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호칭과 예절
보스톤코리아  2008-07-21, 19:35:06 
윤광현 (앤도버 거주)

한국인은 말에 얽힌 갈등이 많다. 귀때기에 피도 안마른것이.. 김영삼대통령이 Clinton대통령에게 했다는 말 (나이도 어린게, 버르장머리없이..)등은 우리시대의 갈등을 미국대통령에까지 확대시킨 것이다.  이 갈등은 대체로 한쪽 또는 양쪽화자가  화용규칙을 어겨서 생기기 마련이다. 문법규칙을 어기면 웃음으로 넘길수 있지만 이 화용규칙을 떳떳이 어기면 그 사람과는 원수가 되기 십상이다. 말이 주먹으로 이어지는것은 흔히 그말의 시비(옳고 그름 즉 문법)탓이 아니라 적부(적당하냐 아니냐)탓이다. 이 화용규칙의 중요부분을 차지하는것이 바로 경어체계이다.

한국어 화자는 상대방에게 말을 걸기 전에 우선 자신과 상대의 위계를 판단해야한다. 이 위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핵심적인 것은 나이와 사회적 신분이다.
한국은 예로부터 경어체계가 복잡하여 압존법등 여섯이상의 경어등급이 있었으나 지금은 점차 간소화하여 상대가 어른이냐 아니냐에 따른 두등급만으로 변하는 경향이 현재의 대세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어체계는 완고하여 함부로 말하기를 꺼려하여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예로 영어에서는 You나 First name등으로 쉽게 쓰는 2인칭대명사가 한국어에서는 손아래사람이나 허물없는 친구를 가르킬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여지지 않는다.  문법에서는2인칭대명사가 여럿 있긴 하지만 적어도 구어수준에서는 평칭의 '너(너희,너희들)' 하나뿐이다. 약간의 높임말인 '당신' 이 있지만 이 말은 중년이상의 부부사이에서나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만약 부부가 아닌 경우에 사용되면 직장이나 모임에서 또래의 동료나 후배를 살갑지 않게 부를 때나 싸움판에서 막말이 나오기 직전에 상대방에게 사용됨으로써 일정한 갈등이나 냉담을 함축하고 있어 일상적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그래서  '너' 라고 지칭할수 없는 상대 즉 존칭을 써야할 상대를 2인칭으로 삼아 말을 꺼내야할때는 그냥 주어를 생략해 버릴려고 한다. 예컨데  '이것 드셔 보셨읍니까?' '이리 오세요'처럼 주어를 빼버린다. 한국어에서는 주어의 생략이 본디 자연스럽다. 그래서 대화시 의식적으로 주어를 생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주어를 생략할수 없는 경우나 주어를 넣고싶은 경우에는 (예를 들면 멀리 있어서 불러야 한다든가 주변사람에게 둘사이의 관계를 알리고 싶을 때등.) 이 화자는 연령적, 친족적, 직업적, 신분적 위계를 표시하는 명사 (예컨데  아저씨,선배님, 할아버님, 회장님, 박사님, 집사님, 장로님등) 를  대명사처럼 사용해야한다. 어떤 사람은 호나 자 등을 만들어 쓰기도 하지만 이것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한정되며 보통사람은 거의 쓰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방과 친해질려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서로 부르는 호칭이 미리 개발되고 정해져서 그 호칭으로 불러야 깊이 친해질 수 있다. 그리고 그 호칭도 그 사람의 여러 사정에 걸맞게 정해져야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이 호칭에 어려운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며  때로는 이 호칭때문에 기분나뻐서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때때로 영어에서의 간단한 호칭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한국말에서는손아래사람이나 허물없는 친구에게 하는경우가 아니면 그냥 상대방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거나 거기에 이름에 붙혀 어떤 경어(Mr.등)를 붙이더라도 귀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사람들이 하면 Mr. Mrs.등이 경어에 해당되지만 한국사람끼리 얘기할때는 좀 다르다. (예를 들면 Mr. Yoon이나 윤광현 씨등을 한국사람이 쓸경우.)  설사 화자가 손위사람이고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처음 본사람이나 잘 모르는 사람이 그냥 그렇게 이름을 부르면 귀에 거슬린다.  

그래서 한국사람끼리는 이름이 아닌 서로 부를 호칭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나 이런경우 마땅히 상대방을 부르는 대명사가 없으면 좀 부르기가 난감하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집사도 아닌데 무조건 남자는 집사님, 그냥 자영업을 하고있으면 사장님,  여자는 무조건 사모님 아니면 누구엄마 등으로 부르려 하지만 그래도 어쩐지 껄끄럽다. 그러나 마땅이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어색하게 부르고 있다.

그래서 한인사회에서는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유난히 이 신분적 위계를 표시하는 대명사를 얻고자 하고 또 그대로 불리워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볼수 있다.

이런 호칭을 얻기위해 쓸데없이 이름만 있는 기관을 만들고 직위를 만들고 또 그것을 얻기위해  너무 많은 정력, 시간과 돈을 낭비한다. 그리고 한번 얻은 호칭을 평생 간직하고 남들이 불러주기를 원한다.  (소위 전 회장, 전 이사장등)
한인사회에서 경어체계는 언어예절의 가장 두드러진 형식이고 이 언어예절은 한 공동체의 파열을 막고 서로를 이어주는 거푸집이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자질구례해지거나 너무 경직되게 운용될때는 공동체 구성원의 생기와 친밀감을 옥죄는 사슬이 될수도 있다.

경어예절은 특히 한국어 경어체계에서 보듯이 수평적이 아니라 수직적이고 상호적이라기보다 일방적이다.  말하자면 경어체계는 아주 깊은수준에서 민주주의와는 적대적이다. 그래서 한국어 경어체계의 흔들림과 경어체계의 집착에 관한 대립은 한국민이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성장통일 수 있다.

그래서 여기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공동체 구성원의 생기와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고 귀에 거슬리지 않는 그렁 호칭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위계를 표시하는 명사를 붙이지 않고 그냥 이름에 님이나 선생님으로 통일해서 부른다든지..)  그러나 이것은 한국민의 언어습관을 고치는것이기 때문에  쉽게 허물어지고 변화되는 것이 아니므로 서서히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좋은방향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여 좋은 대안을 개발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여러분의 좋은 제안을 기대해본다.

지금 미국New England(Boston중심)지역에서는 미국 주류사회와는 전혀 관련없이 순수 한인들만을 위한 단체로서(종교단체포함) 현재 업소록에 등록된것만해도 130개가 훨씬넘는다.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단체와 모임이 생겨나와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New England에 상주하는 한인총수가 많아야  2만명정도이고 유동인구인 학생수를 다 포함한다고 해도 3만명이 넘지 않을것으로 보는데 과연 이 많은 단체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니면 단지 감투나 호칭을 얻기 위함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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