘들어 병원 신세를 졌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미리 예정된 이사이거나 예기치 않았던 상황에서 새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일에는 사람마다 겪는 차이점은 다르게 나타닐 수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낯선곳에 이사해 새 이웃을 사귀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찾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사를 하는 일이 달갑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살던 터전을 등지고 새 정착지를 찾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사는 것이 삶을 이어가는 명제(命題)다. 미국에 이주해 살면서 10여회가 넘는 이사를 하며 살아온 내가 앞으로도 몇번쯤 옮겨 살아야 할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가정이 처음 이주해 살았던 곳은 미 중서부에 위치한 미시간주다. 미시간주는 비교적 겨울이 긴 곳으로 눈과 바람이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이름난 공업도시다.
미시간을 떠나 다음으로 살던 곳이 커네디컷 뉴 헤븐이다. 커네디컷은 봄과 가을이 긴 곳으로 예일대학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살기 좋은 곳이다.
커네디컷 다음으로 이주한 곳이 보스톤이다. 보스톤은 전세계인들이 관심을 갖는 도시로 미국 건국의 역사와 종교, 학문, 교육이 함께 펼쳐진 미국의 자존심이 서려있는 역사의 도시다. 보스톤을 거쳐 다시 이곳 테네시 내쉬빌에 이주해 왔으니 미국에서만 4개주를 옮기며 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내 형편이다. 잦은 이사를 하는 가운데서 만났던 사람중엔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도 있다. 미시간, 커네디컷, 보스톤을 전전하다 테네시주 내쉬빌에 자리를 잡은지도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우리 가정이 잦은 이사를 하게된 이유에는 사업의 실패나 보다 좋은 사업 조건을 찾아 이사했던 것은 아니다.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둔 형편에서 아들의 학업 뒷바라지와 손자들을 돌보기 위해 이사짐을 자주 싸야만 했던 것이 이사를 자주하게 된 이유다.
잦은 이사를 하면서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 오른다.
어릴적에 부러웠던 일은 시골에서 서울이나 큰 도시로 이사가는 사람이 꽤나 부러웠었다. 자동차에 이사짐을 싣고 도시로 이사를 떠나는 이웃이나 친구를 떠나 보내는 아쉬움보다는 나도 저 친구와 같이 도시로 이사가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1년짜리 전세집을 전전해 살다보니 이사하는 일이 잦았고 이사를 할 때마다 짐을 싸고 옮기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지칠 때도 있었다. 사람은 출발부터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이사를 자주 해본 사람들의 말은 이사를 할때마다 잡다한 쓰레기 같은 물건들을 버리고 버렸는데도 짐은 줄지않고 늘어 나기만 한다고 넉두리를 내뱉는 말이 공통점이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안식처는 좋은 주거 환경, 화목한 가정을 나타내는 말도 되지만 그보다는 좋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협력을 이룬 선한 삶이 좋은 안식처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 가운덴 이웃의 정을 떨쳐버리지 못해 이사를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 이민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겐 바쁘게 산다는 이유에서 시간이 쫓김을 탓하고 삶의 의미를 상실한 기계화가 되어버린 사람도 있다.
이웃이나 친구로 부터 받은 우정은 비길 수 없는 귀한 재산이다.
좋은 이웃의 만남은 건강한 공동체를 다지는 축이 된다.
보스톤에 살았던 6년간은 회한(悔限)의 그림자만 남겨 놓았다.
'회자정리'의 뜻을 살펴보자. 만나면 헤어짐이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만남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만남 가운데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쌓는다.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게 마련이고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의 여정(旅程)이다. 보스톤 한미 역사문제 연구회에 참여하면서 뜻있는 분들의 충고와 지도는 내 남은 삶의 또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곳 테네시주에도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다. 테네시주 자체가 그렇듯 이곳 한인 사회도 조용한 사회로 한인 모두가 맡은 생업에 충실히 살면서 공동체의 초석을 쌓는 일에 열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삶의 안정을 쫓아 여기저기 옮겨 다닐 수 밖에 없는 이민의 삶에서 한인들끼리 죽기 살기로 경쟁하며 사는 대도시 한인사회 보다는 온화한 기후 속에 감미로운 "테네시 왈츠"가 들려지는 음악의 도시 테네시주에서 새로운 이민의 삶을 일구어 보는 것도 바른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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