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보스톤코리아  2008-03-23, 23:24:59 
자켓의 지퍼가 올라가기만 하지 내려올줄 모른다. 지퍼란 올라가고 내려오고가 정상인데 내려올 줄 모른다는 것은 지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몇 번을 시도해도 안되어 자세히 살펴보니 처음 한곳이 한 개가 맞물려 있어야 하는데, 두 개가 맞물려 있다보니 서로 어긋나는 바람에 자켓을 못 입게 되었다. 이 작은 한 칸이 잘못되어 그렇다고 생각하니 어의가 없었다.

인생살이가 생각대로 안되어 다시 시작해야 된다면 그동안 투자한 돈, 시간, 나이를 어디서 보상받나?

수아가 이번 달 말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단다. 수아의 남편은 몇 년 전 이곳에서 공부를 했었다. 학비는 부모님이 보내주는 것으로 충당하고, 부모님 부담을 덜어주려고 아이가 없는 수아는 일을 해 생활비를 벌어 알콩달콩 살다 공부도 끝나고 비자도 만료되어 한국으로 갔다.

젊은 사람도 취직하기 힘들다는 한국에서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몇 달 만에 스포츠 회사에 들어갔다. 아이가 태어나니 수아부부는 아이를 위해서 미국으로 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살인 아이의 본인 적성은 생각도 않고, 부모입장에서 아이를 운동 시키려는데 한국에서는 공부는 등한시하고 운동만 시키지만, 미국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시켜 좋단다. 한국의 많은 사교육비 부담과 언제 회사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고, 정년퇴직도 빠르다니 하면서,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직장보다 개인사업을 하고 싶다고 한다.

사업은 전공과 다른 빵 가게!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갔다. 여기까지 유학 와 놓고는 한다는 사업이 빵가게라니...그것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난 적극 말렸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더 이상 꿈의 나라가 아니고,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장사가 안되니 하고, 이 곳 교육열도 한국 못지 않고, 개인 레슨비도 비싸고, 돈이 있는 집에서는 9학년부터 SAT 공부도 시킨다고...내 경험을 얘기해주고 사업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고, 한국에서 사업차 온다면 다들 많은 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사기치려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얘기해줘도 벌써 미국병에 걸려 있어 생각을 돌릴 수 없었다. 누구든지 한번 미국병에 걸리면 와서 본인이 직접 느껴야지 아무리 얘기해도 마이동풍이다.

수아네가 이모라고 부르는 사람이 사람을 소개했단다. 장소는 뉴욕의 좋은 동네. 그 사람 얘기로는 한달 매상이 몇 천불이고 영주권은 가게를 열면 쉽게 얻을 수 있고...전해들은 얘기로는 참 좋은 조건이였으나, 내 생각으로는 다들 장사가 안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좋은 조건의 가게를 자신이 하지 왜 남에게 넘기는지 의문이 가 수아에게 얘기하니 이모가 소개했으니 믿을만 하다고 하더니 3일간 직장에 휴가를 내고 수아남편이 뉴욕에 가 변호사를 만나보니 쉽게 영주권을 얻을 수도 없고, 매상액도 장담 못하고 그 자리는 장사하던 자리도 아니고 가게로는 처음 문을 연단다.

포기하고 다시 알아본 곳은 시카고.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의 친척이 서브가게 체인점을 주선해 주었다. 집을 얻고 차를 사는데 보증도 서 주고 좋은 사람이였다. 수아남편은 가게를 인수 받기 전 서브가게를 할 수 있는지 서브에 대한 시험을 보고 통과가 되어 가게를 인수 받았다. 장소는 한국으로 치면 참 좋은 위치였다.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사거리에다 근처에 학교도 있고. 그런데 가게를 시작해보니 장사는 한철만 반짝이고 나머지 계절은 적자였다. 여름은 학교방학으로 장사가 안되고, 조금 추워지니 따뜻한 것을 찾아 장사가 안되고. 어떻게든 잘해보려고 샘플도 돌리고, 할인쿠폰도 인쇄해 돌렸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단다. 일년 넘게 버티다 힘에 겨워 헐값에 넘겼단다. 나중에 알고보니 매상액, 가게 렌트비를 다 속였단다. 친척이라는 사람은 이 서브가게를 다른 한국사람에게 소개했는데 장사가 안되니 빨리 팔아달라고 조르는 중에 수아네가 걸려(?)든 것이다. 결과는 내 책임이 아니고 네 책임이다 식으로 발뺌을 한단다. 수아는 일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한단다. 모든 인간관계가 참 묘하다. 잘되면 내탓이요, 잘못되면 네탓이요.

이번주 이곳에서 발행되는 한국신문 3개를 읽었다. 어떤 문제를 가지고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돈 문제에다 감정도 곁들여 있는 것 같았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한 단체의 이미지만 나빠지는게 아니라 한국사람, 더 나아가서 동양 사람들 이미지까지 나빠질까봐 걱정이다.
아직도 미국사람들은 동양사람들을 보면 잘 구분을 못한다. 몇 년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중국 아줌마가 버스 값 일불을 내고는 거스름돈을 달라고 운전사에게 우기는데 창피했었다. 분명 일불짜리를 내면 거스름돈을 줄 수 없다고 써 있었고, 운전사도 그럴 수 없다고 하는데 부득 달라고 몇 정거장을 운전사랑 실랑이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날 힐끔힐끔 쳐다보지... 한 사람 잘못으로 똑같이 취급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몸둘 바를 모르겠다.

한국도 아니고 살아보겠다고 이곳까지 왔으면서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돕고, 이해하고, 다른 민족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하면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영애(브루클라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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