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를 둘러보는 일본 여행기 5.
보스톤코리아  2008-02-03, 11:22:54 
김은한 (본지 칼럼니스트)

도야호수(洞爺湖)와 쇼와신잔(昭火新山)


도야는 하코다테와 삿포로 사이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아직도 연기를 내뿜는 화산이 있고, 많은 온천과 호수가 있는 관광도시다.

고료가쿠성을 출발하자마자 가이드가 열심히 관광안내를 하면서도 몹시 허탈한 모습이다. 앞에 앉아서 열심히 듣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모두 오수에 빠져있거나 코를 골고 있다. 나 혼자 듣기 민망해서 ‘모두들 깨어나면 다시 합시다’ 하고 밖을 내다보니 지나치는 홋카이도의 경관이 굽이굽이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이고 있다. 산이며, 호수며, 나무, 유채 밭 등이 한 폭의 서사시다. 나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오수에 흠뻑 취한 집사람을 억지로 깨울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 반 만에 도야 호수 옆에 있는 쇼와신잔(昭火新山)에 도착했다.

이 산은 표고 407m의 활화산으로 지금도 활발하게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1943년부터 1945년 사이에 무려 17번이나 화산이 폭발하여 원래 보리밭이었던 평평한 땅이 계속 꿈틀거리며 솟구쳐서 지금은 400m가 넘는 활화산이 된 것이다. 화산이 폭발할 당시에는 전쟁 중이여서 국민들이 불안해 할까 봐  비밀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 근무하던 우체부가 당시의 모든 상황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아서 후세에 알려지게 되었다. 화산 밑에는 그 우체부의 동상이 화산의 재 폭발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화산을 주시하고 있었다.

화산 근처는 지열이 높아서 옆에 있는 식물원에서는 열대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쇼와신잔 바로 옆에는 해발 1,370m나 되는 우스잔(有珠山)이라는 화산이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로 올라갈 수 있었다.

매년 열리는 선진 8개국 정상회담이 금년 7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바로 이곳 도야에서 열린다고 한다. 아베 수상의 말로는 금년 독일에서 열린 회담에서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가 제일 큰 주제가 되었기 때문에 거울처럼 맑은 도야 호수와 화산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우스잔(有珠山)이나 쇼와신잔 등 자연을 보호하고 있는 아름다운 일본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한다.

도야호수(洞爺湖)는 동서 11km, 남북이 9km가 되는 칼데라 호수(화산이 터져서 생긴 호수)로 아이누 인들이 기문토(산에 있는 호수)라고 불렀지만 본토에서 이주해온 일본인들이 추후 도야라고 이름을 바꿔 불렀다고 한다.

호수 둘레가 43km나 되는데 우리가 묵은 도야 Sun Palace Hotel도 바로 호수 가에 위치해 있어 넓은 호수를 바라 보노라면 모든 심금이 활짝 열리는 기분이었다.

매일 밤 7시부터는 호수 가에 있는 많은 호텔들이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해서 불꽃놀이를 벌인다. 쾌속정이 호수를 오가면서 폭죽을 터뜨리면 호수 가에서 터뜨리는 폭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Sun Palace Hotel은 아주 대형호텔로 식당도 500여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 호텔의 손님 중 50% 이상이 중국사람들이어서 중국의 국력이 신장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일본 관광은 저녁이 되면 의례적으로 온천욕을 하는 것이 일상 순서여서 오늘도 욕탕에 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욕탕의 크기가 거의 축구장 절반 정도인데 그중의 절반은 야외 온천이고 나머지 절반은 실내 온천이었다. 탈의실도 아주 커서 어떤 친구가 자물쇠를 채우는 옷장에 옷을 넣길래 무심코 영어로 그 키를 어디서 주느냐고 영어로 물으니 그것은 돈을 내야 주는 것이고 키가 없는 경우에는 바구니에 담아서 그냥 선반에 올려 놓으면 된다고 서투른 영어로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작년에 오사카, 쿄토, 동경을 방문했을 때는 영어가 잘 통해서 불편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들이 없어서 아주 불편했는데 다행히도 영어하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웠다.

그는 자기가 북해도 대학 교수라고 하면서 보스톤과 미국에 대해 여러가지 질문을 하다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길래 당신이 의례적인 답변을 원하는지 아니면 솔직한 답변을 원하는지 먼저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 그는 느낀 데로 말해달라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제일 가는 문명국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은 외관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일본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철학은 야만인보다 나을 게 없다"고 대답했다. 그는 놀래서 왜?라고 묻는다. 결국 그와 함께 1시간 반이나 한일역사를 반추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20만명에 달하는 위안부에 대한 뒤처리, 사과조차 없는 일본 정부의 처사는 물론이지만 여론조사에서 일본국민의 60%가 정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당신 같은 지식인들이 일본을 옳은 길로 인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실망이 크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솔직히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이 영어도 할 줄 아니 일본 책, 신문만 보지 말고 영어로 된 것을 보면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네델란드에서 일본정부가 위안부에게 사과할 것을 건의하는 안이 상정된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일본 사람들은 Yes, No가 분명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일본사람으로 한국인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일본사람들 중에는 겉으로만 친절할 뿐만 아니라 속으로도 진실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일본 정부는 반드시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여야 한다. 뺨맞은 사람이 먼저 사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와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보니 집사람과 30분 후에 온천앞에서 만나 사미셍 연주를 관람하기로 한 사실을 깜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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