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에서 만난 두 사람
보스톤코리아  2007-03-26, 04:45:30 
강금희


"아무 염려말고 다녀와요" 자기 자신의 일인 양, 흔쾌히 배려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성지 순례를 다녀올 수 있었다. 지금도 문득 보고싶어지는 분들과 열흘을 함께 보내면서 이곳이 바로 그곳인지, 성서에 나오는 그 여리고, 베들레헴, 예루살렘인지 꿈처럼 긴가민가 할 때가 많았다. 어디서부터 순례기를 풀어가나 궁리하다가, 갈릴리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갈릴리 호수에서 두사람을 "만났다". 1세기와 19세기를 살았던 그들을 만난 후,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없을 것 같은 글과 노래가 생겼다.
다섯째날. 2월 10일 토. 가버나움, 탑가(Tabgha), 산상수훈산, 찌포리(Sepporis), 갈릴리 보우트 승선. 오늘 견학 할 곳이다. 운전석 밖으로 동네방네 사람들과 인사를 오가던 운전기사는 '자주 웃는'우리 일행을 탑가에 내려놓는다. 갈릴리 호숫가에 자리잡은 탑가는 복음서에 나오지는 않지만, 일찌기 4세기에 성지를 순례하고 기행문을 남긴 어느 수녀님이 성지로 방문한 적이 있다. 예수님이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하는 8가지 축복을 일러주고, 베고픈 군중들을 보리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먹이는 기적을 일으키고, 부활 후에 제자 베드로에게 타나난 곳이라고 기독교 전승은 전한다.
Church of Primacy of St. Peter,라고 쓴 곳을 길따라 들어가면, 아름드리 나무 아래 청동제 조각상이 눈에 든다. 실물 크기로 된 형상으로, 한 사람은 프로포즈하듯이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안수하듯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다.
조각상 앞 돌벤치에 앉아 요한복음 21장을 읽고, 가이드겸 강사인 피터목사님이 퀴즈를 낸다. "여기서 베드로에게 과거의 일을 상기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심문을 받고 있던 예수님과 한 패가 아니라고 베드로가 노,노,노 하자 닭이 울면서 새벽을 알린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부활한 주님이 베드로를 찾아온 때도 날이 새는 새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숯불'이란다. 숯불은 베드로에게 각인된 수치심을 되살렸다는 것이다.
'사랑하시는 제자', '돈 궤를 맡은 자'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베드로는 그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꿸 수 있을 정도로 성서에 주어진 정보가 많다. 베드로가 어떤 위기/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중요한 이미지가 '숯불'이다. 그가 갈등을 경험한 곳은 예루살렘 대제사장집이었다. 십자가 사건 전, 예수님이 짐승처럼 결박당한 채 문초를 받을 때, 베드로 자신은 그 와중에도 한기를 느껴 사람들 틈에 숨어서 숯불을 쬔다. 예수님에게 누군가 절실히 필요했던 바로 그 순간, 자신은 숯불을 쬐면서 친구 중의 친구를 정녕 모른다고 등을 돌린다. 죽음의 공포가 제자의 도리를 눌렀을 것이다. 그런 적이 있기에, 육지에 올라 예수님과 숯불을 동시에 본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수치심이 밀려왔다.
숯불을 피우면서 배반의 피해자였던 예수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자기를 저버렸던 사람을 먹이는, '살리는'용도로 숯불을 피웠을까? 숯불로 죄책감과 수치심을 태워버려라, 자기 혐오를 사랑으로 바꾸라, 먹고 생기를 되찾으라는 말없는 배려였을 것이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제가 주를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두사람이 재회해서 나누는 대화는 연인들이 나누는 밀어같아서, 큰 소리로 읽기가 좀 그렇다. 숯불 앞에서, 처음 만났던 그곳 갈릴리 호수에서, 베드로는 처음처럼 새로 시작한다.
