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 강연회 후감(後感)
보스톤코리아  2007-04-15, 22:27:10 
윤희경 (본지 칼럼니스트)


주보스턴총영사가 한인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제 12기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한 강연회의 초청연사로 강연을 하였다. 금년 2월13일 있었던 제5차 6자회담 3단계회의에서 얻어진 "2/13합의"가 주제였다. 회담표기부터 난해하여 바꾸어 보았다. 북한 팀과 미국선수가 주축이 된 팀이 격돌한 야구참피온시리즈의 5일째 경기 3회전으로...

강연에 대하여 교민들이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특종 뉴스가 터져 나올 것을 기대한 것 때문이 아니다. 총영사관에 대한 교민들의 통상적 인식은 병역이나 비자 등 민원사무의 처리를 하고, 총영사는 주로 여러 한인행사에 참석하고, 지역 유지들과 함께 축사 정도 한다는 것이라고 해도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총영사관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6자회담이 2003년 8월부터 근 4년간이나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민을 위한 홍보에 적극적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차제에 지영선총영사가 강연을 통하여 정부의 정책을 교민에게 직접 육성으로 전달, 홍보를 하였기 때문이다. 총영사의 강연은 강연내용의 중대성에서뿐만 아니라 총영사관이 교포사회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이기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싶다.

"2/13합의"의 복합적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이를 차분히 전개한 강연이었다. 이글은 강연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나 강연내용 중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부분이 빠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즉 "2/13 합의"가 이루어 진 이유가 "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부시의 인식관이 근본적으로 바뀐 데 따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시행정부가 이락전과 이란의 핵 등 미국의 국익에 더 중대한 안건에 주력하기 위하여 북한 핵문제를 소강상태로 급전환 시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의 부산물이 바로 "2/13합의"라는 것이다. 비밀 아닌 비밀이 된 이 점이 강연에서 빠진 것은 지 총영사가 돌다리도 두드려 가는 외교관이었기에 의도적으로 피해 간 것으로 믿는다.

2005년 9월의 4차 회담의 소위 "9/19합의"가 휴지화된 사유는, 서명직후 미국이 마카오의 BDA은행에 북한이 예치한 2천5백만 불은 북한의 위조지폐와 마약판매 자금의 돈세탁이라는 이유로 이를 동결한 데 있다. 이로 인하여 작년 후반까지 북한은 6자회담 후속회의에 참가를 거부하였고, 한편 핵실험 등 한반도문제를 극한으로 몰고 갔다. 이러다 북한이 5차 6자회담에 극적으로 복귀하게 된 배경에는 자금동결을 풀겠다는 미국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결해제는 "2/13합의" 서명을 한지 거의 60일 다 된 이제 까지 이행되지 않다가, 곧 해결될 것으로 뉴스는 전하고 있다. 60일이라는 시한이 갖는 중요한 점은 "2/13"합의 첫 단계를 각국이 60일 이내에 이행하기로 한 데 있다. 시작부터 평탄하지 않아 향후진전을 주시해야 하겠다.

강연 끝 부분에서 슬라이드로 보여준 개성공단 현장의 북한노동자들 사진은 여러 생각을 나게 하였다. 형광등 아래 시계조립을 하는 이들에게는 그토록 밝은 전깃불은 난생 처음이었을 것이다. 구매점의 컴퓨터나 출퇴근용 버스 등의 우수함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들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무엇인지 필자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필자가 30여전에 미국 땅에 첫발을 디디며 미국의 풍요함과 거대함에 놀랐던 바로 그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개성공단에 고용된 1만 2천명의 북한노동자 전부가 일 년 벌어 가는 8백만 불 미만의 금액과 비견할 수 없는 큰 사상적 파급효과가 북한 전역에 밀어 닥치고 있을 것이다. 통일에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는 긍정적 효과다. 공업단지에 고용된 북한주민이 수십만, 좀 더 욕심을 내어 백만 명 만 되어도 이로 인한 경제적여유와 사상적 변화, 이는 바로 지난 2월 하버드대학에서 강연한 박근혜씨의 통일관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평화는 풍요한 사회에서만 싹 트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은 지난 60년간 체험했다.

