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이 보는 세상] 단풍잎 한 장으로 충분한 마음
보스톤코리아  2008-11-03, 23:00:14 
자연에게 위로를 받아 본 적이 있습니까? 어느 날의 오후, 나는 단풍잎 한 장에 먹먹한 마음이 한숨에 풀린 적이 이었다. 그깟 단풍잎 한 장이 뭐라고 나는 울기까지 했었다. 그 단풍잎 한 장은 내 맘을 알기라도 하듯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나를 달랬었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보스턴에 이사를 온 것은 2007년 여름방학 이었다. 이사오기 전까지 살았던 곳은 같은 메사추세츠 주의 앰허스트라는 작은 동네였다. 보스턴과는 틀리게 매우 친환경적인 시골이었다. 그 곳에서 거의 일년간 알고 지냈던 줄리아나라고 하는 친구가 있었다. 영어를 함께 배우는 시점이라 힘든 것도 함께 나누며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고서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되기까지도 했었다. 그리고 나서 작년 여름, 아쉽게도 보스턴에 이사를 오게 되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 그 동네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겨버렸다. 어느 날, 몇 달 만에 연락이 된 친구와의 대화에서 나는 줄리아나가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목요일 오후 열 두 시에 비행기가 출발하니까 그 전에 꼭 전화를 하겠다고 내 자신에게 노트를 적어놓은 것도 기억한다. 하지만 바보 같은 자신이 잘못이었다. 전화하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오후 세시경의 전철역에 가만히 서있던 나는 기억해냈다. 열두시 정각 나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점심 시간이었을까. 그랬다면 더 미안해 했어야 했다. 삼십 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친구를 잊었으니까 말이다. 사소한 전화통화 하나도 하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 애는 나란 친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절로 나왔다. 주변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느끼는 창피함 따위는 없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순간 앞머리를 위로 넘기려 움직이던 내 손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장의 단풍잎. 그 것은, 말도 안되지만, 왠지 우울해하는 나를 위로하는 듯해 보였다. ‘그 애가 보낸 거야’ 라고 생각하고는 가슴의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손바닥에 살포시 착지한 단풍잎은 아직도 내 책상서랍 안에 있다. 정말로.

김자은(브루클라인 하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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