예수님 당시의 보우트를 본뜬 나무배를 탔다. 길이 13마일, 넓이 7.5마일의 갈릴리 호수는 오늘따라 잔잔하기 그지없다. 이러다가도 구릉지대나 고원쪽에 바람이 내리치면 갑자기 폭풍이 일기도 한다는데 호수의 위치때문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요르단 골짜기에 있는 갈릴리 호수는 해면보다 680피트가 낮다. "저기가 탑가, 어디, 저 지붕이 팔복교회", 하다가 어느샌가 "내 평생에 가는 길 순탄하여 늘 잔잔한 강 같든지" 목산임과 사보님들이 즉석 성가대가 되었다. 서로 더 가까와진 느낌으로 여운이 잦을 무렵, 가이드 목사님이 "Do you know about this song?" 이 곡에 대해 아느냐고, 뭐라뭐라 끝에 "Jerusalem, here," 예루살렘이라고 한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이 노래는 한 많은 사연이 배어있다.
"Saved, alone"(나만 살았어요), 시카고의 잘나가는 법률가요 사업가, 독실한 기독교인 H.G Spafford에게 아내의 전보가 날아든다. 마른 하늘에 웬 날벼락이었다. 1873년 11월 22일 이른 아침, 전날 뉴욕을 떠나 프랑스로 향하던 호화여객선 Ville de Havre는 배에 부딪혀 대서양에서 난파하고 말았다. 새 페인트에 붙어버려 구명선도 있으나마나였다. 그 배에는 스파폴드의 아내와 네 딸이 타고 있었다. 2년 전 시카고 대화재로 잿더미가 된 건물들은 언제 복구될지 알 수 없어서, 자녀 교육과 아내의 요양을 위해 스파폴드는 프랑스 방문을 계획했다. 온 가족이 함께 갈 예정이었으나 스파폴드에게 중요한 사업일이 생겼기 때문에 가족을 먼저 보내고, 나중에 합류하기로 한 터였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가던 배가 47명을 구조했지만, 226명도 마저 구할 만큼 제 때 도착하질 못했다. 스파폴드의 네 딸, 애니(10살), 매기(8), 베시(5), 타네타(2)는 47명에 없었다. 찢어진 가슴으로 아내를 데리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선장이 캐빈으로 스파폴드를 따로 부른다. "자세히 측정해 보건대, 지금 우리는 Ville de Havre가 파손한 그 지점을 통과하는 것 같소."
When peace like a river attendeth my way, When sorrows like sea-billows roll,
Whatever my lot, Thou ha taught me to know; It is well, it is well with my soul  
물결을 바라보며 스파폴드는 첫 부분을 썼다. 하지만 시를 쓴다고 옅어질 상처가 아니었다. 부서진 삶을 이어보려고 스파폴드 부부는 아이를 셋 더 낳지만, 하나는 선흥열에 잃는다. 1881년 둘은 영영 시카고를 떠났다.
'성지에 오래 머물면 마음의 위로를 받을지 모른다'고 그들은 믿었다.
예루살렘에서의 '첫 집'을 애나는 '성벽이 있는 집'으로 불렀다. 시카고에서 온 친구들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인종, 종교, 국적에 상관없이 봉사와 자선을 베푼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곳을 '아메리칸', 혹은 '아메리칸 콜로니(American Colony)'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 예루살렘은 생활환경이 혹독했지만,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어 더 큰 '새 집'을 마련한다. 예루살렘 터어키 군부의 신뢰를 얻어 1차 세계대전동안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한편, 메뚜기 재해, 기근, 티푸스와도 싸워야했다.
오늘날, '첫 집'은 가족과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3만 명을 돕는 고아원으로, 예루살렘의 '다메섹 문'안에 있다. '새 집'의 로비에 들어서면 오렌지 쥬스를 든 직원들의 환영을 받게 되는데, 처칠, 바바라 워트즈, 조안 바이즈, 알렌비 장군등이 묵고 간 이 '아메리칸 콜로니 호텔'은 '스파폴드 어린이 센터'의 최대 기부자이기도 하다. 1889년 스파폴드는 예루살렘에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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