이번 강연회에서도 한인모임이면 거의 공통점인, 즉 지역유지나 단체장들은 자연스레 특별히 지정하지 않아도 유독 같은 테이블에 착석한다는 것을 볼 수있었다. 별다른 사유가 없다면 이런 모양새는 바꾸었으면 한다. 강연회 같은 모임을 단체장과 유지들은 평소 접할 수 없었던 교민들과 친교 하는 기회로 활용하였으면 한다. 테이블배정은 강연 진행에 편리하도록 강단에 오를 연사 등을 앞쪽으로 배치하는 것이 통례이다. 특히 당일 강연에는 골프대회와 위원의 헌금으로 조성된 평통장학생으로 선발된 자랑스러운 우리의 2, 3세 학생 5명이 참석하였으나 그들끼리 모여 앉아 있었다. 지역 유지들이 학생들과 섞여 함께 식사도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면, 이들이 오래 간직할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하나 더 첨언하면 장학금전달식에서 간단하나마 장학금의 배경과 심사 요령 등을 발표하고, 장학생들을 소개하였으면 장학생들은 물론 전달식도 한층 더 빛났을 것이다.

강연을 마련한 12기 평통은 회장과 간사가 뜻하지 않게 사임하는 돌발 사태를 겪었으나, 대과 없이 오는 6월이면 2년의 임기를 마무리 하게 된다. "2/13합의"라는 절호의 주제를 놓치지 않고 백분 활용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것을 축하한다. 위원들 자신들의 회비로 평통을 운영하는 넉넉지 못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장학사업 까지 펼친 것을 한인사회는 기억할 것이다. 차후의 평통도 이를 본받았으면 한다. 그러나 더 절실한 것은 평화통일에 관련된 주요한 관심사에 대한 강연회에 위원들이 스스로 연사가 되고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앞으로 통일과 관련하여 국내, 국제상황이 발 빠르게 전개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위원들도 공부하여야 한다.

총영사관도 FTA등 교민사회의 관심 사안에 대한 홍보 계획을 세우고 관할지역 내 전 교민이 초대된 강연도 하였으면 한다. 교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길이 총영사관이 그 임무를 쉬이 이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강연을 통하여 지영선 총영사가 큰 발걸음을 내 디뎠다. 많은 교민들과 피부가 서로 맞닿게 하는 여러 사업으로 한층 친근감이 가고 신뢰 받는 총영사관이 되기를 바란다.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한미 FTA로 한국경제 활성화 2007.04.24
김은한 (본지 칼럼니스트) 성장과 수출 증진 정책으로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룩한 한국 경제는 지난 10여년 동안에 성장보다는 평등을 내세운 이익의 분배에 몰..
지금은 오직 피해자 가족과 함께 슬펴하며 위로할때다 2007.04.24
진태원(본지 칼럼니스트) 버지니아 텍에서 발생한 무차별 복수 살인 사건은 우리가 감히 감당할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되..
총영사 강연회 후감(後感) 2007.04.15
윤희경 (본지 칼럼니스트) 주보스턴총영사가 한인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제 12기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한 강연회의 초청연사로 강연을 하였다. 금년 2월1..
세월은 가도 국화빵인데 2007.04.15
이강원 (전 체육회장) 벌써 꽤 오래된 어느 시절. 전직 대통령의 부정한 돈인 현금 61억원을 사과상자에 넣어 어느 대기업 지하실에 은닉하였다가 발각이..
중국의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2007.04.15
▲ 중국의 다양한 종족의 모습 왼쪽 맨 하단이 조선족의 모습이다. 백린 (역사학자) 천명(天命)을 받아 천하를 다스린다 는 중국황제의 몰락 과정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